“정경유착, 관치경제 구시대 유물”···55년 전경련, 역사의 뒤안길로

구교형 기자

1960년대 군사정권 출범과 함께 창립

80년대 전두환·노태우 불법 자금 제공

문민정부 출범 후 사회 투명화로 위기

박근혜 정부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문재인 정부 ‘패싱’ 윤석열 정부 ‘부활’

1961년 8월16일 한국경제인협회 창립 총회에서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당시 삼성물산 회장이 초대 회장에 추대됐다. 전경련 홈페이지 캡처

1961년 8월16일 한국경제인협회 창립 총회에서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당시 삼성물산 회장이 초대 회장에 추대됐다. 전경련 홈페이지 캡처

한국 현대사와 함께 한 전국경제인연합회 55년 역사는 산업화에 기여한 ‘양지’를 정경유착에 기반한 관치경제라는 ‘그늘’이 가려버린 시대라고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회비를 걷어 불법적 정치자금을 댔다가 사과하는 과오를 반복했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1961년 군사정권 출범 후 경제인들의 모임인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를 창립했다. 지금까지 55년간 명맥을 이어온 전경련 간판은 그로부터 7년 뒤인 1968년 단체의 외형을 키우면서 새로 바꾼 이름이다.

전경련은 1960~70년대 박정희 정부 집권 기간 국가주도 경제발전에 조력자 역할을 했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직후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부의장은 이병철 창업주와 면담에서 경제단체를 만들어 정부의 산업정책에 협력할 것을 요청했다. 대신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기회를 준다는 명분으로 부정축재 기업인들의 비리를 눈감아줬다.

전경련은 기업들을 이끌고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호응했고, 정부의 지불 보증을 기반으로 외자를 도입해 산업화의 기틀을 닦았다.

1980년대 신군부 정권 때는 정치에 나선 군인들과 결탁했다. 전경련은 전두환 대통령의 퇴임 후를 지원하기 위해 일해재단을 설립하는 과정에 관여했다. 전경련은 회원사들로부터 1984년부터 4년간 598억여원의 출연금을 걷었다.

재계의 힘을 결집해 서울올림픽 유치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른 첫 대선에서 후보로 나선 노태우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에 전경련이 앞장선 일도 있었다. 1995년 뒤늦게 범행이 발각되자 전경련 회장단은 “음성적 정치자금을 내지 않겠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1993년 재벌개혁 의지를 가진 문민정부의 출범으로 살아있는 권력과 전경련의 밀월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김영삼 정부는 출범 초기 전경련을 주도하는 재벌들의 반대에도 금융실명제 도입, 공정거래법 강화 등을 단행했다. 1997년 한보그룹을 시작으로 대기업 연쇄 부도 사태가 벌어지면서 외환위기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김대중 정부는 대규모 사업 구조조정 정책인 ‘빅딜’을 강행했고 이 과정에서 전경련과 갈등을 빚었다.

2002년 대선 당시 전경련 주도로 일부 대기업이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일도 있었다. 이때도 근본적인 개혁 조치 없이 ‘사과 성명’만 발표하는 선에서 사태를 봉합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에는 기업들에게 불리한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주요 그룹별로 접촉할 정치인 리스트를 할당한 문건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전경련은 2015~16년 국정농단 사건의 단초가 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모금을 주도했다가 ‘4대 그룹 탈퇴’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전경련은 모든 정부 행사에서 철저히 배제됐고 대한상공회의소가 그 역할을 대신 맡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도 한동안 전경련 패싱이 지속되다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김병준씨가 회장직무대행을 맡으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전경련은 22일 류진 신임 회장 취임과 함께 삼성 등 4대 그룹 복귀가 이뤄져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다시 초심으로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겠다”며 기존 간판을 버리고 한경협이라는 설립 초기 이름으로 돌아갔다. 어두운 그늘을 벗을지는 4대 그룹을 앞세운 한경협의 몫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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