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었다 하면 집값 뜀박질…‘급한 불’ 끄기 나선 박원순

고영득 기자

여의도·용산 개발계획 보류

‘옥탑방 구상안’ 내놓은 뒤 또 서울 집값 ‘전방위 상승’

국토부와 갈등 빚고 주춤…“의견 수렴해 정교히 추진”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련, 서울시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박 시장은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보류, 공공주택 공급 대폭 확대, 공시가격 현실화 등 구상을 밝혔다. 정지윤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련, 서울시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박 시장은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보류, 공공주택 공급 대폭 확대, 공시가격 현실화 등 구상을 밝혔다. 정지윤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여의도·용산 개발계획을 전면 보류하겠다고 한 것은 최근 서울 집값 상승세의 원인으로 자신의 구상이 지목되자 스스로 ‘급한 불’ 끄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른바 ‘여의도 통개발’ 발언을 한 지 7주 만이다.

박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의도·용산 개발은 이미 이전에 발표한 내용이지만 1970년대식 개발 관점으로 해석되면서 부동산 과열 조짐이 생기는 하나의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은 최근 언행과는 대조적이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달 10일 싱가포르에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받으러 간 자리에서 여의도를 통개발하고 서울역~용산역 철로를 지하화한 후 지상에는 회의·관광·전시·이벤트 단지와 쇼핑센터를 짓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이후 여의도와 용산 일대는 개발 기대감으로 집값이 급등했다. 그러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들 지역의 부동산 시장 과열 조짐을 우려하며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이후 국토부와의 엇박자 논란이 일어도 박 시장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 “이는 전적으로 서울시장의 권한”이라고 강조하면서 뜻을 굽히지 않았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 3일 협의체를 만들었으나 뚜렷한 대책을 세우진 못했다. 정부도 대대적인 현장 합동점검에 나섰지만 시장은 반응하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 19일 강북구 삼양동에서 한 달간 옥탑방 생활을 마친 박 시장이 ‘강북 우선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서 강남뿐만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집값이 들썩거렸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이 지난 23일 내놓은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지난 20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0.18%에서 0.37%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1월 마지막 주 0.38% 오른 이후 30주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박 시장의 옥탑방 구상안이 나온 후 강북구 0.34%를 비롯해 중랑·도봉구도 각 0.15% 올랐다. 관악구 0.21% 등 서울 외곽지역도 뚜렷한 오름세를 보였다.

‘박원순 효과’가 곳곳에서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것처럼 보이자, 김 장관은 지난 21일 집값이 급등한 지역의 공시가격을 현실화해 큰 폭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박 시장은 새로운 카드를 내놓지 않으면 서울 집값을 부추겼다는 비난 화살을 자신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그가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에 취임한 뒤 전면 철거나 재개발 방식은 단호히 배격해왔고 이러한 철학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주민과 정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정교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박 시장은 개발계획과 관련해 발표 시점과 내용 수위 등을 놓고 밤늦게까지 참모들과 회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한 고위관계자는 “도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집값 안정화를 꾀하는 정부에 협조하기 위해 박 시장이 개발 보류를 결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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