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 기술직 늘고 단순 직무 감소…창의성·감성·협력 중심 ‘교육 패러다임’ 필요

이윤주 기자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와 로봇공학 등의 기술들이 융합돼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국가를 불문하고 일자리의 지형도를 빠르게 바꿔나가고 있다. 당장 우리 주변만 하더라도 패스트푸드점 주문을 무인단말기인 키오스크가 대체하고, 유통업체의 고객 상담에도 챗봇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비관적 전망과, 인간과 상호 보완하며 직무 형태나 내용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는 온건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교육과 노동 등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책적 대응을 준비하지 않으면 일자리 양극화가 심화돼 중산층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은 공통된 의견이다. 미래 성장동력으로써의 4차 산업 육성도 중요하지만, 그에 맞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정책이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28일 한국고용정보원이 국내 주요 직업 400여개를 놓고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 등으로 직무 대체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 단순 반복적이고 정교함이 떨어지거나, 사람들과 소통이 상대적으로 적은 직업들의 미래 전망이 어두웠다. 콘크리트공은 인공지능이나 로봇으로의 대체 확률이 99.9%에 달해 1위에 올랐고, 정육원 및 도축원, 고무 및 플라스틱 제품 조립원, 청원경찰, 조세행정사무원 등의 순으로 대체 확률이 높았다. 택배원도 대체 확률이 10번째로 높은 직업에 올랐고, 부동산 컨설턴트 및 중개인 역시 대체 확률이 99% 수준으로 14위에 올랐다.

이 밖에 통상 전문직으로 분류되어 온 손해사정인, 일반의사, 관제사 등도 자동화에 의한 직무 대체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화가 및 조각가, 사진작가, 작가, 지휘자 및 연주자, 애니메이터 및 만화가 등 예술 관련 직업들은 자동화에 의한 대체 확률이 낮았다. 예술 분야를 제외하면 대학교수가 대체 순위가 낮은 직업 20위에 올랐고, 출판기획 전문가(23위), 초등학교 교사(26위) 순으로 나타났다.

노동연구원 김세움 부연구위원이 이 같은 분석을 개별 직업이 아닌 전체 직종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체 확률 고위험군 직종의 종사자 비중은 5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47%에 비해 8%포인트 높은 수치다. 김 부연구위원은 “미국과 비교해 한국의 고위험 직군 비중이 높은 것은 우리나라에서 영업 및 판매직종 종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전문 기술직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단순 직무의 일자리는 갈수록 설 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급속도로 진화하는 기술발전의 속도를 볼 때, 20년 배워서 30년 직업생활에 활용하는 기존의 교육시스템으로는 적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의 교육시스템으로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이 쉽지 않다는 공감대는 이뤄져 있다.

허재준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부분의 노동시장 참여자가 학교 외에 직업생활 시기에도 재학습 과정이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일과 학습 병행 구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평생학습을 위한 교육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 역시 적극적인 훈련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조화를 이뤄야 하는 것이다.

박가열 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직무대체 위협 노동자들이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직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게 국가 수준의 생애진로개발 전문가 양성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며 “우리 사회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려면 교육 패러다임을 창의성과 감성 및 사회적 협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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