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뚝 떨어지는 저축은행 신용등급···건전성 위기 본격화

윤지원 기자

업계 6위, 페퍼저축은행 ‘투기등급’ 목전

PF대출 부실화, 신용 낮은 차주 개인 대출 건전성 우려 높아져

뚝뚝 떨어지는 저축은행 신용등급···건전성 위기 본격화

최근 저축은행들의 신용등급이 연달아 강등되며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국내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면서 그 불똥이 부실채권 비율이 높은 저축은행으로 튀고 있다. 업계에선 자본 조달력이 낮은 중소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건전성 문제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최근 일부 저축은행에 비상시 필요한 자금조달 계획안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산순위 6위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15일 나이스신용평가사에서 ‘BBB-(부정적)’ 신용등급을 받았다. 기존 신용등급 ‘BBB(부정적)’에서 하향조정된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사는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자본 조달비용이 늘고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점, 경기 회복이 지연돼 자산건전성이 악화된 점을 강등 이유로 밝혔다.

물론 신용등급 등락이 저축은행 유동성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저축은행은 은행이나 카드사처럼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용등급이 BBB 아래인 ‘투기등급’으로 더 떨어질 때다. 투기등급이 되면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반납해야 한다. 퇴직연금은 저축은행들 총 정기예금의 3분의 1에 달해, 여기서 돈줄이 막히면 유동성에 직접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페퍼저축은행의 건전성 지표를 보면 향후 등급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여신에서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12.9%로 업계 평균(8.8%)보다 높다.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 대출채권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언제라도 고정이하로 내려갈 여지가 있는 요주의이하여신(연체 1개월~3개월 미만) 비율도 26.6%에 달한다.

페퍼저축은행뿐만이 아니다. 중소 저축은행인 바로저축은행은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JT친애저축은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최근 몇주 사이 연달아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서 투기등급을 코 앞에 두고 있다.

금감원 ‘비상 자본조달 계획’ 요구에
업계 “중소 저축은행 구조조정 압박”

뚝뚝 떨어지는 저축은행 신용등급···건전성 위기 본격화

저축은행 업권이 전반적 하방 압력을 받는 것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무관치 않다. 저축은행은 총자산 대비 부동산 PF 취급 비중이 16.5%로 2금융권 가운데 가장 높고, 그중에서도 건설사 신용보강이 들어오기 전 단계인 브릿지론 비중도 크다.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수록 저축은행의 건전성은 취약해질 수 있는 구조다.

최근 금감원은 일부 저축은행에 비상시 자본조달 계획 외에도 재무구조 관리 방안 등 건전성 관리 계획 제출을 주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곳들이 생기면서 저축은행의 건전성 우려가 커진 만큼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위기에 대비한 자본조달 계획을 미리 짜두라는 통상적 조치”라며 “증자 등 구체적 자본확충 방안을 명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자본조달 계획 요구는 전체 79개 저축은행 중에서도 자산순위와 자본조달력이 낮은 중소형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당국이 중소형사 업권 구조조정을 압박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같은 사람이 영업권이 다른 비수도권 저축은행을 최대 4개까지 소유하거나 지배할 수 있도록 저축은행 인수합병(M&A) 기준을 고쳤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소형 저축은행을 큰 회사로 편입시키거나 서로 뭉치게 만들어 경쟁력을 키우도록 유도한 것이다.

다만 지난해 매물로 나온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해 우리금융저축은행이 실사까지 진행한 뒤 인수 의사를 포기하는 등 M&A가 쉽게 이뤄지진 않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미 모기업에서 증자를 받아 자기자본비율(BIS비율) 규제 수준을 넉넉하게 충족하는 저축은행이 많은데, 일부를 상대로 또 자본조달 계획을 요구했다는 것은 이참에 개인 대주주 소유의 중소형사를 정리하겠다는 당국 의지가 아니겠나”라면서도 “업무 확장성, 성장 가능성이 낮은 저축은행을 이 시점에 적극적으로 매수하려는 기업을 만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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