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20주년 KTX…국민 1인당 20번 탔다

윤희일 선임기자
2004년부터 운행되고 있는 KTX.  코레일 제공

2004년부터 운행되고 있는 KTX. 코레일 제공

고속철도인 KTX가 곧 개통 20주년을 맞는다. KTX는 2004년 4월 1일 고객을 싣고 달리기 시작했다. 하루평균 이용객은 개통 당시 7만2000명에서 2023년 22만9000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누적 이용객은 10억4000만 명에 육박한다. 5000만 국민 한 사람당 20번 이상 KTX를 탄 셈이다. KTX는 처음에 2개 노선(20개 역)을 바탕으로 운행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8개 노선, 69개 역에 정차하면서 대한민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바꿔놨다.

20년간 KTX는 계속 진화했다. 처음에 운행된 KTX는 프랑스 알스톰사의 기술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는 국내 전문가가 KTX 제작에 참여하면서 기술력을 높여갔다. 그렇게 해서 2008년 11월 탄생한 것이 한국형 고속철도 KTX-산천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고속열차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이후 전혀 새로운 동력방식의 KTX-이음도 선을 보였다. 올해는 최고 운행속도가 시속 320㎞에 이르는 차세대 친환경 고속열차가 등장한다.

이용상 우송대 철도경영학과 교수(한국철도문화재단 이사장)는 28일 “고속철도 도입이 본격화된 1994년부터 개통된 2004년을 지나 2024년 오늘까지 KTX는 그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변화했다”고 말했다.

철도 수송능력 2배 이상 올린 KTX, 시속 300㎞ 시대 열고 계속 진화

2004년 개통한 KTX(Korea Train eXpress)는 대한민국 최초의 고속철도차량이다. 일반적으로 시속이 200㎞ 이상인 열차를 고속철도라고 하는데 고속열차 KTX는 시속 300㎞의 속도를 낸다. 기존에 최고속도 열차였던 새마을호의 시속 150㎞를 훌쩍 뛰어넘어 최고등급 열차의 자리를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KTX는 프랑스의 테제베(TGV)를 기본으로 국내 환경에 맞게 개량한 것이다. 차량의 칸과 칸 사이를 지지하는 위치에 바퀴를 연결하는 ‘대차’가 있는 ‘관절대차’ 구조로 진동과 소음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탈선 등의 이례 상황에도 열차가 넘어가지 않고 안전한 것도 강점이다. 객실은 특실 3칸, 일반실 15칸으로 이루어지고, 앞뒤에 운전실이 각각 있다. 모두 20칸으로 구성되는 열차다. 앞뒤 운전실 하부에 동력장치가 설치된 ‘동력 집중식’ 열차로, 장거리 운행에 적합하다.

총 955석의 좌석에 이용객을 가득 태웠을 때 중량은 841t, 길이는 388m에 이른다. 최고 시속이 305㎞인 이 고속열차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싣고 달리는 지상 운송수단이다.

KTX가 운행을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의 전체 철도 수송 능력은 2배 이상 증가했다. 또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묶이면서 이동 시간이 절감되고 업무 효율성도 높아졌다. 아울러 교통 혼잡을 감소시키고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게 했으며 환경개선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KTX는 다양한 안전기술을 채용하고 있다. KTX는 차량 컴퓨터를 통해 각종 기기와 센서를 제어하고 실시간으로 제동시스템을 통제한다. KTX의 내장재는 난연성·무독성 자재로 만들어졌다. KTX를 몰던 기장에게 갑작스러운 신체 이상 등의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해 정상 운전이 불가능할 때는 자동으로 운행을 중지시키는 ‘운전자 경계(감시) 장치’가 설치돼 있다. 허용속도를 초과하면 속도를 감속시키는 열차자동제어장치(ATC), 신호장치 고장 시 운행 속도를 제한하고 이상 시 자동으로 열차를 정지시키는 ‘속도제한장치(TSL)’도 KTX의 안전성을 높인다.

이 밖에 바퀴를 연결하는 차축의 고온을 감지하는 차축온도검지장치, 레일 온도를 자동 측정하는 레일온도검지장치, 우천·강설·지진 등 선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기상 이변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장치 등도 KTX 운행 시작과 함께 도입됐다.

세계 네 번째 자체기술로 만든 고속열차 KTX-산천. 코레일 제공

세계 네 번째 자체기술로 만든 고속열차 KTX-산천. 코레일 제공

자체 고속철도 기술로 만든 KTX-산천…세계에서 네 번째

한국형 고속철도 차량은 2008년 11월 25일 태어났다. 대국민 공모를 통해 KTX-산천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KTX-산천의 탄생으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고속철도 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KTX-산천은 짧은 거리를 운행하고 주요 거점 역에서 선로가 나뉘는 국내의 열차 환경에 최적화돼 있다. 열차 두 편성을 연결해 운행하는 ‘복합운행’이 가능해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행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서울역에서 함께 출발한 두 편성의 열차가 동대구역에서 나뉘어 한 편성은 포항역으로 또 다른 편성은 진주역으로 따로 달릴 수 있는 건 KTX-산천이 복합 운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칸을 한 편성으로 하는 KTX-산천은 운전실(2칸)이 앞뒤에 있고, 특실 1칸과 일반실 7칸에 379개 좌석이 설치돼 있다. 이용객을 모두 태웠을 때의 무게는 340t이며 길이는 201m이다. KTX-산천은 동종 모델인 KTX-호남(원강)을 포함해 61편성이 운행되고 있다. KTX 46편성을 뛰어넘어 주력 고속열차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전 좌석이 회전 가능한 의자로 역방향 좌석이 없고, 공기저항을 줄여 터널을 통과할 때 객실 소음을 줄이는 등 KTX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고속열차다.

2012년 5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해무(HEMU)-430X(Highspeed Electric Multiple Unit-430km/h eXperiment)를 공개했다. 최고 속도가 시속 430㎞인 시제 차량이다.

동력 분산식 고속열차 KTX-이음. 코레일 제공

동력 분산식 고속열차 KTX-이음. 코레일 제공

한국형 차세대 고속열차 KTX-이음

2021년 1월에는 100% 국내기술로 제작된 우리나라 최초의 ‘동력 분산식’ 고속열차 ‘KTX-이음’이 운행을 시작했다. 앞뒤에 동력차가 있는 동력 집중식의 KTX나 KTX-산천과 달리 칸 칸마다 동력과 제동장치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KTX-산천이 운행을 시작한 이후 10년 만에 등장한 고속열차로 우리 기술로 만든 고속열차에 새로운 동력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모든 칸에 동력과 제동장치가 있는 KTX-이음은 출발하고 멈출 때 걸리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역과 역 사이의 거리가 외국보다 좁은 한국 선로의 특성과 터널·교량이 많은 국내 지형에 적합하다. 그래서 이 열차를 ‘한국형 차세대 고속열차’라고 부른다. KTX이음의 좌석은 한국 사람의 체형에 최적화해 만들었다. 설계 최고속도는 시속 286㎞이다. 알루미늄 차체로 앞뒤 운전실이 객차에 포함된 구조로 우등실 1칸과 일반실 5칸을 갖췄으며 좌석 수는 381개다.

올해 안에 또 다른 동력 분산식 고속열차가 선을 보인다. 현재 경부고속선과 호남고속선에서 시험 운행 중인 ‘EMU-320’이다. 신형 고속열차는 시속 300㎞ 이상으로 달릴 수 있고, KTX-이음 대비 객실 좌석이 35%가량 늘어난 515석으로 수송 효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복합 연결할 경우 좌석은 1030석으로 KTX보다 수송효율이 9%가량 개선된다. 이 고속열차 역시 KTX-이음처럼 동력 분산식이다. 이 때문에 가속과 감속 능력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운전실이 객실과 연결된 일체형으로 8칸이 1편성이다. 이 열차는 시험 운행을 마치고 올 상반기 안에 KTX를 대신해 일부 구간에서 운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기철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차량본부장은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고속철도는 우리 국민의 생활에 큰 변화를 주었을 뿐 아니라 국내 과학기술의 수준을 진일보시키는 역할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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