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의 나 홀로 성장 뒤엔 ‘든든한 파운드리 생태계’가 있다

이재덕 기자

삼성 제치고 3분기 반도체 매출 1위…대만 내 파운드리 기업·패키징 업체들 많아 계약에 이점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는 메모리 업황 주기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세를 보였던 2021년 3분기에는 삼성전자가 미국의 인텔을 제치고 글로벌 매출 1위에 올랐다. 메모리가 본격적인 침체기에 들어선 올해 3분기에는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반도체 매출(잠정)은 24조6757억원으로, TSMC의 6131억4300만대만달러(약 27조400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TSMC가 반도체 매출 1위에 올라선 것은 AI(인공지능), 클라우드, 차량용 반도체 등 ‘맞춤형 시스템 반도체’의 수요가 늘면서 파운드리 시장이 1300억달러(약 185조원) 규모로 커진 덕분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애플·구글 같은 고객사와 통상 3개월 단위로 구매 계약을 체결하지만, 파운드리는 고객사와 장기 계약을 맺기 때문에 경기를 잘 타지 않는다는 장점도 작용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투자 등으로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은 이 때문이다.

최첨단 파운드리 공정인 5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 제작은 전 세계에서 TSMC와 삼성전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점유율 면에서 삼성전자는 아직 TSMC의 상대가 안 된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18%로, TSMC 점유율 53%에 한참 뒤져 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 반도체 양산에 성공하는 등 초미세공정 기술을 우선 확보하는 방식으로 역전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5나노 이하 공정에서 TSMC보다 낮은 수율을 끌어올리는 게 우선 과제다.

나아가 업계는 국내에 ‘파운드리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대만은 TSMC 외에도 UMC(점유율 7%), PSMC(2%), VIS(1%) 등 다양한 파운드리 기업들이 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의 도면을 TSMC에 맞게 재디자인 해주는 디자인하우스 업체도 상당수다. 반도체 후공정으로 분류되는 패키징 1위 ASE 역시 대만 업체다.

국내 반도체 패키징(포장)업체 관계자는 “팹리스 업체들이 TSMC와 삼성전자 중 하나를 선택할 때는 디자인하우스나 패키징 업체 등 연관된 파운드리 생태계를 함께 살핀다”며 “한국의 파운드리 생태계가 상대적으로 부실한 것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힘이 안 실리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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