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고차 거래량이 연간 250만대를 웃도는 가운데 매매상 개입 없이 당사자들이 직접 중고차를 거래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2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내놓은 ‘2020년 국내 중고차 거래현황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중고차 거래량은 전년 대비 5.3% 증가한 251만5000대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차 거래량(190만5000대)보다 1.3배 많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대중교통 기피 현상과 구매력의 양극화에 따른 중고차 수요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매매업자를 통하지 않고 당사자들이 직거래한 중고차는 전체의 54.7%인 137만6000대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6.3% 늘어난 수치다. 보고서는 “개인 직거래 비중이 미국, 독일 등 해외시장(30% 수준)보다 이례적으로 높은 것은 시장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차량 가격도 매매상과의 거래를 기피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매업자를 통한 평균 거래 가격은 1126만9000원으로, 당사자 간 거래가(604만6000원)보다 1.9배 높았다. 동일 모델, 동일 조건(연식·주행거리·배기량 등)일 때도 매매업자를 통한 거래가가 당사자 직거래가보다 최대 1.4배 높았다.
국산차 거래가 주춤하는 사이 수입차 거래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차 시장에서 국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88.0%에서 2019년 87.0%, 2020년 85.8%로 감소했지만 수입차는 2018년 12.0%, 2019년 13.0%, 2020년 14.8%로 매년 1%포인트씩 증가했다. 수입차 중 독일 브랜드 점유율이 66.1%로 가장 높았다. 일찌감치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 독일 브랜드는 인증 중고차 제도로 소비자의 불안감을 해소해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중고 전기차 거래도 활발해져 거래량이 2018년 2만5000대에서 지난해 7만6000대로 약 3배 늘었다. 그러나 중고 전기차의 감가율은 50%에 육박한 반면, 동일 모델의 휘발유차 감가율은 27%로 전기차 가격이 더 빨리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가율은 신차 가격 대비 중고차 값의 하락 비율로, 감가율이 낮을수록 차량을 되팔 때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완성차 업체의 조속한 중고차 시장 참여로 소비자들의 지불에 걸맞은 품질을 보장해 중고차 시장 신뢰는 물론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