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뭔데

고분양가에 ‘무쓸모’된 청약통장? 그래도 간직해야 할 이유

심윤지 기자

결혼 후 몇 년은 전세로 살다 목돈을 모아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 부모님 세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내 집 마련의 ‘국룰’이죠. 다음달 결혼을 앞둔 세미씨(가명) 역시 ‘사회 생활 시작하면 청약부터 넣으라’는 부모님의 신신당부로 매달 10만원을 청약통장에 납입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준비하며 돈 들어갈 데가 많아지자 슬슬 다른 마음이 들기 시작했어요. 복잡한 청약제도 어디서부터 공부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뉴스에서는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고 하고… ‘이럴거면 굳이 10만원씩 청약통장을 넣을 이유가 있나’ 싶어진거죠.

청약통장, 그냥 해지해버리면 안되나요? 세미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청알못’들을 위해 지금의 청약시장 상황부터 청약통장 활용 전략까지 문답식으로 정리해봤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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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약통장, 깰까말까 고민돼요.

결론부터 말하면, 해지는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해요. 물론 ‘로또 청약’ 광풍이 불었던 2~3년 전과는 달리, 지금은 청약으로 억 대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시기는 아니에요. 연일 치솟는 분양가 때문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3월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3801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4% 뛰었어요. 전용면적 84㎡(25평) 아파트 1채를 분양받으려면 약 12억9200만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오죠. 여기에 지난해 1월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서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도 대폭 줄었어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싼 분양가가 속출했습니다. 아예 청약 통장을 해지해버리는 사람도 늘었어요.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이 19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556만8620명입니다. 청약 통장 가입자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2022년 6월(2703만1911명)에 비하면 5%가 줄었습니다.

청약통장 가입자수 추이.

청약통장 가입자수 추이.

그런데 이러한 기류가 최근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난 2월(2613만7772명) 20개월 연속 계속되던 하락세가 멈추고 두 달 연속 반등에 들어간건데요. 업계에서는 정부가 배우자 중복청약 허용, 신생아 특공·우선공급 신설, 다자녀 기준 완화(3→2명)를 골자로 한 청약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영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세미씨같은 신혼부부나 출산가구는 청약 기회가 대폭 늘어난 것이죠.

당장 결혼이나 출산 계획이 없거나 소득·자산 기준에 맞지 않으면 어떨까요. 그래도 청약통장 해지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고, 청약 통장이 쓸만한 시기가 10년 안에 2~3번은 옵니다.”(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 해지하면 그동안 쌓아온 가입 기간과 납입 횟수는 모두 날아간다는 점도 꼭 기억해야 해요.

최근 정부의 청약제도 개편도 가점이 부족한 1인가구, 청년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엔 규제지역 중소형 아파트(전용 60㎡ 이하)에서의 추첨제 물량도 60%로 대폭 늘어나기도 했고요.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도 “급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기회의 카드를 날려버릴 필요는 없다. 무조건 깨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서울 중구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 모습. 문재원 기자

서울 중구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 모습. 문재원 기자

🤔 꼭 10만원씩 납입을 해야 하나요? 기약없는 청약에 목돈을 넣어두는건 부담이 돼요.

금리가 낮은 청약통장에 목돈을 거치해두는 것이 아깝다면, 납입금액을 줄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려면 공공분양과 민간분양, 일반공급과 특별공급의 차이를 알아야 하는데요.

‘저축 총액’이 중요한 것은 공공분양 일반공급을 지원할 때 이야기입니다. 월 납입액은 최대 10만원까지만 인정돼요. “최대한 일찍 통장을 만들어서 매달 10만원씩 우직하고 성실하게 넣으라”는 부모님 조언이 여기에서 나온거죠. 참고로 지난해 ‘한강뷰 공공분양’으로 역대 최대 경쟁률을 기록했던 동작구 수방사 뉴:홈(윤석열 정부의 공공분양 브랜드)의 청약저축 총액 당첨선은 2555만원이었어요. 매월 10만원씩 21년3개월을 납입해야 당첨권이었다는 말이죠.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할 점, 뉴:홈 기준 일반공급 물량은 30% 밖에 안됩니다. (심지어 그중 20%는 추첨물량이에요.) 내가 70%에 해당하는 특별공급을 주로 노린다면, 굳이 10년 20년 끊김없이 10만원을 납입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에요. 물론 최소한의 지원 자격은 갖춰야겠죠. 공공분양 일반공급 1순위 조건은 청약통장 최대 2년 가입, 24회 납입입니다. 이 정도면 대부분의 특별공급 유형에서도 1순위 조건을 만족하는데요. 대신 생애최초는 선납입금 600만원 조건이 추가로 붙습니다.

민영주택 청약 예치기준금액. 국토부 홈페이지 > 정책자료 > 주택청약 FAQ의 일부. 국토부 제공

민영주택 청약 예치기준금액. 국토부 홈페이지 > 정책자료 > 주택청약 FAQ의 일부. 국토부 제공

민간분양에선 얼마나 오래 납입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대신 통장에 일정금액 이상이 있어야 청약 지원 자격을 얻습니다. (이 조건을 만족한 사람들 중에서 가점제와 추첨제 방식으로 당첨자를 뽑는거고요.) 600만원이면 특별시와 부산광역시 전용면적 102㎡ 이하에 청약할 자격을 얻을 수 있어요. 이 때 예치금 인정 시점은 입주자모집공고일이 기준입니다. 마음에 드는 단지가 생기면 그때 일시납을 해도 된다는 뜻이에요. 그래도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600만원 정도는 통장에 넣어두는걸 권해드려요.

🤔 지금 시점에선 누가, 어느 지역에 청약을 넣는 것이 유리한가요?

아무래도 지금 청약의 메리트를 가장 크게 누릴 수 있는 대상은 신혼부부나 최근 2년 이내 출산(예정) 가구겠죠. 부부 중복 청약 허용과 신생아 특공 신설의 수혜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게 되니까요. 2자녀 가구도 다자녀 특공을 넣을 수 있으니 유리한 편이고요.

지역적으로는 일단 분양가상한제 단지들부터 눈여겨 볼 필요가 있어요.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폐지됐지만, 공공택지에 공급되는 주택은 여전히 이 규제의 적용을 받거든요. 정부가 조성한 2·3기 신도시가 여기 해당됩니다.

박지민 대표는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 아파트는 분양가가 너무 올라 청약 가성비가 떨어지는게 사실”이라면서도 “2기 신도시 중 파주 운정·평택 고덕, 검단신도시 중 역과 가까운 단지들은 지금 시점에서도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엘리프 성남 신촌 투시도. 단지 분양 홈페이지.

엘리프 성남 신촌 투시도. 단지 분양 홈페이지.

실제로 분양가상한제 적용단지인 성남복정1지구 ‘엘리프 남위례역 에듀포레’는 최근 1순위 143가구 모집에 6253명이 몰리며 43.7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어요. 24일엔 또다른 분상제 적용 단지인 ‘엘리프 성남 신촌(A2BL)’도 일반분양을 준비하고 있고요.

엘리프성남신촌을 시작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공공분양 단지들 약 4500가구가 올해 출격을 준비중이니, 신도시를 선호하는 이들이라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청약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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