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뒤로 갈 때, 바람 좋은 바다는 다 외국이 ‘찜’했다

주영재 기자

해상풍력, 29개 관련법 등 까다로운 인허가

국민연금 등 공적 기관 재생에너지 투자 선도를

[주간경향] 지난 5월 25일 발표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세계 에너지 투자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에너지 투자액 2조8000억달러 중 청정에너지 분야에 1조7000억달러가 투자될 전망이다. 전력망과 에너지 저장장치, 히트펌프, 핵발전 투자도 증가하고 있지만 가장 주된 투자처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다. 연간 3800억달러(약 495조원)가 투자되는 태양광, 2250억달러의 풍력을 포함해 올해 전체 재생에너지 투자는 전년에 비해 10% 증가한 6500억달러로 예상된다. 태양광 신규 투자는 올해 처음 석유 투자 규모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IEA의 파티 비롤 전무이사는 “청정에너지는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는 화석연료에서 멀어지고 있는 투자 동향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면서 “화석연료에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약 1.7달러가 청정에너지에 투자되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이 비율은 1 대 1이었다”고 말했다. 국내 에너지 투자는 이런 흐름과 역행하고 있다. 지난 6월 22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이 발표한 ‘2022 화석연료금융 백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 투자의 누적 규모가 약 2.6배 벌어지는 사이 국내에선 같은 기간 재생에너지(30조2000억원)보다 석탄의 누적 투자액(31조1000억원)이 더 컸다.

제주 탐라 해상풍력단지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제주 탐라 해상풍력단지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내 해상풍력 외국 자본이 주도

당분간 이런 추세는 크게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현 정부 들어 태양광은 범죄시되고 있다. 풍력은 인허가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상풍력 발전사업허가는 400% 증가를 보였던 2021년(22건)에 비해 2022년(16건) 오히려 13% 감소했다. 해상풍력은 최대 10개 부처에서 집행하는 29가지 법률에 따른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개발사가 풍황을 조사해 입지를 선정한 후 발전사업허가를 받고, 공유수면점용·사용허가, 실시계획 승인, 공사계획 인가 등의 과정을 거쳐 진행된다. 인허가 취득에 필요한 시간은 정부가 추산한 통계로만 최소 68개월이다.

인허가를 받았다고 끝이 아니다. 어민들의 반대를 넘어야 한다. 해상풍력 업계 관계자는 “인허가를 모두 받고, 정책적인 지원이 결정된 상태에서도 실제 착공에 들어가면 어민들이 훼방을 놓거나 민원을 넣어서 공사를 못 하게 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사업의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리스크에 민감한 국내 투자자들은 해상풍력 투자에 소극적이다. 그나마 진행되는 해상풍력 개발은 외국 자본이 좌지우지한다. 특히 입지 선정과 허가권 획득 전까지의 초기단계에 맥쿼리그룹 등 해외 금융기관들이 대다수를 점하고 있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해상풍력 사업은 허가를 하나씩 받을 때마다 가치가 많이 높아지는데 이렇게 허가를 받을 때마다 가치를 높여 팔아 수익을 얻은 후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재생에너지 사업 경험이 많아 리스크 평가와 사업성 분석을 잘하는 해외 개발사, 투자자들이 초기 단계에 들어와 기본적으로 좋은 지역은 이미 다 선점한 정도”라고 말했다.

일례로 울산 먼바다에서 1~1.6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이 여럿 진행 중이다. 프랑스 전력회사(ENGIE)와 스페인 전력회사(EDPR), 노르웨이 해양에너지 시추 전문업체 아커솔루션스의 자회사 아커오프쇼어윈드 등 3개사가 합작한 오션윈즈를 비롯해 노르웨이 국영기업 에퀴노르와 덴마크 에너지 인프라 펀드 운용사 CIP 등 해외 개발사와 투자자들이 들어왔다. 국내기업과 합작 형태로 추진하는 사례가 많은데 CIP는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사업자인 SK E&S 함께 합작법인 ‘전남해상풍력’을 세우고 전남 신안군에서 1단계 99㎿ 규모의 해상풍력 사업을 벌이고 있다. 1단계 사업이 올해 초 착공했고, 각각 400㎿인 2~3단계 사업도 진행 중이다.

해외업체는 유럽과 북미, 대만 등의 지역에서 투자 경험이 많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업체는 후발주자로 경험이 제한적이라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 변동과 같은 정책 변화도 불안요소가 된다. 지난 4월 7일 정부가 해상풍력발전 사업 추진 과정에서 국산 부품을 50% 이상 사용할 때 REC 가중치를 주는 규정을 삭제하면서 경제성이 불투명해진 사업이 재검토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군 작전성 검토를 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조은별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입지 선정을 위한 조사와 허가를 받는 과정에 모두 돈이 들어가는데 나중에 군 작전성 검토에서 안 된다고 하면 그 비용이 다 매몰 비용이 된다”면서 “환경부가 조류의 이동경로 정보를 구축하기로 한 것처럼 군 레이더 설치 지역 정보도 안보상 전체 공개는 어렵더라도 대안을 마련해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REC 가중치 변동이나 군 작전성 검토와 같은 다양한 불안요소가 해소돼야 대규모 해상풍력 추진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완공 예정인 대만의 윈린 해상풍력의 경우, 해상에서 100m 길이 하부구조물 시공 중에 문제가 발생해 공사기간이 3년 지연돼 손실금액이 수조원에 이르러 국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이렇게 리스크가 큰 환경이라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국내기업에 대한 지원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뒤로 갈 때, 바람 좋은 바다는 다 외국이 ‘찜’했다

국민연금, 탈석탄 선언에 맞는 행동해야

국내 공적 기관이나 금융기관이 재생에너지 투자에 소홀하다 보니 개발사 입장에서도 해외 개발사와 투자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 연구원은 “초기 시장을 형성하고 경험과 지식을 얻기 위해 해외 기업과 투자자의 도움을 빌리는 건 나쁘지 않다고 본다”면서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이 해외로 유출되는 게 우려된다면 우리 개발사가 들어갈 수 있게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는데 그게 없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의 큰 손인 국민연금을 비롯해 공적 금융기관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태한 연구원은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기관이 재생에너지 투자의 위험도를 낮춰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자금이 들어오려면 리스크 수준을 어느 정도 맞춰줘야 한다. 해상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프로세스가 길어 다른 에너지보다 리스크가 높다. 그래서 해외에서도 녹색은행이나 녹색금융공사에서 리스크를 안고 가는 형태로 마중물이 돼준다. 똑같이 자금을 대도 문제가 생기면 민간이 먼저 투자금을 회수하고, 자신은 후순위로 가져가는 형태로 위험도를 낮추거나 보증을 해줄 수 있다. 국내 공적 기관은 그런 역할이 소홀하기 때문에 민간투자도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다.”

석탄 산업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고, 재생에너지에 투자해야 할 때지만 탈석탄 선언 2년 3개월을 맞은 국민연금의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연금은 탈석탄 선언을 하면서 석탄 투자 제한 기준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용역보고서가 나온 지 1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기금운용위원회 회의 석상에 단 한 번도 안건으로 오르지 못했다. 어떤 기업을 석탄 기업으로 볼 것이냐는 기준에서 용역보고서는 크게 총매출의 30%가 석탄 관련 산업에서 나올 경우와 50%에서 나올 경우 석탄 기업으로 보자는 두 가지 안을 제안했다. 30% 안에 산자부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전이 대규모 적자를 채권 발행으로 메우는 상황도 무관치 않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석탄발전소를 운영하는 (한전 자회사인) 에너지 공기업들에 국민연금이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만 해도 한전이 조달하는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면서 “산자부, 한전과 논의하고 있는데 이견이 좁혀져야 (기금운용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2016년 1월부터 전체 매출액이나 전력 생산량의 30% 이상을 석탄에서 얻는 기업을 석탄 기업으로 분류해 투자를 회수했고, 2017년에는 한국전력에 더 이상 투자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유럽 최대 연기금인 네덜란드 연기금도 같은 기준으로 2021년 2월 한전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국민연금은 이런 움직임에 가장 뒤늦게 동참했는데 여전히 기준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김태한 연구원은 이를 ‘직무유기’라고 봤다. “연금이 독립성이 있다면 봐야 할 것은 특정 정권의 이슈가 아니다. 연금이 중장기적으로 수익을 잘 창출하느냐, 지속가능하게 운영돼 연금을 잘 돌려받을 수 있게 하느냐이다. 해외 연기금이 석탄 투자를 하지 않는 건 기후변화의 문제보다 석탄 산업이 수익률 측면에서 좋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고려하지 않아야 할 이슈를 고려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어떤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지를 공개하면 투자 전략을 공개하는 것과 같아 해당 기업 주가가 국민연금의 전략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채권이나 주식과 달리 대체투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투자 전략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궁색한 해명이다. 한수연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모범적인 미국의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과 비교해 국민연금을 비판했다. “캘퍼스는 화석연료에 투자하는 1달러당 3.75달러를 재생에너지 혹은 에너지 전환에 투자한다. 전환(발전) 분야에 투자하는 것을 제외하면 캘퍼스의 청정에너지 대 화석연료 투자 비율은 2.5 대 1 정도이며, 재생에너지 투자 비율을 향후 더 적극적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해외 연기금이 석탄을 넘어 화석연료 전반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고 있는 반면, 국민연금은 탈석탄 선언 2년이 지나도록 석탄 투자 제한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이 재생에너지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데이터조차 구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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