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수명연장 후 잦은 고장…법적·정치적 곡절 끝 ‘퇴역’

남지원 기자

원안위, 월성 1호기 ‘영구정지’ 결정

내년 2월 2심 판결·감사원 감사 결과 따라 ‘불씨’는 남아

2년 전부터 멈춘 상태…한수원, 본격 해체 수순 밟을 듯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장(왼쪽)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 세종대로 원자력안전위에서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원안위는 이날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를 영구정지키로 의결했다.  연합뉴스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장(왼쪽)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 세종대로 원자력안전위에서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원안위는 이날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를 영구정지키로 의결했다. 연합뉴스

‘노후원전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고 새 원전은 짓지 않는다’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원칙에 발맞춰 월성 1호기가 24일 국내 두 번째로 영구정지된 원자력발전소가 됐다. 당초 지난 정부 때 설계수명이 끝난 월성 1호기는 안전 문제는 물론 경제성이 없는데도 수천억원을 쏟아부어 억지로 연명했다가 끝내 문닫는 꼴이 됐다. 이번 영구정지 결정 뒤에도 감사원 감사 결과 등에 따른 논란의 불씨는 남았다.

지난 5년간 월성 1호기가 거친 ‘퇴역’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1982년 첫 가동을 시작해 이듬해 상업운전에 들어간 경북 경주의 월성 1호기는 2012년 30년의 설계수명을 마치고 가동 중단됐다. 이후 2015년 2월 원안위로부터 ‘계속운전’(수명연장) 10년을 승인받아 재가동됐다. 그러나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가압중수로형 원전인 월성 1호기는 1970년대에 설계되고 지어져,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전 공급국인 캐나다가 새로 도입한 최신 안전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 지진 위험이 과소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럼에도 원안위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안전성 심사결과 보고서 등을 근거로 계속운전을 승인했다. 앞서 원안위 결정이 나기도 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수명연장을 전제로 2009~2011년 월성 1호기의 설비 개선에 5600억원을 투입하기도 했다.

결국 재가동된 월성 1호기는 2016년 설비고장으로 발전이 두 차례 정지됐다. 2017년 5월에는 계획예방정비 도중 원자로 건물 부벽 콘크리트 결함 등이 새로 드러나 발전이 멈췄다. 원안위가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을 승인한 결정이 위법이라며 법원도 제동을 걸었다. 서울행정법원은 2017년 2월 경주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이 원안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수명연장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내년 2월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월성 1호기, 수명연장 후 잦은 고장…법적·정치적 곡절 끝 ‘퇴역’

발전소 이용률이 계속 떨어지자 한수원 이사회는 적자 누적 때문에 지난해 조기폐쇄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자유한국당을 앞세운 국회가 ‘한수원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고의로 과소평가했다’며 지난 9월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했다. 한수원이 회계법인에 맡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보고서에는 월성 1호기를 2022년 11월까지 계속 운전할 경우 ‘손익분기점’이 되는 원전 이용률은 54.4%다. 경제성을 과소평가했다는 측은 월성 1호기의 이용률이 60%만 돼도 224억원의 순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더 가동해도 된다고 주장하지만, 한수원은 최근 강화된 규제 환경에서 손실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만일 감사 결과 한수원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고의로 낮춰 잡았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2025년까지 수명을 다할 예정인 원전 4기도 계속 가동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질 수도 있다.

그러나 감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이미 발전을 멈췄고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월성 1호기가 폐로에 들어가는 것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2017년 영구정지와 함께 발전을 멈춘 고리 1호기와 달리, 월성 1호기는 이미 2년 넘게 멈춰 있던 상태라 따로 가동을 멈추는 과정을 밟을 필요도 없다. 한수원은 조만간 전담조직을 구성해 최종해체계획서 작성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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