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계좌 개설’ 대구은행 제재 때 금감원, ‘전관’ 등기이사는 쏙 뺐다

윤지원 기자

전·현직 부·본부장 5명에만 책임

시중은행 전환 밀어주기 특혜 의혹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무더기로 임의 개설한 대구은행에 대한 금융당국 제재 대상에 등기임원은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시중은행 전환 심사를 받는 대구은행을 위해 금융감독원이 ‘봐주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4일 경향신문이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보면, 불법 증권계좌 개설로 지난 17일 제재를 받은 대구은행 본점 본부장급과 부장급 직원은 전직 마케팅본부장 2명, 현직 리테일마케팅 부장 1명, 전현직 IMBANK본부장 2명 등 총 5명이다. 이들은 고객 동의 없이 증권계좌를 개설한 현장 직원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문제, 즉 내부통제 책임을 지고 제재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제재를 받은 본부장급은 모두 미등기임원이었다. 은행장과 사외이사를 제외한 대구은행의 유일한 등기임원인 상임감사위원 A씨는 이번 제재 대상에서 빠졌다. 대부분 은행은 자체적 감사위원회를 두면서 외부에서 상임감사를 별도로 선임하고 있다. 여기에는 통상 국장급 이상 고위직을 지낸 금감원 출신이 많이 가는데 A씨 역시 은행감독국장을 지낸 금감원 전관이다. A씨는 2021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상임감사로 선임됐고, 그로부터 5개월 뒤 56개 영업점 직원 111명의 불법적인 증권계좌 개설 작업이 시작됐다.

업계에서는 A씨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을 두고 시중은행 전환 심사를 받는 대구은행에 특혜를 준 것이라는 의혹이 나온다. 은행법상 시중은행 전환을 심사할 때는 주주 또는 임원의 위법 행위 여부를 따지게 되어 있다. 여기서 임원은 ‘등기임원’에 한정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결국 이번 제재 대상에 A씨가 포함됐다면 시중은행 전환 과정이 어려울 수 있었는데, A씨가 제재에서 제외되면서 결격 사유가 사라진 셈이다.

강훈식 의원은 “업무감사를 업으로 하는 상임감사위원이자 등기임원인 금감원 출신 A씨가 관리 책임이 없다고 판단받은 셈”이라며 “금감원의 자기 식구 출신 인사 봐주기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특혜 부여라는 목표를 한 번에 달성한 제재”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임감사를 제재하기 위해서는 알고서 봐줬다는 등의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관련 없는 자를 제재할 수 없고 특혜를 준다는 것은 더더욱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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