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삼성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

유희곤 기자

‘싸구려’ 중국 휴대폰은 옛말… 세계 최초 제품 잇달아 출시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통신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부스는 단연 중국 업체들이었다. 전시장 3번관 중국 화웨이 부스엔 수많은 인파가 몰려 탄성을 쏟아냈다.

화웨이가 내놓은 제품은 세계 최초로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드(LTE-A) 기술을 지원하는 ‘어센드P2’.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드는 롱텀에볼루션보다 전송 속도가 두 배 빠르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이 오는 9월쯤에야 상용화하는 최신 기술이다.

중국 스마트폰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오고 있다. 더 이상 저가형 제품이 아니라 세계 최초 기술을 선보이며 삼성전자와 애플이 주도하던 스마트폰 시장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10년 1월 “중국은 아직 멀었다”고 밝혔지만 불과 3년 만에 세계 모바일 기술을 선도할 정도로 급성장한 것이다.

중국 단말기 업체 ZTE가 선보인 파이어폭스 OS 기반의 스마트폰 ‘오픈’ (왼쪽)과 화웨이의 세계 최고속 LTE 스마트폰 ‘어센드P2’.

중국 단말기 업체 ZTE가 선보인 파이어폭스 OS 기반의 스마트폰 ‘오픈’ (왼쪽)과 화웨이의 세계 최고속 LTE 스마트폰 ‘어센드P2’.

▲ 새 운영체제·전송 기술 등
ZTE 판매량 작년 LG 추월
국내 업체 “차별화로 승부”

어센드P2는 4.7인치 화면에 1.5㎓ 쿼드코어 프로세서,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인 젤리빈 4.1을 적용해 삼성과 애플 등의 최신 스마트폰에 비해 손색이 없는 성능을 과시했다.

통신기술뿐 아니라 운영체제(OS)에서도 ‘독립’을 준비하고 있다. ZTE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세계 최초로 ‘파이어폭스’ OS를 사용했다.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를 벗어나려는 시도는 삼성전자 정도만 가능한 구상으로 여겨졌었다. 중국 업체들이 중장기 발전 로드맵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업체 관계자는 4일 “시장 경험이 축적된다면 조만간 중국 업체가 국내 및 미국 스마트폰 선두권 업체들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라고 말했다.

중국 스마트폰의 약진에 이미 삼성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중국 업체들이 두께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내놓은 6.68㎜ 두께의 스마트폰 어센드P1s를 전시했고, ZTE는 세계가전박람회(CES)에서 6.9㎜의 ‘그랜드S’를 공개했다. 레노버와 TCL(알카텔) 등도 6㎜대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삼성전자 갤럭시시리즈 주력제품이 8~9㎜ 두께에 그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도전받는 한국 스마트폰](상) 삼성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

삼성 경영진은 올해의 주요 제품전략 중 하나로 ‘슬림한 디자인’을 선정하고 연내 두께를 줄인 제품을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오히려 저가 제품의 대명사였던 중국 제품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한 셈이다.

화웨이와 ZTE는 제품 경쟁력과 중국 내수시장을 내세워 최근 스마트폰 점유율 세계 3위와 5위에 올랐다. 특히 화웨이는 4분기 150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해 1년 전보다 13.7% 급성장했다. 양적인 측면에서도 LG전자(4위)를 이미 ‘샌드위치’처럼 둘러싸며 국내 업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업계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고급형(프리미엄) 스마트폰 점유율이 지난해 7.8%에서 2015년 20.2%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판매구조도 지난해까지 72%였던 내수시장 비중이 2015년에는 44.5%로 줄어들고 수출 비중은 지난해 28%에서 올해 34.6%, 2015년에는 55.5%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업계는 ‘방어전’에 나서야 할 형편이다. 휴대폰 사업을 맡고 있는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과 박종석 LG전자 부사장은 “중국산 휴대전화의 기술력이 많이 좋아져 끊임없는 혁신과 차별화된 제품으로 승부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신형 태블릿PC인 ‘갤럭시노트 8.0’과 보안솔루션인 ‘녹스’를 공개하고 애플이 선점하고 있는 태블릿 시장과 지금까지 부진했던 기업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LG전자는 보급형 스마트폰인 ‘옵티머스 F5’와 ‘옵티머스 F7’을 선보이고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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