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미트볼 올려야 크리스마스 식탁…함께 식사하며 산타 기다리죠”

정유미 기자·사진 이상훈 선임기자·영상 유명종 PD

야콥 할그린 스웨덴 대사가 소개한 미트볼·얀손의 유혹·청어절임

야콥 할그린 주한 스웨덴 대사가 대사관저에서 스웨덴식 미트볼을 직접 요리하며 스웨덴 전통 음식을 설명하고 있다. 능숙하게 요리하는 할그린 대사가 말하듯 스웨덴은 집안 일을 부부가 나눠하는 양성평등 국가로도 유명하다.

야콥 할그린 주한 스웨덴 대사가 대사관저에서 스웨덴식 미트볼을 직접 요리하며 스웨덴 전통 음식을 설명하고 있다. 능숙하게 요리하는 할그린 대사가 말하듯 스웨덴은 집안 일을 부부가 나눠하는 양성평등 국가로도 유명하다.

북유럽의 스웨덴은 북극의 장중함과 오로라의 신비를 오롯이 간직한 나라다. 발명가 노벨로 창의와 혁신의 아이콘으로도 자리 잡았다. 발트해안을 따라 점점이 떠 있는 별빛 가득한 섬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곳도 바로 스웨덴이다. 북유럽의 ‘노르딕퀴진’으로 불리는 스웨덴에는 미슐랭스타 맛집이 많다. 긴 해안(3218㎞)을 따라 청어, 고등어, 새우, 굴, 홍합 등 싱싱한 해산물이 넘쳐난다. 숲과 호숫가에는 갖가지 베리가 가득하다. 야콥 할그린 주한 스웨덴 대사가 소개한 스웨덴 전통 음식은 메인 요리인 미트볼과 별식인 얀손의 유혹, 청어절임 등이다. 할그린 대사와의 만찬은 서울 성북동의 스웨덴 대사관저에서 진행됐다.

[정유미 기자의 대사와의 만찬](12)“미트볼 올려야 크리스마스 식탁…함께 식사하며 산타 기다리죠”

크리스마스 테이블 ‘율보드’
뷔페식, 바이킹 문화에서 유래

“스웨덴에서는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가 되면 커다랗고 기다란 식탁을 준비합니다. 여러 가지 음식을 한꺼번에 차려놓고 각자 접시에 담아 다 함께 나누지요. 바이킹의 뷔페음식 문화가 스웨덴의 크리스마스 테이블(율보드)에 영향을 준 것이지요. 크리스마스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스웨덴식 미트볼입니다.”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인사를 건네던 할그린 대사가 앞치마를 두르더니 이내 부엌으로 향했다. “자, 이렇게, 이렇게 먼저 버터를 듬뿍 주물팬에 올립니다. 버터가 녹으면 준비해 둔 미트볼을 잘 돌려가며 부드러운 갈색빛이 날 때까지 구워냅니다. 너무 바삭하게 익지 않도록 불을 조절해야 하는데 5분 정도면 식감이 살아있는 스웨덴식 미트볼이 완성되죠.” 능숙하게 주방기구를 다루는 것을 보니 대사의 음식 솜씨가 보통이 아닌 듯했다. 스웨덴이 왜 양성평등 국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지, 한국보다도 출산율이 높은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스웨덴에서는 크리스마스만큼 중요한 날이 없다. 스웨덴의 전통 목각인형 ‘달라호스’(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의미의 민속 공예품)가 놓인 크리스마스 식탁 앞에서 대사가 아몬드와 건포도가 담긴 자그마한 찻잔에 따뜻한 포도주를 따라주었다. 스웨덴은 날씨가 춥기 때문에 손님이 오면 몸을 따스하게 녹여줄 몰드 와인을 먼저 건네는 것이 전통이라고 했다.

은은한 촛불이 드리운 식탁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절인 청어 요리다. 할그린 대사는 “한국인에게 김치가 있다면 스웨덴 사람들에게는 청어절임이 있다”고 소개했다.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에서는 여름철 많이 잡히는 청어를 소금으로 절인 뒤 허브를 넣고 숙성시켜 일년 열두달 즐겨 먹는다. 10세기 전후 스칸디나비아반도에 근거지를 두었던 바이킹족들은 오랜 기간 항해에 나서 신선한 요리를 맛볼 수 없었던 만큼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소금에 절여 먹었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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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열두 달 먹는 청어절임
비린 맛 예상했지만 새콤·깔끔

청어가 비리지는 않을까. 하지만 기우였다. 새콤한 청어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하얀 샤워크림을 얹은 청어는 고소하기까지 했다. 한국의 집집마다 김치맛이 다르듯 잘 숙성시켜 색다른 맛을 가진 청어절임은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여기에 겨자 소스에 찍어 먹는 연어그라브락스도 담백했다.

“혹독한 바다 추위를 견뎌낸 바이킹족은 육지에 도착하면 신선한 음식을 식탁에 푸짐하게 차려놓고 실컷 즐겼지요. 여기서 유래한 것이 바로 뷔페 스타일의 스웨덴 크리스마스 테이블입니다. 스웨덴 사람들은 전통주인 스납스(아콰비트·Aquavit)와 맥주를 즐겨 마시는데요. 자, 스콜(건배)하실까요.”

대사가 잔을 부딪혔다. 감자를 주원료로 만든 스납스는 알코올 도수가 40도가 넘는다. “갈매기는 청어절임을 달라고 하고, 어부는 술을 달라고 하네”라는 스웨덴 전통 민요를 즉석에서 부르는 할그린 대사. 할그린 대사의 노랫소리를 따라 맑고 투명한 스웨덴 독주를 단번에 들이켰다. 목 넘김이 부드러운가 싶더니 속이 후끈 달아오른다. 얇은 과자 같은 스웨덴 전통 빵을 톡하고 잘라 입안에 넣었다. 버터를 바른 뒤 유기농 치즈를 얹어 먹는데 오트밀 등 몸에 좋은 곡식과 씨앗이 그대로 씹혔다. 촉촉하지는 않았지만 거칠고 딱딱한 식감이 의외로 마음에 들었다.

[정유미 기자의 대사와의 만찬](12)“미트볼 올려야 크리스마스 식탁…함께 식사하며 산타 기다리죠”

채소 적은 스웨덴식 미트볼
향신료 등 다른 양념도 적게
“링곤베리 잼 곁들여 즐겨요”

메인 요리인 스웨덴식 미트볼은 한국과 달리 야채류를 많이 넣지 않는다. 향신료 등 양념도 거의 쓰지 않는다. 그저 쇠고기를 잘게 다져 양파와 달걀 등을 넣고 조물조물 동그랗게 말아 파슬리를 얹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스웨덴에서는 미트볼을 달달한 링곤베리 잼과 같이 먹어요. 베리는 늦여름이나 가을이면 스웨덴 어디에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지요. 블루베리, 크랜베리, 링곤베리 등 스웨덴은 ‘베리 천국’입니다.”

또 다른 메인 음식인 ‘얀손의 유혹’은 이름부터가 생소했다. 얀손은 19~20세기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살던 유명한 오페라 가수다. 그는 친구와 이웃들을 자주 집으로 초대해 스납스와 음식들을 나눠 먹었다고 한다. 밀가루 반죽 위에 감자를 비스듬히 잘라 안초비를 넣고 오븐에 넉넉하게 쪄낸 요리인 얀손의 유혹은 한 끼 식사로도 거뜬할 듯하다.

“스웨덴에서는 크리스마스 전날이면 온 가족이 크리스마스 테이블을 마주합니다. 든든하게 뷔페식으로 식사를 마치고 나면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지요. 루돌프 사슴이 이끄는 썰매를 타고 산타클로스가 도착한 겁니다.”

[정유미 기자의 대사와의 만찬](12)“미트볼 올려야 크리스마스 식탁…함께 식사하며 산타 기다리죠”

성악가 이름 딴 ‘얀손의 유혹’
밀가루 반죽에 감자·안초비
오븐에 찌면 거뜬한 한끼 식사

스웨덴 하면 발명가 노벨(1833~1896)과 가수 아바(ABBA)는 물론 볼보와 사브 등 자동차 브랜드가 떠오른다. 통신장비 제조사인 에릭슨과 스카이프, 블루투스, 마인크래프트, 스포티파이, 사운드클라우드에 가구 이케아까지 모두가 스웨덴에서 탄생한 기술이자 세계적인 기업들이다.

“스웨덴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습니다. 자연 속에서 상상력을 얻고 혁신의 아이콘을 끊임없이 찾으려고 노력하지요.” 자연을 소박하게 있는 그대로 식탁에 내놓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모두의 평등을 꿈꾸는 나라, 스웨덴이었다.

내륙 열차 타고 북극선 넘어 순록·전통 마을 여행…가을 낙엽 태워 야채 익혀내는 맛집도


[정유미 기자의 대사와의 만찬](12)“미트볼 올려야 크리스마스 식탁…함께 식사하며 산타 기다리죠”

■ 스웨덴은

유럽 북부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있는 입헌군주국으로 정식 명칭은 스웨덴 왕국(Kingdom of Sweden)이다. 수도는 알프레드 노벨의 고향이기도 한 스톡홀름이다. 발트해를 끼고 있는 스톡홀름은 멜라렌 호수와 여러 개의 크고 작은 항구가 별처럼 박혀 있어 북유럽의 베네치아로 불린다. 해안선의 길이가 3218㎞에 달하고 천연자원이 풍부하다. 기계·운송기기·에너지·통신·전자·전기 부문 등 산업분야도 뛰어나다. 전 국민 의료혜택·실업수당·무료교육·노후연금 등 사회보장제도로 세계적인 복지국가로 꼽힌다. 국토 면적은 한국의 5배이지만 인구는 1000만명에 불과하다.

■ 명소

주한 스웨덴 대사가 추천한 여행지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곳들이다. 스웨덴 외레순드 해협에 있는 벤섬은 자전거를 타고 아름다운 자연을 천천히 둘러보기에 좋다. 스웨덴과 덴마크 국경 사이에 있는데 16세기 유명한 천문학자 티이코 부라헤산의 고향이다. 산과 숲에 둘러싸인 스웨덴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기차여행도 흥미롭다. 스웨덴 북단으로 이어지는 내륙 열차(https://inlandsbanan.se/en/travel)로 북극선을 넘어 순록, 전통 마을까지 경험할 수 있다. 6~7월에는 백야를 만난다. 스웨덴 서쪽 카턴버그에 있는 코스테르섬 코스테르하베트 국립해양공원에도 가보자. 카약과 낚시를 즐기는 맛이 색다르다.

스웨덴에서 가장 큰 섬인 고틀란드는 발트해의 진주로 불린다. 800㎞에 이르는 해안가를 거닐다 보면 빙하기 침식으로 생긴 석회 돌기둥을 자주 볼 수 있다. 고틀란드의 비스비는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고틀란드 북동쪽 포뢰섬은 스웨덴이 낳은 세계적인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2014년 김태용 영화감독과 배우 탕웨이가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옛 도시 감라스탄은 700년에 걸쳐 만들어진 도시답게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빅토리아 왕세녀가 2000년 6월 헬스 트레이너였던 다니엘 왕자와 결혼식을 올렸던 고딕 양식의 왕실 교회 스토르시르칸과 노벨 박물관이 유명하다. 멜라렌 호수를 내려다보며 아름다운 밤을 보내기에는 감라스탄의 ‘퍼스트 호텔 레이센(www.firsthotels.com/reisen)’이 제격이다. 17세기에 지어진 건물로 왕궁과 가깝다. 아이스 호텔(www.icehotel.com)이 있는 라플란드는 백야가 지속되는 한여름 밤 플라이 낚시를 즐기기에 좋다. 객실이 많지 않아 1년 전 예약하는 게 좋다.

■ 스웨덴 맛집

한국에서 스웨덴 전통 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서울 중구 회현동에 있는 ‘헴라갓’(02-318-3335)은 스웨덴 가정식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음식은 청어절임으로 계절에 따라 3~5가지 정도의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미쉬매쉬’(02-6465-2211)는 북유럽의 청어절임 등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퓨전 레스토랑이다. 올해는 스웨덴식 크리스마스 테이블 요리도 선보인다. 2018년 미슐랭 빕구르망 식당으로 소개돼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스웨덴에서 전통 음식을 맛보려면 스톡홀름에 있는 ‘덴 일데데 프레덴’에 가보자. 스톡홀름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노벨문학상을 심사하는 스웨덴학술원 회원들이 매주 목요일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18세기 문을 연 곤돌라 모양의 레스토랑 ‘곤돌렌’에서는 멋진 풍경을 내려다보며 스웨덴 전통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전기를 쓰지 않고 요리하는 스톡홀름의 ‘엑스테드’는 화덕에 불을 지피고 장작을 태워 고기를 익힌다. 중서부 옘틀란트 지방의 ‘파비켄 마가시네트’는 셰프가 낚시한 요리재료에 가을 낙엽을 태워 야채를 익혀낸다.

■ 스웨덴에 가려면

스웨덴으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인천공항에서 스톡홀름 알란다 국제공항까지 외국 항공을 이용해야 한다. 스웨덴은 산림 비율이 53%나 되고 강과 호수는 9%. 산지 비율은 12%다. 국립공원과 자연보호구역을 정해 멸종위기 희귀동물들을 보호하고 있어 생태관광을 하기에 좋다. 한여름 북극권 한계선에서 활강 스키를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트나 카약을 타고 급류 래프팅을 즐기기에도 좋다. 겨울은 한랭하고 여름은 온화하다. 평균 기온은 스톡홀름이 7월 기준 17.2도로 선선하다. 시차는 7~8시간이며 전기는 220V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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