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중순 문 여는 비정규노동자 쉼터 ‘꿀잠’
막바지 구슬땀 쏟는 일꾼들의 간절한 ‘소망’
지금도 무더위에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비정규·해고 노동자들이 지친 몸을 쉬어갈 수 있는 집이 지어지고 있다.
서울 신길동 골목. 낡은 4층짜리 다세대주택이 비정규노동자 쉼터 ‘꿀잠’으로 리모델링되고 있다. 2년 전 기륭전자 해고노동자의 투쟁 10년을 돌아보는 토론회에서 공식 제안된 쉼터는 이후 법인을 설립하고 건물을 매입해 지난 5월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현재 임대 중인 2, 3층을 제외하고 옥탑(쉼터·정원)과 지하(공연·전시장), 1층(카페·식당), 4층(쉼터)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자발적 ‘무보수 일꾼’들이 연신 굵은 땀방울을 떨궜다. 노동자, 종교인, 예술가, 학생, 시민 등 다양한 개인들이 합세했다. 대체로 생업의 기술과 거리가 있는 ‘막노동’이라 배우고 익히면서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 5일, 꽃나무 정원이 들어설 옥탑이 북적였다. 쉼터가 될 옥탑방 외벽에 각목을 댔고, 한쪽에선 휴게용 벤치를 제작했다. 벤치 작업조 차광호씨(파인텍·옛 스타케미칼)와 김경봉씨(콜트콜텍)는 “내 집 짓는 마음”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긴 세월 거리에서 경험했던 숱한 쪽잠과 한뎃잠에서 오는 절실함 때문이다. 차씨와 김씨 등 노동자들은 작업이 끝나는 저녁이면 다시 동료들이 있는 광화문 농성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공연, 전시 등 문화공간으로 태어나는 지하에는 ‘문화도시연구소 집짓기 프로젝트팀’ 등이 목공작업에 투입됐다. 쉼터를 설계한 정기황 건축가와 봉사자들이 합판과 각목을 재고 잘랐다. 절단기가 뱉어내는 톱밥이 온몸을 적신 땀에 고스란히 달라붙었다. 재단한 목재를 바닥과 천장, 객석에 붙여가자 공연장의 모습을 갖춰갔다. 공사가 진행되던 지난 20일, 개소식 전 첫 행사로 우리 시대 노동의 모습을 담은 책 <연장전>의 북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완공 목표인 7월 말이 다가오자 건물 내·외부의 큰 공사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특히 옥상정원은 쉼터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정원 조성에 참여한 가든디자이너 권혁문씨는 “자연 치유를 염두에 두고 꽃나무를 심었다”며 “노동자들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했던 황철우 서울지하철 2호선 승무원은 “당시 모두들 ‘가능하겠냐’고 물었어요. 근데 그게 되네요”라며 활짝 웃었다. 각계각층에서 마음을 모아 마련한 기금으로 건물을 매입했고, 이후 현장을 직접 찾은 개인들의 노력기부, 설계와 용접 등의 재능기부, 타일 같은 건축자재의 기부도 이어졌다. 하지만 리모델링 비용과 이후 유지운영비는 여전한 부담거리다.
폭염 속 ‘뜨거운 연대’에 가담한 일꾼들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지친 몸을 쉬어가는 노동자들의 표정이 그 위에 포개졌다. 꿀잠은 오는 8월19일 문을 연다.
연일 현장에서 땀 흘리는 사진가 노순택의 말이다. “비정규노동자의 집은 하루빨리 쓸모가 없어지길 바라면서 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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