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독서현장탐방-軍장병 ‘지식문화 갈증’ 적시다

병영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육군 장병들 모습.

병영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육군 장병들 모습.

대한민국 책읽기 운동이 몇 년 전부터 군부대로 확산되고 있다. 아직은 정부의 저예산과 몇몇 시민단체, 종교단체의 지원이 전부여서 선진국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지만 부대 내 독서활동 지원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이번주 ‘책읽는 대한민국’은 군부대 독서활동을 지원하는 단체들의 활동내용을 통해 ‘병영도서관’의 현황과 필요성에 대해 알아본다.

소외지역 도서지원, 독서문화 확장 운동을 목표로 설립된 사단법인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본부장 민승현)는 6년째 군 부대 내 도서관인 ‘병영도서관’ 지원사업을 펴고 있다. 사회진출을 앞둔 군 장병의 자기계발은 곧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확고한 믿음에서 출발한 공익사업이다.

1999년 7월 군의 폐쇄적 문화를 뚫고 처음으로 육군 전진부대 통신대대에 1호 ‘병영도서관’ 개관을 지원한 이래 지금까지 육군 1사단 의무대대 으뜸도서관, 도라대대 도라도서관, 육군 2군단사령부 쌍용도서관, 수도방위사령부 충원서원도서관, 제주해안경비단도서관 등 34개 대대급 군부대 병영도서관에 책을 기증해왔다.

[책 읽는 대한민국]Ⅳ독서현장탐방-軍장병 ‘지식문화 갈증’ 적시다

병영도서관은 장서 3,000~5,000여권 규모에 책상, 의자 몇 개를 갖춘 ‘미니 도서관’이다. 하지만 문화 사각지대에 놓인 군 장병들에게는 사회와의 단절을 극복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하는 소중한 공간이 되고 있다. 운동본부측에 따르면 ‘병영도서관’ 이용이 활성화된 군부대의 경우 주말기준 하루 평균 100명가량이 이용한다고 한다. 추가로 도서 지원을 요청하는 군부대의 편지도 끊이지 않는다.

비영리 민간단체가 폐쇄적이고 엄격한 지휘체계 하에 있는 군을 상대로 도서관 건립과 독서문화 운동을 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당장 ‘군대에 무슨 도서관이냐?’ ‘사병들이 괜한 잡생각만 하게 된다’는 반대의 벽에 부딪혀야 했다. 정책적 지원이 절실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 2002년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 등 국회의원 33명이 사랑의 책나누기 운동본부의 활동 취지에 동의해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부터다. 병영도서관의 설치와 운영에 대한 근거를 마련한 이 개정법률안은 이듬해인 2003년 4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후 국방부는 국방중장기 5개년 계획에 대대급 부대 1,740곳에 병영도서관을 설립하겠다는 안을 포함시켰다. 올해의 경우 5억원 규모의 ‘쥐꼬리’ 예산이 책정되었지만 군 부대 도서관은 상상도 못하던 시절에 비하면 한 걸음씩 발전하고 있는 셈이다.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는 병영도서관 한 곳에 3,000권의 도서를 기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동안 각 출판사에 일일이 취지를 설명하고 무상지원받아 군부대에 전달해오다 지난해부터 교보문고와 손을 잡고 도서를 공급받고 있다. 3,000권의 도서 리스트는 8명의 교수 또는 작가로 구성된 도서선정위원회가 추천한 책들이다. 문학, 역사, 철학, 사회과학, 과학, 대중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양서들이 포함돼 있다.

군함위에서 책을 읽고 있는 해군 장병들. <사랑의 책 나누기 운동본부>

군함위에서 책을 읽고 있는 해군 장병들. <사랑의 책 나누기 운동본부>

운동본부 민승현 본부장은 아직까지도 병영도서관이 왜 필요한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고 안타까워하며 미군의 예를 들어 그 중요성을 설명했다.

“미국은 1917년부터 병영도서관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현재 국방부 내 병영도서관 전담부서까지 설치해 두고 있지요. 한국전쟁 때도 미군은 12개 거점 도서관과 14개 야전도서관, 44개의 도서 기탁소를 운영했고 휴전 당시 총 장서규모가 8만5천여권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주한미군도 현재 22개의 병영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군은 전세계 군대를 통틀어 최고의 평균 학력을 자랑합니다. 그런데도 사병의 독서활동 지원에 대해서는 너무 무관심했습니다.”

운동본부는 병영도서관 장서지원에 그치지 않고 부대 내 독서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사업을 계획 중이다. 이를 위해 부대 내 독서동아리 지원, 피엑스(P.X) 도서 판매, 일과 중 독서시간 의무화 시범실시 등을 계획 중이다. 물론 군의 진취적 수용이 뒷받침돼야 하는 일인데 다행이 관심을 나타내는 몇몇 부대가 있다고 민본부장은 전했다.

“최근 총기사고 등 부대 내 사고가 빈발하면서 사단, 군단장 등 지휘관들의 의식이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 방식대로 획일적이고 일사불란한 시스템만 강요해서는 더 이상 효율적 통제가 어렵다는 걸 깨닫기 시작한 거죠. 사병들의 여가, 문화활동까지 세심히 챙기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는 끝으로 일반 국민의 적극적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주기자 s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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