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시장의 온도’를 의심할 시간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모임 성수기는 연말이다. 다년간 경험으로 실패 없는 음식 선택지 중 하나가 바로 ‘대방어’다. 두껍게 썰어 12월에 먹어줘야 기름지면서 고소한 방어의 감칠맛이 극대화된다. 방어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것이 제주 방어이다. 11월 말에 제주 방어 축제가 열리지만, 제주산이 아닌 동해산이 많다. 더울 때는 캄차카반도 근처에 있다가, 겨울이 되면 제주 근해까지 내려왔던 방어는 이제 동해에서 머문다. 수온이 오르자 동해에 명태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방어가 가득해진 것이다. 온도 변화가 어족 자원의 변화를 가져왔고, 그에 적응한 고기잡이배는 만선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만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할 일은 어족 자원이 풍부한 곳에, 적절한 미끼를 사용하는 것이다. 같은 장소라도 수온 때문에 어족 자원이 변화하면, 게임의 양상은 바뀐다. 변화에 적응한 어부만이 생존할 수 있다.

주식시장도 다르지 않다. 상황이 바뀌면 게임의 양상 역시 변한다. 투자자들이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원인만 안다면,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과관계를 특정하기 힘들다. 투입변수와 산출변수 사이의 인과관계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식은 금리 상승기에 하락하고, 금리 하락기에 상승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금리와 주가가 반대로 가는 것만은 아니다. 투자수요가 강하고 경기전망이 낙관적일 때 금리 상승은 투자자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엄밀히 말하면 금리가 올라가도, 높아진 금리 이상으로 기업들이 돈을 더 벌면 주가는 올라간다. 반대로 금리가 내려가도, 기업들이 그 정도 금리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불황기에 들어서면 주가는 하락한다.

결국 금리와 주가의 관계는 상대적이다. 수온이 변하면 어종 자원이 변하듯이, 높고 낮음의 금리기준이 변하면 자산 가격은 이에 따라 재편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최종 금리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금리 정점 이후 제로금리 시대로의 회귀 가능성은 희박하다. 금리는 앞으로 상당기간 과거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9월 인터뷰에서 “연준은 1970~1980년대 인플레이션의 재반등과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수요를 둔화시키고 가격 상승 압력을 제한하기 위한 강한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act strongly)”고 강조했다. 금리 상승만 멈추면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아갈 거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온(금리)이 올라왔고 각 경제주체는 이에 적응해야 한다. 저리 조달 자금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높은 평균 금리가 적용된 자금으로 교체되어갈 것이고, 부동산이든 가계 소비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12월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내년 기업 이익 증가세가 가속화될 거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연도별 영업이익 증가율로 보면, 2021년 67.4% 이후 2022년과 2023년 연속으로 둘 다 -12%의 감익이었지만, 현재 시점 2024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1% 증가다. 2024년 기업들이 이만큼 좋아지기는 힘들다. 자동차 기업들의 실적도 기대가 너무 높다. 현대기아차의 견조한 수출은 미국 향 수출 덕인데, 미국의 자동차 수요를 낙관하기엔 다소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2024년 실적 증익의 한 축인 반도체에 대한 기대도 너무 높다. 반도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찾는 과정에서 기업 실적은 오르고 내린다. 하지만 AI로 인한 신규 디바이스에 대한 기대를 앞서 반영하고 있다. 실수요가 아닌 기대감에 의한 실적 기대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가 식고 있다. 어떤 이는 경기가 부진하면 정책 금리 인하가 뒤따를 것이란 점에서 호재라 하지만 그보다 경기가 식어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이를 반영해 3분기 실적 시즌 이후 주가는 올라왔지만 2023년과 2024년의 연간 이익 컨센서스 하락이 본격화되고 있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258조원에 달하는 현재 컨센서스가 200조원 내외까지 내려오는 구간이 뒤따를 것이다. 의심의 시간은 이미 시작되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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