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강한 식생활 지킴이 ‘스마트 해썹’

김중범 순천대 식품공학과 교수
[기고] 건강한 식생활 지킴이 ‘스마트 해썹’

최근 신차를 구매한 A씨는 차에 이상이라도 생길까 전전긍긍하다 차량용 블랙박스 사물인터넷(IoT) 시스템을 설치해 사용 중인데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차량에 큰 충격이 감지되면 차량 위치와 이미지가 휴대폰으로 즉각 전송되거나, 언제든지 차량 상태를 원격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실생활에 보급되고 있는 사물인터넷·인공지능(AI) 기반의 기술이 식품 제조 현장에서 식품안전사고를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다면 안전한 식품을 바라는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을까? 이런 물음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인증원)은 스마트 해썹(HACCP)이란 답을 제시했다.

스마트 HACCP은 IoT 기술을 활용해 중요관리점 모니터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자동 기록·관리하고 확인·저장할 수 있도록 하여 데이터의 위·변조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국내 식품제조업체 약 100곳이 운영 중이다. 식품안전관리의 대표적 인증제도인 HACCP은 제조공정에서 위해가 될 만한 요소를 예방·제거하거나 감소시키기 위한 중요관리점(CCP·Critical Control Point)을 설정해 관리한다. 가령, 일반 가정에서 과일을 세척해 이물질을 제거하거나 물을 끓여 살균하는 과정을 제조공정에 접목한 것이 중요관리점이다.

중요관리점은 주기적인 모니터링과 기록이 핵심이다. 이 과정을 소홀히 하면 식품안전사고를 예방하고자 하는 HACCP의 신뢰도는 저하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스마트 HACCP이 적용돼 HACCP이 업그레이드된다면 기록의 위·변조, 미숙련 작업자에 의한 식품안전사고를 방지하는 등 인위적인 위험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

스마트 HACCP을 도입하면 해당 식품업체의 식품안전도가 평균 8.3% 개선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우리 연구팀이 2020년 스마트 HACCP을 도입 중인 식품업체 20곳을 대상으로 그 효과를 예측한 결과다. 특히 국내 전체 HACCP 인증업체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규모 업체에서 도입효과가 더 두드러졌다. 소규모 업체의 스마트 HACCP 도입 후 식품안전도 개선율은 11.5%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위해·불량 식품으로 인한 식품안전사고가 단 1건만 발생해도 기업의 존폐를 우려할 만큼 후폭풍을 맞게 되는 식품업계의 특성상 식품안전도를 10% 이상 높인다는 것은 대단한 매력이다.

스마트 HACCP 등록을 원한다고 해서 어느 업체나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관리점 자동 기록과 위·변조 방지 시스템을 갖췄는지 등을 확인하는 인증원의 현장평가를 거쳐 스마트 HACCP 등록 가부(可否)가 결정된다. 스마트 HACCP 등록을 완료하면 HACCP 인증서에 스마트 HACCP 등록 사실이 추가로 기재되고, 해당 업체의 생산 제품 포장지 등에 스마트 HACCP 적용업체(품목)란 별도 표시나 광고가 가능하다.

스마트 HACCP은 정부·기업·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안겨주는 시스템으로, 건강한 식생활의 파수꾼이 될 수 있다. 스마트 HACCP을 통해 모니터링 빈도를 늘리고, 신속대응 체계를 구축한다면 불량식품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비용 절감에도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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