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6 대책’으로 노후 주택가 등 정비사업 선택지 다양해졌다

송진식 기자

신탁사 문턱 낮추고 소규모 재건축도 인접단지와 통합개발 허용

조합 설립 어려움으로 지정 해제된 기존 정비구역들 활성화 전망

정부가 ‘8·16 공급대책’(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통해 민간 건설을 통한 주택공급 확충 방침을 밝혔다. 관심은 주로 재건축 규제완화에 집중됐지만, 대책을 살펴보면 노후 주택가 등 재개발에 적용되는 변화도 적지 않다.

주택공급의 양적 효과 면에서는 재건축보다는 저층 주택가를 대상으로 한 재개발이 월등하다. 대규모 택지 조성이 불가능한 서울은 더욱 그렇다. 정부는 8·16대책에서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방식으로 10만가구 규모의 정비구역을 신규 지정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향후 5년간 정부가 서울에 계획 중인 공급물량인 50만가구의 20%를 차지하는 물량이다.

서울의 정비구역 지정은 대부분 과거 뉴타운 지구 등으로 한번 구역 지정이 됐다가 해제된 곳을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몇십가구 규모의 소규모 재정비 사업 규제 역시 이번 대책을 통해 완화됐다. 일부 주민동의에 갈등을 빚고 있는 공공재개발 등은 민간재개발 전환이 허용되는 등 지역별 특성에 맞는 정비사업 선택이 가능해진 점도 주목해야 한다.

■ 주민이 “구역 지정” 요청도 가능

서울연구원의 지난해 5월 집계를 보면 서울시의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에 따라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곳은 386곳이다. 이 중 절반인 193곳은 도시재생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대안 사업이 마련돼 진행 중이다. 계획안이 마련돼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기까지는 통상 5년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정부는 8·16대책을 통해 이 기간을 2년으로 단축한다는 계획인데, 기존 정비구역 해제지역의 경우 재지정 시 이보다도 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정비구역 해제지역을 보면 사업성 문제로 개발이 지지부진한 경우도 있지만 조합 설립이나 운영 등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에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전문개발기관’(신탁사)을 통한 민간정비사업 활성화다. 신탁사의 정비사업 참여는 2016년 도입됐지만 참여율이 전체의 4% 수준에 머물 정도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8·16대책에서는 신탁사 참여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재건축과 재개발 등에 모두 해당된다. 이르면 내년부터 주민들이 원할 경우 굳이 조합을 설립하지 않고도 신탁사를 통해 정비사업 진행이 가능해진다. 신탁사의 사업시행자 지정요건도 완화된다. 현재는 ‘사업구역 내 전체 토지주의 3분의 1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개선안에서는 해당 구역 내 ‘국공유지를 제외한 토지주의 3분의 1 이상’ 동의를 받으면 시행자가 될 수 있다.

신탁사가 시행하는 사업장은 토지소유자 다수가 희망할 경우 정비계획과 사업계획의 통합처리도 허용키로 했다. 신탁사를 통하면 조합 설립을 위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인허가 시간도 짧아져 기존보다 3년가량 사업기간 단축이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신탁사가 주민들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는지가 성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주민·신탁사 간 일종의 ‘표준계약서’를 도입해 분쟁을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표준계약서에는 주민 해지권한 보장, 신탁 종료시점 명확화, 주민 시공자 선정권 명시 등이 포함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용도가 ‘주거지역’인 곳에 한해 임대주택을 기부채납할 경우 용적률을 법적 상한까지 올려주는 인센티브를 제공 중이다. 정부는 해당 인센티브를 기부채납 조건만 충족되면 준공업지역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증가하는 용적률의 절반을 공공임대로 기부하는 조건이다.

주민들이 구역 경계만 설정하여 지자체에 정비구역 지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정비구역 입안 요청제’도 도입된다. 현재는 주민이 구역 지정을 제안할 경우 구역 경계는 물론 정비계획안까지 마련해서 해야 한다. 정비계획안을 마련하려면 적잖은 비용이 소요되는 문제가 있다.

정부는 신탁사의 정비사업 참여 활성화 및 정비구역 입안 요청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올 3분기 중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국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이르면 내년부터 제도 도입이 가능하다.

■ 인접단지와 ‘통합개발’ 허용

현재 200가구 미만 소규모 재건축은 단일 공동주택 단지에서만 추진할 수 있다. 부지가 좁은 단지는 사업성 문제로 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 이에 8·16대책에서는 해당 단지와 연접한 복수단지가 사업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통합개발을 허용키로 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단지 간 합산 가구수가 200가구 미만이면서 총 부지면적은 1만㎡ 이하여야 한다.

블록으로 묶인 노후 빌라나 연립 등이 주로 찾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경우 금융지원이 강화된다. 현재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도시주택기금 등을 통해 사업비를 대출받을 수 있는데, 올해 해당 기금 예산은 2675억원 규모로 예상 수요(9000억원)에 비해 적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민간자금으로도 가로주택정비사업 융자를 진행 중인데, 이자가 기금에 비해 높다는 게 문제다. 개선안에서는 민간자금 융자 시 기금과의 금리차(2.3~3.8%포인트) 일부를 보전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소규모 재개발이나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지금은 일반 재개발 사업에 한해 신축주택에 대한 취득세 특례가 제공되고 있다. 대책에서는 소규모 재개발 사업 등도 1가구 1주택 조합원에 대해서는 지방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소규모 정비사업 추진 중 사업 방식을 변경하려는 경우 절차도 간소화돼 앞으로는 주민총회를 통해 동의만 얻으면 사업 방식 변경이 가능하도록 허용된다.

소규모 정비사업에 대한 광역교통시설부담금 감면 규모도 확대된다. 현재는 50% 감면이지만 앞으로는 사업 과정에서 도로·주차장 등 기반시설을 확충할 경우 최대 75%까지 부담금을 감면해 준다.

이른바 ‘원룸형 주택’으로 불리는 도시형생활주택의 경우 총 공급 가능 가구수가 현행 300가구에서 500가구로 확대되고, 방 2개(투룸) 가구 비중도 현행 ‘3분의 1’에서 ‘2분의 1’로 상향된다.

다만 난개발을 막기 위해 가구수 및 투룸 비중 확대는 상업·공업·준주거지에서만 허용된다. 투룸 비중 확대 시에는 특히 주차장 설치 기준이 가구당 0.6대에서 0.7대로 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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