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달의 두 배 난방비 폭탄”…중앙난방 탓? 노후화가 문제

박상영 기자

관리비 받고 줄 잇는 불만…공급방식 차이일까

꺼내들기 무섭네 서울 시내 한 30평대 아파트 우편함에 25일 지난해 12월분 관리비 고지서가 꽂혀 있다. 최근 도시가스 요금 인상 등으로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는 가구가 속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꺼내들기 무섭네 서울 시내 한 30평대 아파트 우편함에 25일 지난해 12월분 관리비 고지서가 꽂혀 있다. 최근 도시가스 요금 인상 등으로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는 가구가 속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개별 난방이라도 보일러·주택 낡으면 연료비 더 나와
LNG값 급등 원인…가스공사 적자에 올해 지속 인상 예정

서울 구로구에 사는 A씨는 지난달 난방비가 전달에 비해 2배가량 뛰어 깜짝 놀랐다. 오래된 아파트여서 난방비가 많이 나올 것을 예상해 예년보다 춥게 지냈는데도 난방비가 너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올겨울 난방비를 결정하는 도시가스 요금이 오른 데다 한파가 이어지면서 난방비만 20만~40만원씩 나왔다는 가구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노후 주택이거나 중앙난방, 지역난방 방식인 공동주택에서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앙난방은 주택단지 내 중앙보일러실 등에 설치된 대형 보일러를 가동해 개별 가구로 열과 온수를 공급한다. 노후 아파트에 적용된 경우가 많아 열 손실률이 높고, 필요할 때 원하는 만큼 사용하기 어렵다. 급등한 난방비 피해를 호소하는 다수 가구가 중앙난방인 이유도 본인이 사용하는 만큼 요금이 부과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개별난방은 주택마다 설치된 보일러를 통해 난방하는 방식이다. 사용 가구 비율도 52%로 가장 많다. 계절과 관계없이 난방 온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난방비도 사용한 만큼 부과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난방 방식 자체보다는 설비와 주택 노후화에 난방비가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가스업계 관계자는 “개별난방이어도 보일러가 노후화된 경우 연료비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개별·중앙 난방에 비해 경제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지역난방 사용 가구에서도 요금 폭탄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지역난방은 최근에 건설되는 아파트에 많이 도입되는 난방 방식이다. 대형 열병합발전소에서 고온의 물을 공급하면 아파트 단지 내 보일러실에 설치된 ‘열교환기’를 통해 각 가정에 적정한 온도로 공급한다. 이때 발전소에서 보내오는 온수를 곧바로 개별 아파트로 공급하는 게 아니라 열교환기로 간접적으로 데워서 열을 전달받는 방식이어서 효율이 떨어진다.

물론 대규모 열 생산시설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실현돼 사회 전체적으론 난방비를 줄여준다고 난방공사는 강조했다. 다만 지역난방의 경우도 열교환기 등의 노후화로 효율이 떨어져 과도한 요금이 부과될 수 있다. 게다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온수의 온도(대개 50~60도)를 낮추면 개별 가구에서 목표한 온도까지 올리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온수를 생각보다 많이 이용하게 되는 꼴이어서 ‘열 요금 폭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난방비 폭탄에 대한 근본 원인은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요금 인상을 억제하더라도 LNG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달의 두 배 난방비 폭탄”…중앙난방 탓? 노후화가 문제

이달 서울 도시가스 소매요금은 1MJ(메가줄·가스 열량 단위)당 19.69원으로 전년 동기(14.22원) 대비 38.4%나 올랐다. 지역난방에 사용되는 ‘열 요금’도 주택용 기준이 지난해 3월 말 1M㎈(메가칼로리)당 65.23원에서 89.88원으로 37.8% 급등했다. 지난해 전기요금 인상 폭이 약 20%였던 점을 고려하면 2배가량 더 오른 셈이다.

최근 국제 LNG 가격이 하락 추세에 있지만 가스공사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가스비 인상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지난해 8조8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되는 가스공사의 미수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올해 도시가스 요금을 MJ당 2.6원씩 총 4차례에 걸쳐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급격한 물가 상승을 우려해 1분기에는 가스요금을 동결한 만큼 겨울이 지난 2분기부터 인상 폭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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