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난 궁평리 ‘100년에 한 번’ 침수 위험? 현실 밖 기후평가

강한들 기자

극한 강우 등 변화 고려 없이

과거 자료 기반해 위험 예측

“모든 도시계획·개발사업

기후위기 적응 관점서 봐야”

<b>미호강 제방 보수 공사</b> 폭우로 유실됐던 충북 청주시 미호강 미호천교 아래 제방에서 17일 보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청주 | 권도현 기자

미호강 제방 보수 공사 폭우로 유실됐던 충북 청주시 미호강 미호천교 아래 제방에서 17일 보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청주 | 권도현 기자

지난 15일 지하차도가 침수돼 참사가 벌어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리 일대는 이미 ‘홍수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다만, 거기에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100년에 한 번 올 정도로 많은 비가 내리면’ 침수가 될 수 있는 구역이었다.

기후변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기상이변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에서는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을 예측한다. 이제는 기후변화영향평가를 정비해 개발사업을 할 때 ‘기후위기 적응’이라는 관점을 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환경부 홍수위험지도 정보시스템을 보면 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일어난 오송읍 궁평리 일대는 ‘홍수위험’ 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미호강 인근은 ‘100년 빈도’의 비가 내렸을 때, 총 10.67㎢가 침수될 수 있는 구역으로 분석됐다. 이 중 궁평 제2지하차도가 있는 영역은 대부분 100년 빈도 비에 2~5m 침수될 수 있는 구역으로 2015년 평가됐다. 2019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지하차도 운영을 시작할 때도 침수위험 지역으로 분류되긴 했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질수록 ‘극한 강우 현상’은 증가한다. 기상청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낸 온실가스 시나리오 4종에 따라 올해 초 ‘2022 남한 상세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를 보면 ‘극한 강우 현상’이 증가하는 추세는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뚜렷하다.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현재 기후에 비해 21세기 전(2020~2040년), 중(2041~2060년), 후반기(2081~2100년)에 5일 최대 강수량이 각각 14%, 28%, 36% 증가한다.

홍수를 예측할 때 말하는 빈도 개념은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산한다. 기후변화까지 고려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10년에 한 번 갱신되는 100년 빈도 극한 강수량은 앞으로 계속 늘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도시계획의 ‘효율’에 치중해 안전을 예측할 때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게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이동근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 공학과 교수는 “그동안 개발사업을 할 때 편의성만 강조돼왔다”며 “개발계획을 ‘기후위기 적응’의 관점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발계획에 ‘기후변화’를 고려하는 제도는 이미 마련돼 있다.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운영되는 ‘기후변화영향평가’ 제도다. 기후변화영향평가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할 때 그 사업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기후변화로 개발사업이 받는 영향을 모두 평가해 온실가스 감축, 기후위기 적응을 유도하는 제도다.

평가서를 작성할 때는 기후변화 시나리오, 국가·지역 단위의 적응계획 등을 고려해 홍수, 폭염 등 기후변화 적응 요인을 현재, 가까운 미래, 먼 미래로 구분해 분석한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저류지, 빗물펌프장을 설치하도록 하는 등 ‘최적 적응방안’을 마련한다. 다만, 이번 건과 같은 ‘도로 건설’ 사업에는 기후변화영향평가가 올해 9월부터 길이 12㎞가 넘는 ‘대규모 사업’에만 적용된다.

정부가 ‘영향평가’ 제도를 바라보는 관점도 문제다. 정부는 환경영향평가를 ‘킬러 규제’로 보고 있다. 이 교수는 “기후변화영향평가는 기후위기 적응 관점에서 문제시될 수 있는 사업에 대책을 넣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강력한 정책수단”이라며 “새로운 규제라고 생각하지 말고 기후위기 시대의 생명,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제도를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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