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웹툰 ‘별점테러’ 이어 보이콧 확산, 왜···창작자와 AI 충돌

김은성 기자

독자들, AI 활용한 웹툰에는 점수 낮게 줘

음악·소설 등 다른 분야로도 확산할 수 있어

AI 활용 확산 앞두고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

네이버웹툰 갈무리.

네이버웹툰 갈무리.

웹툰 영역에서 생성형 AI(인공지능)와 창작자들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웹툰 작가들은 “AI가 작품을 무단 도용한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등에서 ‘AI 웹툰 보이콧’ 운동을 시작했다. 독자들도 AI를 활용한 웹툰에는 점수를 일부러 낮게 주는 ‘별점테러’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충돌은 음악과 소설 등 다른 분야로도 확산할 수 있어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AI를 막기보다는 작가들과 논의를 통해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을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5일 웹툰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 도전만화에서는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AI 웹툰 보이콧’이라는 이름의 게시물이 60여편 게시됐다. 트위터 등의 SNS에서도 유사한 글이 퍼지고 있다. 도전만화는 누구나 웹툰을 올릴 수 있는 네이버웹툰의 아마추어 창작자 플랫폼이다.

‘AI 웹툰 보이콧’은 제각기 다른 이용자 아이디로 게재됐다. 게시물을 누가 제작했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게시물에는 AI 활용 웹툰이 지닌 문제점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AI가 만든 그림은 단 한 장도 저작권에서 안전하지 않다”며 “기술의 발전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무단도용과 복제·짜깁기한 이미지, 훔친 그림의 상업적 이용, 초상권 침해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네이버에 올린 작품이 향후 AI 학습에 활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네이버 약관은 “회원이 네이버웹툰 서비스 내에 게시하는 게시물은 네이버 웹툰 및 네이버 서비스를 위한 연구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 조항이 AI에 작품을 학습시키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네이버웹툰 측은 “도전만화와 베스트도전, 공모전 출품작 등의 웹툰을 자사 AI 학습에 활용하지 않았고 향후에도 그럴 계획이 없다”며 “이런 사항을 작가들과 계약할 때 상세히 알려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더 나아가 다른 AI가 자사 웹툰을 끌어가는 것을 막고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용자들도 AI를 활용한 웹툰에 거부감을 표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에서 지난달 말 연재를 시작한 <신과 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은 AI로 제작됐다는 의혹에 휩싸여 별점테러를 당하고 있다. 제작사가 “후보정 과정에서만 AI를 썼다”고 밝혔지만, 별점이 2점대(10점 만점)에 머물고 있다. 독자들은 저작권 문제와 함께 AI로 만든 그림에서 나타나는 특징(이상한 손가락 모양과 어색한 구도 등)에 불쾌함을 드러냈다.

논란이 커지자 웹툰 플랫폼들은 공모전에서 AI 기술을 적용한 작품의 출품을 금지했다. 네이버웹툰은 최근 ‘지상최대공모전’ 1차 합격자들에게 “2차 접수 작품에는 생성형 AI 활용이 불가하다”고 안내했다. 카카오웹툰은 게릴라 공모전에서 선발 제외 대상으로 ‘인손인그(인간의 손으로, 인간이 그린)가 아닌 작품’을 명시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1월 세계 최대 이미지 판매 기업인 게티이미지는 생성형 AI 업체인 스태빌리티AI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2월에는 미국 저작권청이 만화 <새벽의 자리야>에서 AI로 이미지를 만든 부분의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AI·저작권법 제도개선 워킹그룹’을 꾸려 저작권법 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전문가와 업계에서는 AI를 무조건 배척하기보다는 저작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창완 세종대 창의소프트학부 만화애니메이션텍 교수는 “작가들과 논의를 통해 데이터 학습 시 저작권을 명시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도록 법제화시켜야 한다”며 “작가들도 과도한 공포감을 갖기보다, AI를 작품의 질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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