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강화, 연 6% 시대 초읽기…실수요자는 ‘겹시름’

최희진 기자
서울 소재 하나은행 지점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소재 하나은행 지점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6%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영끌족’ 등 차주(돈빌린 사람)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달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돼 대출 문턱이 높아진 것도 대출 희망자들의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오는 1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재 1.00%인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가상승에 원화약세 압력이 크고 미국도 조기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이면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얘기다. 만약 한은이 금리를 올린다면 지난해 8월, 11월 각각 25bp 인상한 데 이어 5개월 사이 세 번째 인상이 된다.

덧붙여 연내 1~2회 추가 인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오는 3월 대통령 선거,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임기 만료 등 변수가 있긴 하지만 가파른 물가 상승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상을 이달 한 차례로 끝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한은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연 5%대까지 올랐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10년 만기 상품 금리는 각각 최고 연 5.06%, 5.03%로 집계됐다.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1.25%로 오르면 시중은행 금리가 연 6%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억원을 대출받았을 경우 연 100만원 안팎의 이자를 더 내야 하는 셈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시중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이 82.3%에 이른다. 고정금리 대출은 17.7%에 그쳤다. 금융권에서도 돈빌린 사람들의 대다수가 금리 인상 영향에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경기 의왕시의 한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직장인 김모씨(35)는 대출 금리가 얼마나 오를 것인지를 노심초사하며 지켜보고 있다. 김씨는 “대출이 1억6000만원 정도 남아있는데 지금도 이자 부담이 적지 않다”며 “금리가 올라 이자를 더 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정금리형 상품인 적격대출은 일찌감치 ‘완판’ 행진을 벌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새해 첫 영업일인 지난 3일 1월 한도를 소진했고 농협은행에선 지난 4일 1분기 한도가 동났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적격대출의 1월 금리는 연 3.40%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상품보다 낮고, 최장 40년까지 만기를 설정할 수 있어 대출 희망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기존 차주들이 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는다면, 신규 대출 희망자들은 금리 인상과 함께 대출 한도 축소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달부터 차주 단위 DSR 규제가 강화돼 모든 가계대출의 합이 2억원을 초과하면 DSR 40% 규제를 받는다. 대출 신청시 DSR이 이미 40%을 초과했거나, 해당 대출로 DSR이 40%을 초과하게 되면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 규제에 해당되는 차주는 대출 한도가 종전보다 축소된다. 연소득 6000만원의 직장인이 6억원짜리 아파트를 사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3억원을 신청한다면 종전에는 전액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달부터는 DSR 규제에 해당돼, 다른 대출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대출 가능 금액이 1억7000만원 정도로 줄어든다.

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에는 강화된 DSR 규제와 관련해 자신이 얼마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시중은행이 DSR 40% 규제를 받자 DSR 50% 규제를 받는 보험사 대출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신규 대출 문턱이 높아진 탓에 은행 대출 창구는 한산하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달까지는 대출 관련 문의가 있었는데 이달 들어서는 문의도 거의 끊겼다”며 “대출 손님이 많이 뜸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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