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식품 기업의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점수 D~F”

김한솔 기자
“5대 식품 기업의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점수 D~F”

배달음식이 담긴 일회용 그릇,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을 수 있는 즉석 간편식 용기, 과일이나 채소가 담긴 스티로폼을 감싼 비닐, 음료수가 담긴 페트병. ‘식품 포장재’는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플라스틱이다. 2015년 생산된 플라스틱의 약 40%는 식품과 음료 같은 다른 제품을 포장하는데 쓰이고 버려졌다. 분리수거해 재활용한다고 하지만, 극히 일부만 재활용되며 물리적으로 재활용 횟수에도 한계가 있다. 2018년 한국의 플라스틱 생활 폐기물은 322만t으로, 2009년보다 70% 이상 늘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31일 국내 대표적인 5대 식품 제조사인 CJ제일제당·롯데칠성음료·농심·오뚜기·동원F&B를 상대로 플라스틱 생산량과 플라스틱 감축 계획, ‘플라스틱 발자국’ 공개 여부 등에 관한 조사 결과를 담은 ‘식품 제조사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판다’를 발간했다. 국내 일회용 플라스틱 배출량 1~5순위를 차지하는 이들 기업은 모두 나름의 플라스틱 감축 계획을 내놨지만, 연간 생산해내는 플라스틱 양에 비해서는 부족한 수준이었다. 그린피스는 플라스틱 감축(40%)·투명성(20%)·혁신(20%)·정책(20%)의 4가지 항목을 평가하고, 각 항목별 가중치를 둬 기업별 총점을 계산했다. 5개 기업 중 4개사(CJ·롯데칠성·농심·오뚜기)가 ‘D’, 1개사(동원F&B)가 ‘F’ 점수를 받았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식품 제조사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판다’보고서에서 평가한 국내 5대 식품 기업의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평가 결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식품 제조사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판다’보고서에서 평가한 국내 5대 식품 기업의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평가 결과.

■5개사가 사용한 일회용 플리스틱 13만t…감축 로드맵 가진 곳은 0

5개사가 1년 간 생산한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의 양은 13만7893t에 달했다. 가장 많은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한 기업은 롯데칠성음료(2020년 기준 5만767t)였다. 다만 롯데칠성은 유리병, 알루미늄캔 등이 주로 쓰이는 음료수가 주력 판매상품인 만큼, 포장재 총 톤수(27만2467만t) 대비 비중은 5개사 중 가장 낮은 18.6%였다.

사용량은 중간 정도지만 사용량 대부분이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인 기업은 농심이었다. 농심은 2020년 기준 3만t의 포장재를 사용했는데, 이 중 93.3%(2만8000t)가 일회용 플라스틱이었다. 오뚜기는 전체 포장재 중 60.2%, CJ제일제당은 54.5%, 동원F&B는 34.3%가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였다.

“5대 식품 기업의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점수 D~F”

5개사 중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장기적 로드맵을 준비 중인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햇반, 비비고, 백설, 다시다 등 유명 식품 브랜드를 보유한 CJ의 매출규모와 영업이익은 다른 4개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 지난해 식품업체로는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플라스틱 감축 계획은 다른 4개사들과 큰 차이는 없었다.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로드맵은 없었고, 다만 ‘지속가능한 패키징’ 계획을 수립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CJ는 플라스틱 감축 계획을 외부기관 검증 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했으나, 구체적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플라스틱 사용량 등 ‘플라스틱 발자국’을 공개하고 있는 곳은 롯데칠성뿐이었다. 롯데칠성은 지난 7월 ESG(환경·사회·거버넌스) 데이터 센터 페이지에 2018~2020년 3년 간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공개했다. 나머지 기업들은 지속가능성보고서를 통해 플라스틱 ‘감축량’은 공개하지만 사용량은 공개하지 않는 등 자사에 긍정적인 정보만 선택적으로 공개했다.

가장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기업은 동원F&B였다. 동원은 ‘재활용 불가능한 플라스틱 포장재의 사용 중단 계획’ ‘일회용 플라스틱 퇴출과 관련해 공급사와의 협의 계획’ ‘사용량 공개 및 외부감사 받을 의향’ 등에 관해 답변을 하지 않아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보고서는 “모든 제조사가 자사에서 추진 중이 플라스틱 감축 노력을 제시했으나, 기업별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 대비 평균 감축량은 5% 내외에 그쳤다”며 “불완전한 해결책”에 머물러 있었다고 지적했다.

“5대 식품 기업의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점수 D~F”

■“플라스틱은 최대 6회 재활용”

우리나라의 분리수거율은 세계적으로 높다. 보고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분리수거율은 OECD 중 2위”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활용에만 초점을 둔 해결책에는 한계가 있다. 분리수거한 재활용품 중 일부만 재활용되고, 플라스틱은 재활용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플라스틱은 최대 6번까지만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다. 종류에 관계없이 기계적 재활용으로 100% 복구가 어려워 품질 손실 및 저하, 오염이 발생한다”며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포장재 상당량이 가까운 미래에 폐기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기계적 재활용’은 플라스틱을 다시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생해 재이용 하는 것으로, 페트(PET)나 폴리스티렌(PS)에 많이 이용되는 재활용 방식이다. 기계적 재활용 외 ‘화학적 재활용’ 방식도 있지만, 이 방식에 투입되는 유해 화학물질의 양을 고려하면 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대안이라고 보긴 어렵다.

보고서는 최근 많이 사용되고 있는 ‘바이오 플라스틱’ ‘생분해 플라스틱’ 역시 근본적 대안으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현재 생산되는 바이오 플라스틱 원료의 80%는 전분인데, “식량위기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바이오 플라스틱을 대안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해서는 “특정 조건 아래서만 완전 분해되는데, 이러한 조건은 자연환경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며 “국내에 이같은 설비를 갖추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다른 플라스틱과 마찬가지로 매립, 소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보고서는 결국 덜 생산해내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린피스는 “연 1회 이상 플라스틱 종합 정보를 공개하고, 연도별 플라스틱 감축 목표를 설정한 뒤 이를 위한 로드맵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또 “식품제조사는 중장기적으로 정부, 유통업체 등과 협력해 재사용·리필 가능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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