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긴축에 파운드·엔화 약세까지…여전히 불안한 세계경제

이윤주 기자

연준 올해 말까지 고강도 긴축 예고

원·달러 환율, 연일 연고점 위협

영국 감세 논란·일본 완화 정책 등

‘강달러’에 기름…유동성 위기 우려

물가 상승과 긴축 강화에 대한 공포는 더 이상 새롭지 않지만, 여전히 힘이 셌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또다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강화 전망, 달러화 강세 움직임에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물가는 생각보다 쉽게 내려오지 않고, 경기침체는 빠르게 현실화하면서 경제상황에 악재가 겹치고 있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6.8원 오른 달러당 1435.3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2.4원 오른 1440.9원에 출발해 1441.4원까지 상단을 높이며 지난달 28일 기록한 장중 연고점(1442.2원)을 위협했다.

그러나 연고점 도달을 앞두고 외환 당국의 미세조정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단기 고점에 도달했다고 인식한 시장 참가자들의 달러화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증시는 변동성 장세 끝에 소폭 상승 마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7.16포인트(0.32%) 오른 2219.71에, 코스닥은 3.76포인트(0.55%) 오른 682.00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개장 직후 2177.66까지 저점을 낮췄다가 외국인과 개인 매수에 힘입어 2200선을 회복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은 지난주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미시간대 기대인플레이션 발표에서 고물가 고착화 현상이 뚜렷하게 확인된 이후 또다시 불안한 모습이다.

9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8.2%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미시간대가 발표한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종전 4.7%에서 5.1%로 오히려 높아졌다. 이에 연준이 11월에 이어 12월까지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금리상단의 최종 지점도 연 5% 이상을 내다보기 시작했다. 미국 월가에서는 미국 물가 발표에 대해 “예상보다 뜨거웠다” “물가 진정을 기대했으나 실망스러웠다” “연준 피봇(Pivot·정책 전환) 기대 중단” 등의 반응을 내놓았다.

여기에 영국의 정책 불안, 일본 엔화의 약세 등이 꼬리를 물고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는 상황이다. 파운드화와 엔화가 일제히 약세를 나타내면서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12~113까지 상승했다.

영국은 지난달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430억파운드(약 69조원) 규모의 감세안을 내놓자 재정 악화·물가 상승 우려에 국채 금리가 급등(국채 가격 하락)하고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긴급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여러 차례 시장에 개입했지만, 금융시장은 계속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지난 14일 트러스 총리는 쿼지 콰텡 재무부 장관을 전격 경질하고 법인세율을 25%로 올리는 ‘정책 유턴’을 단행했지만, 여전히 시장은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약 30년 만에 달러당 150엔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달러당 148엔대 위에서 움직였다. 엔화는 전 세계적인 긴축 흐름 속에서도 나홀로 완화 정책을 고수하면서 당국이 엔화 약세를 용인하고 있다.

일본 경제의 기초체력 역시 취약한 상황이어서 엔화 약세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경제와 금융시장이 불안해질수록 일본 정부 혹은 연기금들이 해외 자산을 매각하고 유동성 확보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일본의 유동성 회수 리스크가 전 세계 유동성을 경색시킬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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