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조의 불신, GM 본사가 약속 어겨온 탓 아닌가”

구교형 기자

한국지엠 부도 임박했던 4월20일 저녁, 암만 GM 사장 마음 바꾼 홍영표 위원장의 전화 담판

미국에 전화해 협상 연장 요구

암만 사장과 서로 역정도 내며 시한 사흘 뒤로 연장 이끌어내

지난달 26일 국회를 찾은 댄 암만 GM 총괄사장(왼쪽)과 더불어민주당 한국지엠대책특위 홍영표 위원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달 26일 국회를 찾은 댄 암만 GM 총괄사장(왼쪽)과 더불어민주당 한국지엠대책특위 홍영표 위원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달 20일 한국지엠 노사협상이 불발되면서 부도 위기가 임박한 시점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댄 암만 GM 총괄사장과 ‘전화 담판’을 벌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홍 의원은 서울 도심의 한 호텔에서 정부 당국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에 체류 중이던 암만 사장과 설전 끝에 노사협상 시한을 사흘 연기하는 데 합의했고, 이후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정부의 재정지원 문제까지 일사천리로 해결됐다. ‘GM 사태’는 이를 계기로 전북 군산공장 폐쇄 발표 이후 석 달 만에 경영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14일 정부와 국회, 한국지엠 노사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달 20일 오후 7시15분 서울 중구에 있는 웨스틴조선호텔 1층 비즈니스룸에 국회 한국지엠대책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 의원과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GM이 마감시한으로 못 박은 당일 저녁까지 한국지엠 노사가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상’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긴급 회동을 가진 것이다. 이보다 앞서 엥글 사장과 임한택 한국지엠 노조 지부장이 비공개 협상을 벌였지만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GM이 엥글 사장을 통해 본사의 입장은 법정관리 신청으로 기울었다고 정부와 국회에 전한 가운데 홍 의원은 미국 디트로이트에 있는 암만 사장을 전화로 연결했다.

수화기를 든 암만 사장은 “홍 의원에게 질문하겠다. ‘잠정 합의’가 왜 도출되지 않은 것인가”라고 물었다. 홍 의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인천 부평2공장에 대해 노조가 생산물량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내일·모레 협상을 다시 하기로 하고 나도 배석해 노조를 설득할 예정이다. 잠정 합의를 월요일까지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암만 사장은 “지난 수주 동안 협상했지만 실패했다. 이틀 말미가 주어진다고 무엇이 달라지냐”고 쏘아붙였다. 홍 의원은 “GM이 법정관리를 간다고 의결하면 정부가 집중적으로 협상을 지속할 명분이 사라진다. GM은 사업을 접을 듯한 의사를 내비치는데 정부가 지원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암만 사장은 “시간이 없다. 시한 내 진척이 없어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홍 의원이 암만 사장을 향해 역정을 냈다. “노조가 회사에 불신을 갖게 된 여러 계기가 있다. 2013년 8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본사에서 공식적으로 얘기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쉐보레 대형 세단) 임팔라도 1만대 이상 팔면 부평2공장에서 생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이런 일들이 수없이 반복됐다. 노조는 생산물량만 보장하면 임금 (삭감) 등을 양보하겠다는 입장을 2012년도부터 밝혔지만 GM은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올해 들어 갑자기 전투같이 이러니(구조조정을 추진하니) 불신이 높아진다. 세계 어느 나라 정부도 GM 문제를 이렇게까지 신경 써서 해결하지 않는다. 노사협상만 끝나면 정부 결정은 하루이틀 안에 나올 것이다.”

이에 암만 사장은 “지금 단계에서 과거사를 돌아보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한발 뒤로 물러났다. 홍 의원은 “내일 아침부터 노사교섭도 잡혀 있다. 향후 비즈니스를 생각해 월요일에 타결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암만 사장은 “월요일까지 안되면 부도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노조가 월요일까지 잠정 합의에 타결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홍 의원께서 지켜주겠다는 것을 믿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 같은 담판은 정부 당국자들이 비공개로 이들의 대화를 청취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국내 협상 창구 역할을 해온 엥글 사장은 “이사회에서 부도 신청 연기를 권고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1시간35분간의 담판이 종료됐고 당일 오후 8시 이사회를 소집해 법정관리 신청 안건을 의결하려 했던 한국지엠은 사흘 뒤인 23일로 이사회를 연기했다. 이후 노사협상은 23일 극적으로 타결됐고 26일에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암만 사장이 만나 ‘한국 시장 10년 이상 유지’를 전제로 산은이 신규자금 8100억원을 한국지엠에 지원하는 데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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