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첫 외환시장 공동 구두개입···“환율 변동성에 적절한 조치 취할 수도”

이호준 기자
G20 재무장관회의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과 면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기재부 제공 사진 크게보기

G20 재무장관회의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과 면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기재부 제공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과 중동지역 정세 불안이 겹치면서 한국과 일본의 통화가치가 동반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한·일 양국 재무장관이 “외환시장 변동성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공동으로 구두개입에 나섰다. 한·일 양국이 통화가치 하락에 공동 개입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정부가 이례적으로 연이틀 구두 개입에 나서면서 17일 원·달러 환율은 8거래일만에 하락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있는 세계은행(WB)에서 만나 최근 양국 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을 계기로 만난 양국 재무장관은 “급격한 외환 시장 변동성에 대응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양국 재무장관이 만나서 면담한 것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라며 “구두개입성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기재부·한국은행이 “환율 움직임, 외환 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구두개입에 나선 데 이어 또다시 시장에 강한 경고음을 보낸 것이다. 전날 장중 140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이날 1390원 안팎에서 움직이다 1386.8원으로 마감했다.

최근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달러 강세 흐름은 강화되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16일(현지시간) “최근 경제지표는 확실히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그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최근 석달 연속 물가 지표마저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시장에선 연준의 ‘연내 3회 금리 인하’ 방침이 철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까지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를 선호하는 현상까지 더해져 강달러 기세에 기름을 부었다. 이달 들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1년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엔화는 뉴욕 시장에서 달러당 154.45엔까지 하락해 34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경기 부양 차원에서 한동안 엔화 약세를 눈감아 왔던 일본 정부지만 최근 지속되는 엔화 가치 하락에는 경계감을 높여가고 있다. 스즈키 재무장관은 지난 12일에도 “과도한 움직임에는 모든 옵션을 배제하지 않고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한·일 양국 재무장관이 외환시장 공동 구두개입이라는 일치된 움직임을 보이면서 관심은 이어질 한·미·일 재무장관 회의 결과에 쏠린다. 한·미, 미·일 양자간 회의가 아닌 삼자 회의는 이번이 처음으로, 3국 재무장관들은 3국간 경제·금융 협력 방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전망이다. 2022년 한·미 양자 면담에서는 유동성 공급 장치 등 고환율 상황에 따른 구체적인 논의가 오간 바 있다. 이번 회의의 경우 3국간 첫 회의인 만큼 원론적 수준의 논의가 오갈 가능성이 크지만, 최근 강달러 현상에 따른 아시아 금융시장 불안이 고조되고 있어 거시경제 안정을 위한 공조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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