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기업이 이익 창출을 못하면 발생하는 자산손상, 기업 부실화의 뇌관

연매출액이 수백조원이든 수천만원이든지 간에 회사에서 하는 일은 큰 차이가 없다. 제조업체는 신제품을 개발하고 공장을 차려서 제품을 생산해 판매한다. 서비스업체는 제품과 공장이 없기 때문에 용역을 제공하고 대금을 회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일들을 위해 수많은 인적·물적자원들이 투입된다. 인적자원에 대한 부분은 인건비와 기타 경비 등으로 비용 처리되고, 물적자원들은 대개 자산으로 인식한다.

이렇게 기업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숫자로 표현한 것이 재무제표이다. 제품 생산을 위해 투자한 공장은 유형자산으로 잡히고, 생산을 위한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는 재고자산으로 잡힌다. 상거래 대부분은 외상으로 이루어지므로 먼저 판매하고 나중에 받을 돈을 매출채권으로 자산 처리한다. 기업들의 재무제표에서는 이 유형자산, 재고자산, 매출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다.

자산총계 83조원인 글로벌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의 3분기 재무상태표를 보면 유형자산이 44조원,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이 합쳐서 14조원이나 된다.

총자산의 70%가 반도체 사업을 위해 갖고 있는 영업자산이고, 나머지 30%는 이미 벌어놓은 돈으로 투자한 예금과 주식, 채권 등이다.

금융자산은 언제든지 현금으로 교환이 가능하지만 사업을 위해 갖고 있는 영업자산들은 그렇지 않다. 목적 자체가 즉시 현금 교환이 아닌 사업을 해서 이익을 내기 위해 갖고 있는 자산들이다. 돈을 벌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산인 것이다. 그래서 회계학에서는 자산을 향후 경제적 효과와 이익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는 경제적 자원으로 정의한다.

신제품이 잘 팔릴 것으로 기대해서 공장을 으리으리하게 지었는데 제품이 안 팔린다면 어떻게 될까.

회사 입장에서는 속이 터지고, 회계적으로는 더 이상 자산으로 인정받기 어렵게 된다. 미래에 돈을 벌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깨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손실처리를 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가리켜 회계에서는 자산손상이라고 한다. 자산을 취득하느라 돈은 이미 다 써버렸고 판매과정에서 발생될 이익으로 투자비를 회수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없게 됐으니 손실로 털어내는 것이다.

기업들이 부실화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렇게 사업을 위해 갖춰 놓은 자산으로 돈을 벌지 못할 때 발생한다. 실적 악화로 적자가 발생된 것도 문제지만 이미 투자해 놓은 자산에 대한 회수도 못하고 공장 지을 때 빌려온 차입금도 못 갚게 되면서 결국 무너지는 것이다.

만약 3분기까지 계속 적자에 빠져 있고 나아질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면 연말에 적자가 더 확대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회계감사에서 중점적으로 검토하는 항목이 재고자산 평가와 자산손상 이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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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된 제품이 진부화되어 팔리지 않거나 팔리더라도 생산원가 이하로 판매된다면 결국 선투입된 돈을 회수할 수 없으니 손실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재고를 생산하기 위해 투자한 유형자산도 별 쓸모없는 자산이 되었으니 역시 손상 처리 대상이 된다. 자산 총계에서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재고자산과 유형자산에서 이렇게 추가적인 손실이 더 발생해서 적자가 심화되거나 자본잠식에 빠지면 계속기업 존속이 어렵다고 판단되어 감사의견 거절을 받을 수 있고 상장폐지대상이 될 수 있다.

회계감사 때마다 되풀이되는 역사다. 재무적으로 불안정하고 손익이 좋지 않은 아슬아슬한 기업과 이해관계가 있는 투자자나 거래처라면 연말이 오기 전에 3분기 재무제표부터 반드시 체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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