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자급률 49.2% ‘위기의 식탁’ 식량안보 위협

김준기기자

지난해 사상 최초 50% 미달…곡물 파동 땐 식량안보 위협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50% 이하로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식량자급률이 계속 낮아지면 전 세계적인 흉작이나 투기자본에 의한 국제 곡물가격 급등 등의 곡물파동이 벌어질 때 ‘식량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식량자급률 49.2% ‘위기의 식탁’ 식량안보 위협

농민단체들은 “정부가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법제화해 식량안보에 대응하는 정책의 강제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정부는 “가격 경쟁력과 수요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생산을 늘리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며 “남아도는 쌀을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수입 밀가루를 대체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급률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식량·곡물자급률 = 23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08년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 전망치는 49.2%로 사상 처음 50% 이하로 떨어졌다. 국민들이 먹는 식량의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는 뜻이다.

1959년 97%에 달했던 식량자급률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급격히 감소해 2000년대 들어서는 50% 초반대를 간신히 유지해 왔다.

식량에 가축들의 사료까지 포함한 곡물자급률 전망치도 지난해 26.2%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1959년에 100%(100.4%)를 넘었던 곡물자급률은 1980년까지만 해도 56.0%를 유지했으나 2005년 29.4%, 2007년 27.2% 등 매년 하락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식량·곡물자급률이 낮아지는 것은 밀, 옥수수, 콩 등의 자급률이 각각 0.4%, 0.9%, 7.1%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주식인 쌀 자급률이 94.4%에 달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 2006년에는 곡물자급률이 27%로 우리나라(27.7%)보다 낮았지만 2007년과 지난해에는 28%로 높아지며 우리나라를 추월했다.

◇ 식량자급률 제고 노력 필요 = 식량자급률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쌀 중심이던 국민의 식생활이 크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빵·국수·파스타 등 밀 식품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반면, 이들 곡물은 국내 생산기반이 취약해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식량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미흡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2015년 곡물자급률 목표치를 지금보다도 낮은 25.0%로 잡고 있다. 이는 2007∼2008년 세계적인 곡물파동을 거치며 중국, 일본 등 일부 국가들이 곡물자급률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는 국제 추세에도 어긋난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시장개방이 국제적 추세임을 감안하면 식량·곡물자급률은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의 목표치는 그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일종의 ‘마지노선’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민단체들은 정부의 식량자급률 목표치가 지나치게 낮은 데다 강제성도 없어 자급률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 김관배 정책실장은 “농식품부의 시행규칙으로 돼 있는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법제화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식량자급률

쌀·밀·콩 등 한 나라의 식량 총소비량 중 국내에서 생산된 양의 비율. 가공용과 종자용 곡물도 포함된다. 곡물자급률은 식량자급률에 가축의 사료용 곡물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김준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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