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다중채무 증가했는데 저신용자는 줄었다…이유는?

유희곤 기자

저금리 지속으로 대출금 상환 원활

대출창구 확대되며 고신용자 증가

법정 최고금리 인하 따른 ‘착시’

제도권 아닌 ‘사금융 편입’ 분석도

가계대출 중 3개 이상 금융기관을 이용한 다중채무가 지난 5년간 145조원 가까이 증가했지만 취약차주라고 할 수 있는 저신용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대출금 상환이 안정적으로 이뤄졌고 소비자의 금융기관 접근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년간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면서 저신용자가 제도권 금융을 벗어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3일 경향신문이 국회를 통해 입수한 금융감독원의 ‘2017~2021년 분기별 가계 다중채무 현황’을 보면 다중채무 금액은 2017년 1분기 454조3935억원에서 2021년 4분기 598조9736억원으로, 차주 수는 395만2893명에서 443만2225명으로 각각 31.8%와 12.1% 증가했다. 반면 다중채무에서 신용점수 664점(나이스평가정보 기준) 이하 저신용자는 같은 기간 금액 기준 63조3636억원(13.9%)에서 41조1961억원(6.9%)으로, 차주 수 기준 110만728명(27.8%)에서 69만8827명(15.8%)으로 각각 줄었다.

금융당국과 학계에서는 수년간 저금리 현상으로 가계대출 상환이 안정적으로 이뤄졌고 금융소비자 전반에 걸친 신용점수(옛 신용등급) 상승도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한국은행은 2018년 11월 1.75%이던 기준금리를 코로나19가 확산되자 1.50%(2019년 7월)로 낮춘 뒤 0.50%(2020년 3월)까지 내렸다. 그러다 올 1월 1.25%까지 올린 상태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인의 신용점수란 1년 안에 부도날 확률을 뜻하는데 금리가 최하로 낮은 상황에서 다중채무자의 채무상환 부담도 낮았다”면서 “다중채무자 내 저신용자 비중뿐 아니라 전체 금융소비자 중 저신용자 비중도 계속 낮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의 대출 창구가 확대되면서 여러 대출을 받는 고신용자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금융당국이 다중채무자 통계 분석을 시작한 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3개 이상 금융기관을 이용하면 신용불량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차주로 분류됐다고 한다.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마이너스통장, 카드론 세 개만 이용해도 다중채무자로 분류된다”면서 “이전처럼 다중채무자를 위험채무자와 동일시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법정 최고금리가 잇따라 낮아진 데 따른 ‘착시 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법정 최고금리는 2018년 2월 27.9%에서 24%로, 2021년 7월 20%로 각각 인하됐다. 한재준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중채무자 수는 늘었는데 저신용자 비중이 줄었다는 것은 저신용자의 제도권 금융 이용에 제약이 늘었다고 볼 수 있고 사금융 이용자가 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계대출 다중채무 중 저신용자 비중은 올해 상승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코로나19 피해 개인사업자·중소상공인 등에 대한 대출상환 유예·만기 연장 조치는 오는 3월에 끝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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