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파민이 돈다”…불경기에 더 잘 팔리는 매운맛 열전

이진주 기자

‘맵도르핀’ 등 신조어 등장

라면 이어 과자류로 확산

하림 더미식 장인라면 맵싸한맛. 하림 제공

하림 더미식 장인라면 맵싸한맛. 하림 제공

30대 직장인 김미진씨의 취미는 ‘매운맛 라면 도장 깨기’다. 평소에도 매운 음식을 즐겨 먹고, 매운 음식에 도전하는 ‘먹방’ 유튜브를 즐겨본다는 그는 매운맛 라면이 새롭게 출시되면 누구보다 먼저 편의점으로 향한다. 김씨는 “매운 음식을 먹다 보면 그날 있었던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풀려 매운맛에 점점 더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매운맛을 즐기는 시민들이 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맵부심(매운맛+자부심)’, ‘맵고수(매운맛+고수)’, ‘맵린이(매운맛+어린이)’ 등 매운맛과 관련된 신조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맵파민(매운맛+도파민)’, ‘맵도르핀(매운맛+엔도르핀)’ 등 매운맛을 통해 기쁨을 느낀다는 의미의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소비자들 취향을 겨냥해 다양한 먹거리를 속속 출시하고 있는 식품업계에서도 매운맛 제품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편의점 CU의 매운맛 상품 매출신장률(전년 대비)을 보면 2021년 15.6%에서 2022년 21.3%, 2023년 27%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GS25가 판매하는 상품 중 이름에 ‘매운’ ‘핫’ ‘스파이시’가 들어간 제품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 38.2%(전년 동기 대비), 올해 1분기 26.5%로 각각 늘어났다.

식품업계에서는 불경기에 매운맛이 더 잘나간다는 속설이 있다. 소비자들이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등의 성분이 우리 몸에서 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해 일시적으로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 매운맛을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신라면보다 2배 이상 매운 맛을 강화한 ‘신라면 더 레드’. 농심 제공

기존 신라면보다 2배 이상 매운 맛을 강화한 ‘신라면 더 레드’. 농심 제공

매운맛 음식의 대표주자인 라면업계는 ‘더 매운 맛’을 넘어 ‘극한의 매운맛’에 도전하는 제품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과거 매운맛 라면의 선봉으로 불렸던 신라면은 ‘더 매운’ 후배 라면에 자리를 내줬다. 농심은 지난해 8월 기존 신라면보다 2배 이상 매운 맛을 강화한 ‘신라면 더 레드’를 출시했다. 신라면 더 레드의 스코빌지수(SHU·매운 정도를 나타낸 지수)는 7500이다. 당초 한정판매 제품으로 나왔지만 보름 만에 500만봉이 완판돼 정식 출시됐다.

틈새라면 시리즈로 매운맛 라면 챌린지 유행을 선도했던 팔도는 2022년 ‘빨개면’보다 1.5배 더 매운 ‘틈새라면 극한체험’을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오뚜기는 스코빌지수 5013의 ‘열라면’에 이어 마늘과 후추 맛을 더해 색다른 매운맛을 구현한 ‘마열라면’을 내놨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에 이어 지난해 3월 매운 국물라면 브랜드 ‘맵탱’을 새롭게 선보이며 매운 라면 시장에 쐐기를 밖았다.

최근에는 하림이 ‘더미식(The미식) 장인라면 맵싸한 맛’을 출시하며 매운맛 국물 라면의 신흥 강자에 도전했다. 매운 고추의 대명사라 불리는 세계 4대 고추를 넣은 이 라면의 스코빌 지수는 무려 8000에 달한다.

‘틈새라면’과 ‘넷플릭스나쵸’를 합쳐 만든 GS25의  ‘유어스틈새나쵸’. GS리테일 제공

‘틈새라면’과 ‘넷플릭스나쵸’를 합쳐 만든 GS25의 ‘유어스틈새나쵸’. GS리테일 제공

매운맛이 인기를 끌면서 그동안 ‘단짠’이 주를 이뤘던 과자류에서도 매운맛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GS25는 최근 자체브랜드(PB) 상품인 ‘틈새라면’과 ‘넷플릭스나쵸’를 합쳐 만든 ‘유어스틈새나쵸’를 출시했다. 틈새라면의 매운 분말수프를 나초에 뿌려 먹는 재미까지 더했다. 해태제과는 볶음고추장맛을 가미한 ‘구운링 볶음고추장맛’ 판매에 나섰다.

CU의 PB 헤이루는 지난해 ‘청양마요맛 새우칩’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오엑스칩불닭맛’ ‘핫오징어스틱’ 등 매운맛을 가미한 상품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부터 포카칩 MAX 레드스파이시맛, 꼬북칩 매콤한맛, 찍먹 나쵸 치폴레마요소스맛과 같은 매운 맛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세 제품은 출시 3개월 만에 합산 누적 판매량 400만봉을 돌파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매운맛 제품은 오래전부터 출시됐지만 이렇게 장기간 인기를 끄는 것은 처음”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과 뒤이어 나타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삼중고가 매운맛 음식을 스트레스 탈출구이자 트렌드로 자리잡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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