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서 산불 오염물질 나온다…"환기 자주해야"

최성득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컴퓨터에서도 산불이나 자동차, 공장처럼 대기오염물질이 방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밀폐된 공간에서 컴퓨터를 사용할 때에는 환기를 자주 해야 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최성득 교수팀은 작동 중인 컴퓨터에서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라는 물질이 나와 실내 공기를 오염시킨다는 분석을 13일 내놨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건축물과 환경(Building and Environment)’ 최신호에 발표됐다.

PAHs는 석유나 석탄, 나무 등이 탈 때 발생하는 오염물질이다. 산불이나 난방, 자동차 주행, 공장 가동을 통해서 주로 나온다. 연구팀은 새집증후군을 분석하던 중 전산실의 PAHs 농도가 다른 실내공간보다 2~4배 높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팀은 실내 공간이 작고 컴퓨터가 많을수록 PAHs 농도가 높다는 점도 알아냈는데, 특히 사용한 지 얼마 안 된 새 컴퓨터일수록 PAHs를 많이 뿜었다. 새집증후군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연구팀은 분석을 진행해 컴퓨터 부품에 불순물 형태로 들어간 PAHs가 작동 중 뜨거워진 컴퓨터로 인해 실내 공기로 방출된다고 봤다. 회로기판과 트랜지스터, 전선 피복 같은 컴퓨터 부품을 밀폐 용기에 넣고 60도로 가열했더니 밀폐 용기 안의 PAHs 농도가 가열 시간이 길어질수록 증가했던 것이다. 또 컴퓨터 부품을 파쇄해 유기용매로 분석했더니 역시 모든 시료에서 PAHs가 검출됐다.

최성득 교수는 “컴퓨터 외에도 여러 전자제품에서 PAHs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레이저 프린터에서 PAHs가 배출된다는 보고가 해외에서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밀폐된 공간에서 컴퓨터 등 전자제품을 장시간 사용하는 경우 환기를 자주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컴퓨터 부품의 성분 등을 추가 분석해 정확한 오염원을 찾고, 중장기적인 건강 위해도를 분석하는 후속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컴퓨터 다환방향족탄화수소 PAHs 울산과학기술원 UN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