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가 쏘아올린 ‘팁’ 논란···소비자들 ‘부글부글’

김은성 기자

별점 최고점 줬을 때 팁 지불 가능해져

소비자 “선의로 시작해 의무 될까 우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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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비자 등이 ‘팁플레이션(tipflation·팁과 인플레이션 합성어)’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팁을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었다. 국민 택시앱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사에게 팁(봉사료)을 주는 기능을 시범 도입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사실 타다와 아이엠택시 등 국내 다른 업체들도 해당 기능을 도입했지만, 택시호출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카카오모빌리티까지 시행하자 ‘국내도 팁 문화가 고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배달앱의 배달료 부과로 음식값에 배달비가 추가된 것처럼 소비자 부담을 높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불안감이 적지 않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19일 택시 서비스 중 일반 호출 서비스를 제외한 블랙, 모범, 벤티, 블루, 펫에 한해 팁을 줄 수 있는 기능을 시범 도입했다. 이 기능은 카카오T 앱에서 서비스를 이용한 후 최고점인 ‘별점 5점’을 주어야 팁 지불 창이 뜬다. 금액은 1000원, 1500원, 2000원 중 선택하면 된다.

팁은 지난해 택시측 가맹점협의회와 상생방안을 협의한 결과로, 협의회가 해당 기능 도입을 희망해 서비스로 운영하게 됐다. 승객이 지불한 팁은 카드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 모두 기사에게 지급된다. 팁 지불 여부는 승객의 자율적인 선택 사항이다. 회사는 “팁을 강요한 기사에 대한 신고가 들어오면 해당 택시는 기능을 이용할 수 없게 되고, 승객에게는 전액 환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 반응은 냉랭하다. 최근 소비자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택시 호출 플랫폼의 팁 기능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71%가 도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호출 택시 팁 기능 도입이 향후 택시 이용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냐는 질문에도 ‘부정적’(40.5%) 또는 ‘매우 부정적’(35.7%)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76.2%에 달했다. 선의로 시작된 팁이 의무처럼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요식업계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일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오픈런 등으로 유명한 빵집과 카페 등에서 팁을 요구받은 경험담이 ‘팁 박스’ 사진 등과 함께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업체가 요구한 팁은 결제 금액의 5~10% 수준이다. 소비자들과 누리꾼은 불쾌함을 표했다. 팁 문화가 정착된 미국 등은 사실 최저임금보다 낮은 직원 시급을 팁으로 대신 충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의무화된 한국에 팁을 적용하는 건 맞지 않다는 반응이 많다. 또 식품위생법은 부가가치세와 봉사료를 모두 포함한 ‘최종 가격’을 메뉴판에 포함하고 있어 팁을 요구하는 건 추가비용을 내라는 것과 같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카오T 기사님은 누가 팁을 주는지 알 수 없고 한정적 서비스에 소수 인원만 자율적으로 팁을 주는 것으로 음식점 등에서 내는 통상적인 팁과는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며 “국내외 모빌리티업계에선 팁을 주는 것이 보편화된 문화”라고 말했다. 이어 “택시비는 지자체 등이 결정하는 만큼 요금 인상 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없다”며 “이용자들의 의견과 여론 등을 모니터해 개선할 부문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만큼 제도가 본격화하면 소비자 입장에선 팁을 안 주면 미안해지고 서비스를 요구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기보다, 회사가 떼가는 기사들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는 게 더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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