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아파트 관리비, 똑똑히 알아야 호구 면한다

이성희 기자

아는 만큼 아낄 수 있는 ‘팁’

아파트 관리비 명세서를 받을 때마다 직장인 고모씨(42)는 부과내역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매달 거의 비슷한 금액이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이니 익숙해질 만도 하건만, 관리비가 적정한 수준인지 과도하게 청구된 것은 아닌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바로 알아볼 수 있는 것이라곤 납부 총액뿐, 사용처를 알듯 모를 듯 빼곡하게 적힌 항목별 금액에는 매번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관리비도 아는 만큼 아낄 수 있는 법. 아파트 관리비를 제대로 알고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 관리비는 어떻게 구성되나

관리비는 크게 공용관리비와 개별사용료로 나뉜다. 관리사무소 직원의 인건비 등 일반관리비와 청소비, 경비비, 소독비 등 단지 관리를 위해 공동 부담해야 하는 항목이 공용관리비다. 승강기 유지비와 건물 유지·보수에 사용되는 수선유지비, 위탁관리에 따른 수수료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개별사용료는 전기·난방·수도 등 가구별 사용량을 측정해 부과되는 금액이다. 많이 쓸수록 비용이 많이 청구된다. 생활폐기물 수수료와 정화조 오물 수수료, 입주자 대표회의 운영비, 선거관리위원회 운영비 등 단지 관리와 직접 연관이 없는 항목도 개별사용료로 분류된다.

장기수선충당금과 수선유지비는 입주자들이 가장 헷갈려 하는 항목이다. 두 항목 모두 각종 공용시설의 교체·보수에 쓰이는 비용이다. 그러나 수선유지비가 전구 교체나 냉난방 시설 청소 등 소모성 지출이라면 장기수선충당금은 외벽 도색과 승강기 교체 등 시설 노후화에 대비해 중장기적으로 쌓아놓는 비용이다. 세입자인 경우 임대기간 만료 후 그간 지불해온 장기수선충당금을 집주인에게 받을 수 있지만, 수선유지비는 실거주자 부담 원칙에 따라 돌려받지 못한다.

통상 가구수가 작거나 준공 연식이 오래된 단지의 관리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온다. 단지에 분수대나 보육시설, 헬스장 등 커뮤니티 시설이 많을수록 관리비 부담이 가중된다.

관리비 많이 나온다고 느껴질 땐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 접속
유사 단지와 비교 등 확인하길

우리 집 관리비가 다른 집보다 많이 나오는 것 같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www.k-apt.go.kr)에 접속해 사실 관계를 확인해봐야 한다.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감정원이 운영하는 이 사이트는 매달 단지별로 관리비 항목을 47개로 세분화해 공개한다. 별도의 회원 가입 없이도 관심 단지의 관리비 수준을 살펴볼 수 있다. 노후도·가구수·난방방식 등이 비슷한 유사 단지와 항목별 비교도 할 수 있다.

예컨대 고씨가 사는 서울 광진구 현대아파트 3단지(올해 5월 기준)를 보면, 공용관리비가 ㎡당 1300원으로 유사단지(1046원)보다 다소 높다. 전용면적 74.92㎡의 경우 공용관리비 명목으로만 각 가구에 9만7392원 부과되는 것이다. 일반관리비는 ㎡당 364원으로 보통 수준이었으나 경비비가 ㎡당 685원으로 유사단지(419원)보다 높은 수준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개별사용료 역시 ㎡당 773원으로 유사단지(670원)보다 높다.

이 사이트에서도 가구수가 적은 단지의 관리비는 확인하기 어렵다. 현재 300가구 이상이나 150가구 이상 승강기 설치 또는 중앙난방(지역난방 포함) 방식의 공동주택 등이 관리비 의무 공개 대상에 속한다.

‘알쏭달쏭’ 아파트 관리비, 똑똑히 알아야 호구 면한다

■ 한푼이라도 아끼고 싶다면

아파트 관리비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 5월 전국 아파트 평균 관리비는 ㎡당 2075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002원)보다 3.6% 상승한 것이다. 2년 전인 2017년 5월(1916원)과 비교하면 8.3%나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리비를 아끼기 위한 비법은 언제나 관심사다. 대개는 전자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콘센트를 빼둔다거나 냉장고를 벽에서 10㎝ 이상 떼어놓기, 수도꼭지는 냉수 쪽으로 돌려놓기 등 전기나 수도 사용량을 줄이는 식의 개별사용료 절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용관리비는 사실상 고정비용으로, 금액을 조정하려면 입주자 대표회의 등을 통해 의견을 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TV 없으면 수신료 납부 해지하고
유선방송·승강기 이용료 따져봐야

항목만 잘 살펴도 관리비를 줄일 수 있다. 대표적인 항목이 TV수신료다. 최근 아이 교육을 위해서나 최소한의 도구로 생활하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느라 TV 없이 사는 가정이 많다. 이럴 때는 관리사무소에 TV수신료 납부 해지를 신청, 실제로 집 안에 TV가 없다는 점을 확인시키면 된다. 또 이동통신사 IPTV 등을 보는데 유선방송료를 중북으로 내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단지에 따라 단체계약한 유료방송 외에 다른 상품을 개별 가입했을 때 유선방송료를 빼주기도 한다.

한국소비자원이 2017년 발표했던 ‘아파트 관리비 소비자 상담’ 분석 결과를 보면, 전체 295건 중 난방비 과다청구 등의 ‘관리비·사용료 과다 청구’가 70건(23.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유선방송 및 TV수신료 청구 등 ‘미사용 요금 청구’가 60건(20.3%)에 달했다.

이사를 온 경우라면 관리비 내역을 더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 전 집주인의 생활양식에 맞춰 관리비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가령 헬스장 등 커뮤니티 시설은 이를 이용하는 가구만 비용을 내거나 전 가구가 공동부담하는 경우가 있다. 비용 부과방식을 확인해 부당한 관리비 항목은 줄이는 게 좋다.

아파트 1층에 사는 입주민은 승강기 유지비를 내야 할까. 일부 단지에서는 승강기와 연결된 지하주차장이 없는 경우 1층 가구의 승강기 유지비를 빼주기도 한다. 그러나 법원 판례에는 “승강기는 전체 소유자들의 공유부분으로 부품·수리·검사비를 함께 부과해야 한다”고 돼 있다.

국토부·LH나 지자체서 발간한
‘관리비 다이어트’ 사례집도 도움

우리나라 국민의 60%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다보니 정부 부처와 각 지방자치단체도 관리비 절감 비법 전수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주택 관리비 절감을 위한 사례집 ‘스마트하게 실천하는 관리비 다이어트’을 발간했다. 앞서 서울시와 인천시 등도 비슷한 사례집을 내놨는데, 주로 지하주차장 등 공용부 조명을 LED로 교체하고 공용시설이 많은 단지는 전기 계약을 단일보다 종합방식으로 하는 게 유리하다는 식의 조언이 담겨 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관계자는 “가구수나 준공 연식은 물론 조경 특화 등 단지별 특성에 따라 관리비의 적정 수준을 일반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관리비 내역이 궁금하고 의심이 갈 때는 언제든 단지 내 관리사무소를 찾아가서 물어보고,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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