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1호’만은 피하자…기업들 비상

노정연 기자

‘중후장대’ 업체들 긴장 고조

최고경영자 조사 땐 중대 타격
포스코 설비가동 중 정비 금지
임원 승진 40% 현장 출신으로
현대중공업은 특별 안전점검

건설현장 설연휴 앞당겨 휴무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며 기업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1호 처벌 기업’은 되지 말자는 경계심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된 가운데 중대재해 발생률이 높은 ‘중후장대(重厚長大)’ 기업들은 안전 관리체계 점검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해 1월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같은 달 26일 공포된 중대재해처벌법은 27일부터 시행된다. 사업장 내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이 법의 골자다. 앞으로 산업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사망 외의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 대상이 된다.

그동안 인명사고가 잦았던 철강·중공업·석유화학 등 중후장대 업계는 초비상 상태다. 관련 기업들은 안전전담 부서를 신설하거나 안전 담당 임원의 직급을 높이는 등 지난해부터 조직 개편에 나서고 있다. ‘유사시’ 최고경영자(CEO)에게 집중될 수도 있는 책임을 미리 분산시키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안전환경기획실’을 본부조직으로 격상하고 올해 정기 인사에서 상무보급 전체 승진 인원의 40%를 현장 출신으로 구성했다. 현장 생산과 안전의 중요성을 고려했다는 게 포스코의 설명이다. 포스코는 불가피한 경우 외에는 설비 가동 중 정비·수리 작업을 금지했다. 또 안전 관련 스마트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협력사 직원을 포함한 제철소 내 모든 근무자가 불안전한 작업을 요구받거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발견할 경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안전신문고’를 통해 실시간으로 조치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중공업은 다음달 6일까지 작업장 내 위험요소 파악·개선사항을 보고하는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지난 24일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는 25일 담화문을 통해 “올해를 중대재해 없는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모든 안전조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사장 직속의 안전보건총괄 조직을 만들었으며, 동국제강도 ‘동반협력실’을 신설하고 산하에 조직 전사 안전총괄조직인 ‘안전환경기획팀’을 구성했다.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대표 업종인 건설업계에서도 ‘1호 처벌’만은 피하자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설연휴를 앞당겨 법 시행일인 27일부터 휴무에 들어가는 건설업체도 있다.

한 중후장대 업체 관계자는 “최근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와 현대중공업 노동자 사망 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하며 경각심이 더욱 커진 상황”이라면서 “특히 ‘1호 수사 대상’에 오를 경우 기업의 오너나 최고경영자까지 고강도 조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 부담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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