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KT&G·남양유업의 주주행동, 이 남자를 거쳤다

박채영 기자

임성철 비사이드 코리아 대표

임성철 비사이드코리아 대표 | 비사이드코리아 제공

임성철 비사이드코리아 대표 | 비사이드코리아 제공

“지난해 저희 플랫폼에서 SM엔터테인먼트(SM) 등을 상대로 행동주의 캠페인이 벌어졌을 때도 홍보비는 1원도 쓰지 않았어요. 주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보면서 ‘주주 행동주의 플랫폼이 정말 필요한 서비스였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SM, JB금융지주, KT&G, BYC, 남양유업, 태광산업에서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주주행동 캠페인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캠페인은 모두 주주행동 플랫폼 ‘비사이드코리아(이하 비사이드)’를 이용하고 있다. 국내 최초 주주행동 플랫폼 비사이드는 비대면 의결권 위임이 주요 서비스지만, 행동주의 캠페인 주최 측과 주주들의 소통 창구 역할도 한다.

지난 8일 경향신문에서 만난 임성철 비사이드 대표는 “지난해 비사이드를 통해 SM을 상대로 캠페인을 벌였던 얼라인파트너스의 사례를 보면서 플랫폼을 통한 행동주의 전략이 유효한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소액주주가 늘고, 주주행동 주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자본시장이 변곡점을 맞았다”며 “앞으로도 주주행동은 자본시장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행동주의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전략

2021년 9월 설립된 스타트업 비사이드는 2022년 3월부터 본격적인 의결권 위임 서비스를 시작했다. 임 대표는 “소액주주가 많아지고 행동주의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더 다양한 행동주의 전략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소수 지분을 가진 기관 투자자가 소액주주와 결합해 의미있는 행동주의 전략을 펼치고, 건전한 자본시장을 만드는데도 기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비사이드는 지난해 얼라인파트너스가 SM을 상대로 펼친 주주행동 캠페인을 계기로 자본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SM 주주총회에서는 감사 선임을 두고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와 이수만 당시 대주주의 표대결이 벌어졌는데, 비사이드를 통해 소액주주들을 결집시킨 얼라인파트너스가 대주주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임 대표는 “‘행동주의 플랫폼을 통한 전략이 자본시장에서 통할까’라는 질문이 남아있었는데, 지난해에 SM 캠페인을 거치면서 이런 새로운 전략이 유효하다는 것이 입증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은 행동주의 전략이 유의미한 승리를 거둔 적이 없었다. 지난해 얼라인파트너스의 SM 대상 캠페인도 상대가 대주주다보니 실험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와는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올해는 비사이드를 찾는 고객이 더 늘었다. 올해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비사이드에서는 SM, 국내 은행지주, 포스코홀딩스, 키스코홀딩스, KT&G, 남양, BYC, 유니온커뮤니티, 태광산업, JB금융 등을 상대로 한 10개의 주주행동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SM, 사조산업, 금호석유화학, 티엘아이 등 4곳에 대한 주주행동 캠페인이 비사이드에서 진행됐다.

행동주의 플랫폼을 만든 이유

비사이드코리아 홈페이지

비사이드코리아 홈페이지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아서 주주총회에도 직접 몇번 가본 적이 있는데, 주주들에게 우호적인 분위기는 아니더라고요. 안건마다 사측 사람들이 박수 치고 ‘동의합니다’라고 소리질러서 소액 주주들이 발언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던 곳도 있고요.”

임 대표가 주주행동 플랫폼을 만든데에는 그동안 본인이 주주로서 느꼈던 답답함도 반영됐다. 그는 “의결권 위임도 그동안은 주주들의 집에 방문해서 수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의결권 수거 업체가 집으로 찾아가서 안건에 대한 제대로된 설명도 하지 않고 싸인만 받아왔다”며 “주주들은 자신의 주주권이 침해되는지도 모르고 싸인을 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비사이드가 위임 서비스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역할은 주주들에게 ‘의결권을 위임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컨텐츠를 제공하는 소통 창구가 되는 것이다. 비사이드는 홈페이지와 어플리케이션에 각 캠페인 별로 페이지를 만들고 캠페인 주최 측이 주주와의 소통 창구로 쓰도록 하고 있다.

임 대표는 “예탁결제원의 전자투표 서비스는 훌륭하지만, 안건을 세세하게 설명해주지는 않는다”며 “기능적인 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컨텐츠가 필요하고, 우리는 컨텐츠의 수요와 공급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 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분과 대안 갖춘 행동주의 캠페인이 우선

“비사이드를 이용하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저희와 만난 곳들은 40군데가 넘어요. 그런데 지금 비사이드에서 열린 행동주의 캠페인은 10개에요. 저희가 판단하기에 명분이 없고 대안도 뚜렷하지 않은 캠페인인 거절하고 있어요.”

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이기 위해 비사이드를 찾는 고객은 운용사, 상장사 혹은 소액주주로 다양하다. 비사이드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대가로 이들에게 비용을 받는다. 비사이드를 이용하는 일반 주주들에게는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는 많은 캠페인을 열수록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비사이드는 대면 미팅을 거쳐 ‘주주들이 공감할 수 있을만한 캠페인’에게만 플랫폼을 이용할 기회를 주고 있다.

임 대표는 “지금까지 비사이드를 찾아오신 분들 중에는 자기가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선임시키고 싶다는 개인 주주도 있었고, 재무재표 승인 같은 평이한 안건의 의결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찾아오는 상장사도 있었다”며 “하지만 이런 캠페인들은 플랫폼에 오픈이 되더라도 주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거절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앞으로 우리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고 비사이드를 통해 더 많은 주주제안이 통과가 될 때, 모든 캠페인을 다 올려주면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자본시장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주주총회에 올라오는 안건 중에는 악의적인 안건도 종종 있다”며 “비사이드를 통한 주주들의 참여로 악의적인 안건이 통과되고 기업이 망가지는 상황을 조심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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