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에 상륙했을 때 부산 해안가는 그야말로 충격의 장소였다. 집채만 한 파도와 쏟아지는 폭우, 굵은 나무를 부러뜨릴 듯 부는 바람은 공포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태풍이 가진 위력을 인간 스스로 키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빌딩풍’이다. 빌딩풍은 밀집된 고층 건물 사이에서 부는 강한 바람을 뜻한다. 공간이 좁아지면 바람의 속도가 빨라지는 ‘베르누이의 정리’라는 원리 때문에 생긴다.빌딩 숲 사이에선 기압이 주변보다 낮아진다. 낮은 기압은 공기의 속도를 높인다. 호스의 노즐 부위를 손가락으로 꾹 눌러 구멍을 좁히면 물이 더 멀리, 더 강하게 뿜어져 나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빌딩풍은 자연적으로 부는 바람의 세기를 2~3배 키운다. 권순철 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팀이 힌남노가 부산을 통과한 지난 6일 엘시티 인근에서 측정한 최대 풍속은 초속 62.4m에 달했다. 엘시티는 높이 300m가 넘는 초고층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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