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회 경제위·환경위, ‘원전·LNG발전 포함한 녹색분류체계’에 반대…국내 영향은

강한들·김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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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의회 경제위원회·환경위원회가 원자력·천연가스 발전이 포함된 녹색분류체계 안을 표결에 부쳐 76대 62로 반대의견을 채택했다. 원전과 LNG 발전을 지속가능한 ‘녹색’ 경제활동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다. 다음달 나올 EU 의회의 최종 결정은 국내 녹색분류체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U 의회 경제통화위원회, 환경보건식품안전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연석회의 이후 이런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냈다. 지난 2월 EU 집행위원회는 한시적으로 여러 조건을 충족한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에 대해선 ‘친환경’으로 분류한 녹색분류체계 보완안을 발표했다. 녹색분류체계는 어떤 산업이 지속가능한 녹색 산업인지를 분류한 기준으로,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을 방지하기 위한 지표로 사용된다.

경제위·환경위원회는 “원자력, 가스 발전이 지속가능한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원전과 가스를 포함시킨 기술선별기준은 녹색분류체계의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U 의회가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천연가스 발전을 포함한 안을 표결에 부친 것은 처음이다. 당초 부결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에너지 안보’에 관한 우려가 커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EU는 지난해 기준 가스 수요의 약 40%, 농축우라늄 수요의 20%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전쟁이 일어나고 한달 후 EU의회 최대 의석을 가진 독일 정부가 EU 집행위의 녹색분류체계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며 “유럽의회 내에서도 최종안에 대한 반대그룹 교섭단체가 2개에서 5개로 늘었다”고 전했다. 반대그룹 교섭단체는 지난 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녹색분류체계는 가스, 핵 발전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데 쓰여서는 안 된다”며 “다음 세대에 핵 폐기물을 남겨줄 수 없고, 정치적으로 (러시아의) 전쟁 수단에 재정 지원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 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을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늦어도 8월까지 정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간 환경부는 EU의 녹색분류체계 결정 동향을 살피겠다는 입장이었다. 조현수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은 “녹색분류체계 결정 시기는 유동적”이라며 “EU 동향을 계속 살피고, 전문가 의견도 수렴해 합리적인 안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의 녹색분류체계 안은 다음달 4~7일 의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 11일까지 최종 결정된다. 유럽 의회 705명 중 과반수인 353명이 반대하거나, EU 회원국 27개 중 20개가 반대할 경우 EU 집행위는 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천연가스 발전을 포함한 안을 폐기하거나 수정해야 한다. 이헌석 정의당 녹색정의위원장은 “유럽 내에서도 ‘원자력이 친환경인가’를 놓고 격렬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국내 핵 산업계에서는 EU 집행위가 낸 녹색분류체계 안에 원자력이 포함된 것을 두고 ‘원자력은 친환경’으로 정리된 것처럼 말하는데 단언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원전이 녹색이냐는 피상적 수준을 넘어 보다 근본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7년 안에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데 신규 원전이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재난의 강도는 갈수록 심해지는데 수명 연장은 해도 괜찮은지, 폐기물은 어떻게 할 건지 등 원전 자체에 대한 문제를 더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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