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 운명’ 정권 따라 요동…“환경이 정쟁 도구냐” 비판

김기범 기자

감사원 보고서, 세종·공주보
“해체 경제성있다” 인정해
녹조라테·홍수 조절능력 등
각종 논란 다시 수면 위로

<b>제방 둘러보는 환경부 장관</b>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20일 충남 논산시 성동면을 방문해 우곤리 제방 붕괴 피해와 복구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제방 둘러보는 환경부 장관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20일 충남 논산시 성동면을 방문해 우곤리 제방 붕괴 피해와 복구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환경부가 20일 지난 정부에서 결정된 금강·영산강 보의 해체·상시 개방 결정을 뒤집고 이를 존치하기로 하면서 해묵은 4대강 논란이 다시 커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난 정부의 결정을 뒤집으면서 정권에 따라 4대강 보의 운명이 달라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경부 조치의 핵심은 금강·영산강 보를 포함한 4대강 16개 보를 모두 존치하기 위해 해체와 상시 개방 조치 등이 포함된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백지화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를 위해 2021년 1월 의결된 보 처리 방안을 재심의하도록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요청할 계획이다. 보 처리 방안에는 세종보·죽산보는 해체하고, 공주보는 부분 해체하며, 백제보·승촌보는 상시 개방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감사원은 이날 문재인 정부가 타당성·신뢰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방법을 사용해 불합리하게 보 해체의 경제성을 분석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환경부는 물관리 측면에서 보를 정상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폐기할 것을 공언했으며 환경부도 이런 기조에 발맞춰왔다. 이는 4대강 보가 수질 악화와 녹조 대발생, 하천 생태계 훼손 등의 근본 원인이라는 환경단체 주장과 어긋난다.

환경단체들은 보에 물을 가둬 강 유속이 극단적으로 느려지면서 여름철마다 녹조가 번무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수문을 닫아놓은 보에서는 녹조가 많이 발생해 강물이 곤죽처럼 변하는, 일명 ‘녹조라테’ 현상이 일어나는데 수문을 개방한 보에서는 나타나지 않거나 덜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감사원 감사 보고서에도 “보 개방의 녹조 저감 효과를 일부 확인”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보고서에는 4대강 보에 홍수 조절능력이 없으며 오히려 홍수 위험을 높인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 같은 이유를 들어 환경부의 보 존치 입장을 비과학적, 정치적 판단이라며 비판한다. 환경단체들은 오히려 감사원 감사 결과가 4대강 보 해체의 경제성을 입증했다면서 환경부가 보 해체 및 상시 개방이라는 기존 정책 방향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는 세종보와 공주보의 경우 해체하는 것이 경제성이 있다는 결과도 포함돼 있다. 세종보 해체의 ‘비용 편익 비율’(B/C)은 0.82~2.28로 나타났고, 공주보는 수질 측정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 상류 1.5㎞ 지점의 수질자료를 사용할 경우 해체에 따른 B/C가 1.12~1.74로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지점의 수질자료에서는 B/C가 1 미만이었다. 통상 B/C는 1이 넘으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환경단체들은 정권에 따라 바뀌는 감사원 감사 결과는 무의미하며 이를 근거로 환경부가 보 존치를 결정하는 것 역시 부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국내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는 이날 성명에서 “4대강 복원을 구태의연한 정쟁으로 몰고 가는 작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윤석열 정부가 4대강 보를 지키기 위해 보가 홍수와 가뭄을 막고, 4대강사업으로 수질이 개선됐다는 비과학적인 몽니를 부려도 4대강사업이 고인 물을 만들어 썩게 했다는 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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