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투세는 밸류업과 상충”…전문가들 “팩트 틀린 월권”

윤지원 기자

이복현, 폐지 안하려는 정치권에는 “비겁하다”

전문가들 “금감원장 이런 말할 자격없고 내용도 틀려”

이복현 금감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야당 일각에서 거론된 것으로 보도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과세 유예 방안에 대해 “비겁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금투세 도입이 국내 증시 부양에 상충되며, 과세 대상도 부자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원장의 발언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고, 금감원장이 조세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자체도 ‘월권’으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25일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을 마치고 진행된 언론 브리핑에서 최근 정치권에서 거론된 금투세 유예 방안에 대해 “과하게 얘기하면 비겁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금투세 제도라는 것이 수년 전엔 합리성이 있었지만 당시와 지금은 채권 시장 발달, 자본시장 변화를 고려할 때 과세 수입 측면에서 긍정보단 부정 영향이 크고 밸류업과 상충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게 기관 등의 의견”이라며 “정부 의견을 종합해 국회에도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금투세 도입이 밸류업과 어떻게 상충되는지에 대해선 “특정 배당소득에 대해 지나친 부담을 주면 자본시장 전체 유동성이 줄고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던 투자자도 들어가지 못하는 악순환 우려가 있다”며 “금투세 부과 대상이 (제도 설계)당시 부자라고 한 것이 지금 상황에서 맞는지 싶다”고 덧붙였다.

금투세는 주식 양도차익에서 5000만원을 뺀 금액에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걷는 제도다. 당초 2023년 도입 예정이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유예됐고, 4·10 총선을 앞두고는 정부가 폐지 방침을 밝혔다. 여당의 총선 패배로 원래 예정대로 내년부터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도입 시기를 유예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이날 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예정대로 내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기관 의견을 빌어 ‘금투세는 합리성이 없다’고 했지만 실상은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현재는 주식·파생상품, 파생결합증권, 채권 등에 대해 걷는 세금이 각각 세율과 적용 세제, 기본 공제 금액이 모두 다르다. 조세 중립성이 왜곡된 상태라는 이야기다. 반면 금투세는 모든 금융상품에 대해 5년 동안의 손실과 이익을 감안한 순이익을 따져 세금을 적용하기 때문에 왜곡된 중립성을 바로잡는 기능이 있다.

투자자들도 금투세를 냄으로써 이득을 볼 수도 있다. 해외 주식 투자를 한 경우 현재는 수익이 나면 세금을 물지만 손해를 봤더라도 금융 과세 때 공제를 받을 수 없다. 금투세는 국내외 금융투자 수익과 손실을 모두 감안하기 때문에 손실이 크면 국내 과세 때 보상을 받게 되는 구조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금투세가 없는 현재는 단순히 한 개 상품에서 수익이 났다는 이유로 금융 투자의 종합적 손실 여부를 떠나 세금을 물어야 했다. 이 때문에 금투세는 투자업계가 먼저 요청해 논의가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 밸류업과 상충한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배당에는 세금을 물리면서 양도차익에는 안 물리는 현 조세 제도는 단타를 부추겨 국내 증시 밸류업을 오히려 저해한다”고 말했다. 세금은 주식을 덜 사게 만들 수도 있지만 반대로 주식을 빨리 팔아 이익을 챙기려는 시도를 줄일 수 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 낸 결론은 금투세를 부과한다고 해서 주가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화한 금융시장을 갖춘 나라들이 모두 자본이득세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금투세 과세 대상이 부자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이 원장의 주장도 팩트와는 거리가 멀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내 주식 투자자(1440만명) 중 15만명(1.04%) 정도가 금투세를 낸다. 손실을 공제 받고도 5000만원 이상의 금융소득을 얻은 사람은 전체 투자자의 1%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이 원장의 이같은 공개 발언이 월권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시장 감독 업무를 총괄하는 금감원장이 조세 정책에 대한 의견을 과도하게 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의 총선 패배 후 대통령실 법률수석 등으로 거론되자 “다른 추가 공직에 갈 생각이 없다”며 스스로 선을 그어놓고도, 다른 한편에선 본인 권한을 넘어서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조세 전문성도 없이 무분별한 발언을 이어가는 금감원장은 그 자체로 월권 행위이고 이럴 거면 대통령실에 가는게 맞다”며 “국회가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금감원장이 자기 직업의 정의를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