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해체산업 키워 2035년까지 세계 5위 도약”

남지원 기자

산업부, 올해부터 일감 조기 발주·500억 펀드 조성 금융지원 밝혀

세계시장 10% 점유 목표…핵심 기술 아직 없어 현실성엔 의구심

“원전 해체산업 키워 2035년까지 세계 5위 도약”

정부가 원자력발전소 관련 산업 체질을 ‘건설과 운영’ 중심에서 ‘해체와 폐기물 관리’로 확장하기 위해 민관 합동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고리 1호기 해체를 시작으로 2030년대 중반까지 원전 해체분야 ‘톱5’로 진입하겠다는 게 목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원전 해체 기술력도 경험도 부족한 한국이 세계 시장을 잡겠다는 계획에 현실성이 있느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3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원전 해체 산업 육성전략’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2022년부터 시작되는 고리 1호기 해체 경험을 기반으로 원전 해체 산업을 키워 새 먹거리로 삼겠다는 게 전략의 골자다. 산업부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453기, 영구정지된 원전은 170기에 달한다. 가동 원전 중 30년 이상 된 원전이 68%에 달해 해체 수요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미국 컨설팅업체 베이츠화이트는 향후 원전 해체시장이 549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앞으로 원전 30기를 해체해야 하는 국내 시장도 최소 22조5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원전기업들에 미리부터 해체 관련 일감을 만들어주는 방법으로 해체기업을 육성해 2035년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고 점유율 5위권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 첫 원전 해체는 2022년 고리 1호기부터 시작되지만, 당장 올해부터 초기 시장을 만들 수 있도록 방사능 오염과 관련이 적은 설비 구축사업과 시설투자 등 25개 사업을 조기에 발주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고리 1호기 터빈건물 격리공사, 월성 1호기 최종해체계획서 작성 사전용역 등이 올해부터 시작된다. 기존 원전기업 인력을 재교육해 해체 전문인력으로 양성하고, 500억원 규모의 에너지혁신성장 펀드를 조성해 금융지원을 한다는 내용 등 원전기업들이 해체기업으로 거듭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실적’을 중요시하는 글로벌 시장에는 단계적으로 진출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첫 단계로 2020년대 중반까지는 선진국 원전 해체시장에서 폐기물 처리 등 단위산업을 수주하고, 이를 기반으로 독자적 원전 건설·해체 기술이 없는 제3국의 원전 해체에 선진국과 공동 진출한다. 2030년대 이후에는 제3국의 원전 해체에 한국 주도로 진출한다는 게 목표다.

정부는 미리 기술을 키워 시장 확대에 대비하면 조만간 커질 원전 해체시장을 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직까지 상업용 원전을 해체해 본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고, 독일과 일본, 스위스 정도만이 실험용 소형 원자로를 해체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해체 관련 핵심기술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고 해체 경험도 아예 없는 한국 원전 해체 산업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정도로 클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현재 한국이 확보한 기술은 선진국 대비 82% 수준이며, 제염과 해체, 폐기물 처리 등 핵심기술은 2021년 확보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한 원전 전문가는 “글로벌 해체시장이 수백조원 규모라고 하지만 이미 건설과 해체 기술을 보유한 선진국 해체시장에는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 한국이 접근 가능한 시장 규모 자체가 작다”며 “탈원전으로 일감이 떨어졌다고 아우성치는 원전기업들을 달래기 위한 차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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