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기대수명 1년씩 갉아먹는 ‘초강력먼지’

김기범 기자

‘초미세먼지와 수명’ 첫 분석…한국은 0.49년 단축·폐암보다 위험

WHO 기준에 맞추기만 해도 전 세계 모든 사람 반년 이상 더 살 것

인류 기대수명 1년씩 갉아먹는 ‘초강력먼지’

초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두 단어는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그 위험성을 실감하지 못했던 단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초미세먼지라는 단어를 들어보지도 못한 시민들이 다수였다. 또 기후변화가 뭔지는 알아도 내 삶과는 무관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몇 년 사이 초미세먼지가 심장질환, 뇌졸중뿐만 아니라 태아와 신생아들의 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가 됐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초미세먼지가 인류의 평균수명을 얼마큼이나 갉아먹는지, 다른 건강위해요인과 비교하면 얼마큼 더 위험한지를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주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가 연관성이 높다는 연구들도 이어지면서 초미세먼지와 기후변화는 방관하기 힘든 생활의 문제가 됐다.

■ 초미세먼지가 기대수명을 1년 단축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연구진이 미국화학회 학술지 ‘환경과학과 기술’에 지난 22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초미세먼지(PM2.5)로 인해 전 세계 인류의 기대수명이 평균 1.03년가량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세계 185개국의 대기오염 상황이 해당 국가 사람들의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세계 각국의 대기오염 상황이 기대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결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초미세먼지란 입자 지름이 2.5㎛인 오염물질을 말한다. 초미세먼지의 주된 배출원으로는 석탄화력발전소, 시멘트·철강산업, 경유차 등이 있다. 기대수명이란 0세의 출생자가 향후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연수를 말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한국인은 초미세먼지로 인해 약 0.49년의 기대수명이 단축되고 있고, 북한은 1.23년 단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2016년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8.1㎍/㎥, 북한은 29.7㎍/㎥였다. 주변국들 가운데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55.2㎍/㎥인 중국은 초미세먼지로 인해 줄어드는 기대수명이 1.25년에 달했다. 반면 12.9㎍/㎥인 일본은 0.33년이었다.

기대수명이 가장 많이 단축되는 나라는 방글라데시로 1.87년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방글라데시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세계 평균인 47.9㎍/㎥의 2배가 넘는 98.6㎍/㎥에 달한다. 기대수명이 가장 적게 줄어드는 나라는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5.1㎍/㎥에 불과한 스웨덴으로 0.13년의 기대수명이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미세먼지로 인해 기대수명이 0.5년, 1년 단축된다는 것만 보면 큰 수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건강에 위해를 끼치는 다른 요인들이 단축시키는 기대수명이 어느 정도인지를 비교하면 초미세먼지가 끼치는 악영향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주요 사망 원인 중 암 전체가 단축시키는 기대수명은 2.37년 정도이며 폐암만 따로 보면 0.41년, 유방암은 0.14년 정도다. 담배로 인해 단축되는 기대수명은 약 1.82년으로 추산된다.

연구를 이끈 조슈아 압트 교수는 “초미세먼지가 세계적으로 사람들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요인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 연구결과 초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것은 폐암과 유방암 치료법을 찾아내는 것 이상의 효과를 인류에게 안겨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초미세먼지 농도를 줄이는 것은 인류의 수명을 어느 정도 더 늘려줄까. 연구진은 초미세먼지 농도를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인 연평균 10㎍/㎥로 낮출 경우 전 세계 인류의 기대수명이 약 0.6년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의 경우 초미세먼지 농도를 WHO 기준에 맞출 경우 기대수명이 0.24년 늘어나고, 북한은 0.60년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은 이 경우 기대수명이 0.76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압트 교수는 “특히 대기오염이 심각한 인도, 중국 등은 초미세먼지 농도를 WHO 기준에 맞춰서 낮출 경우 현재 60세인 사람이 85세 이상 생존할 가능성이 15~20%가량 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류 기대수명 1년씩 갉아먹는 ‘초강력먼지’

■ 초미세먼지도 기후변화로부터 영향

이처럼 인류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초미세먼지 현상은 사실 기후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통 기후변화의 영향이라고 하면 올여름 지구 북반구 대부분을 뒤덮었던 폭염으로 들끓고 북극 얼음이 녹아내리고, 태풍이 잦아지는 것만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을 일으키는 대기 정체 역시 기후변화의 영향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발전소, 차량, 공장 등 다양한 배출원들이 같은 양의 초미세먼지를 뿜어내도 대기가 정체될 경우에는 오염물질 농도가 치솟을 수 있다. 국내 미세먼지 예보에서도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주된 원인을 외부 유입과 대기 정체로 인한 오염물질의 축적으로 계산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난징대 연구진이 지난 2월 국제학술지 지구물리학리서치레터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고농도 초미세먼지 현상을 일으키는 대기 조건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해에는 미국 해양대기청(NOAA), 메릴랜드대, 서울대 등의 연구진이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리포트에 2012년 이후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 것은 풍속이 낮아진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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