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충전 사업’ 과연 돈 벌 수 있을까…너무 많은 혜택 준다면 의심을

박동흠 | 회계사

100만명이나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 ‘머지포인트’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머지포인트의 기본 콘셉트는 소비자가 8000원어치 포인트를 충전하면 여러 가맹점에서 1만원어치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포인트를 충전할 때 회사는 현금이 들어와서 자산이 늘어나지만 결국 같은 금액만큼의 부채도 생기는 셈이다. 고객에게 돈을 먼저 받았고 서비스를 이행할 의무가 발생했으니 부채가 된다. 이를 가리켜 회계에서는 계약부채라고 한다. 상품권을 발행하는 백화점의 재무제표에 이런 계약부채가 많이 나온다. 단 백화점은 상품권에 표시된 금액만큼 고객에게 대가를 받고 같은 금액만큼의 상품을 제공하기 때문에 머지포인트와는 구조부터가 다르다.

고객이 포인트나 상품권을 사용하는 순간 회사 입장에서는 비로소 부채가 소멸되고 매출을 인식한다. 머지포인트를 보유한 소비자는 1만원어치 소비를 하고 8000포인트만 결제하면 된다. 매출 8000원이 발생하는 시점에 1만원의 비용 또한 발생하고 그 만큼의 현금이 유출되니 회사는 당연히 손해를 본다. 8000원을 고객에게 받아서 1만원의 비용을 지출하는 사업구조 자체가 적자 모델인데 과연 어떻게 이익 확보가 가능할까? 플랫폼 가입자가 100만명이니 광고수익이나 기타 부대수익을 창출할 수는 있다. 하지만 매달 발생하는 급여, 임차료, 각종 경비 등을 쓰기도 바쁠 것이다.

1인당 1만원씩만 충전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금방 10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100억원을 잘 굴리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원금 대비 최소 25% 이상 수익을 발생시켜야 겨우 본전이고 무엇보다 고객들의 포인트 사용 빈도가 잦을수록 목돈 굴릴 시간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생긴다.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재방문과 재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포인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업들은 머지포인트와는 달리 고객에게 판매한 상품가격의 일정 부분을 포인트로 제공하거나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2만원짜리 케이크를 사면 5%의 포인트를 주는 제과점의 경우 고객으로부터 2만원의 현금을 수취할 때 수익은 1만9000원만 인식하고, 계약부채로 1000원을 남긴다. 나중에 고객이 포인트로 빵을 구입할 때 상품을 제공하면서 남겨놓은 부채 1000원을 매출로 인식하고 거래가 종료된다. 제과점 입장에서 5%가 크게 부담스럽지 않을 뿐더러 단골 유지 비용이 신규 고객 유치 비용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훨씬 낫다. 이런 기업들과 달리 단순히 포인트 충전 후 가맹점 할인혜택을 주는 머지플러스의 사업방식은 매우 독특하다. 사업의 의도가 좋았다고 할지라도 물가 상승시기에 생활비를 아끼고자 많은 포인트를 충전했다가 사용이 중지되거나 10% 손실을 감내하고 환불을 받은 소비자, 그리고 머지플러스로부터 정산을 받아야 하는 소상공인만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다.

핀테크, 플랫폼 기업을 표방하면서 수많은 가입자들을 모아서 사업을 진행하는 신생 기업들이 많다. 검증된 기업이 아닌데 너무 많은 혜택을 주는 곳이라면 소비자 입장에서 신중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량한 피해자들을 모을 요량으로 미끼를 놓는 경우들도 있으니 당국은 이런 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모니터링을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


Today`s HOT
불타는 해리포터 성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