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이 또 터져 나왔다. 이번에는 국내가 아닌 일본이 무대다. ‘민주넷’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일본 간사이공항에서 노래패 ‘우리나라’의 입국 모습을 촬영하다 단원들에게 붙잡힌 사람이 자신을 기무사 소속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본 고베고급조선학교에서 공연하러 가던 길이었다.
이에 대해 기무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지난달 29일을 전후해 “단 한 명의 기무사 요원도 수사활동을 위해 일본에 체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넷이 어제 공개한 비밀서류 등 동영상 자료는 기무사의 주장과 정면 충돌한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만일 민주넷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기무사가 해외에서 상대국의 협조 없이 정보수집 활동을 했다는 것으로 외교분쟁의 소지마저 있는 중대 사안이다. 또 기무사 주장이 맞다 해도 불법 사찰의 주체에 대한 의혹은 그대로 남는다. 국가정보원이나 경찰도 이구동성으로 무관함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국정원, 기무사 등의 불법적인 민간 사찰 의혹이 연이어 불거졌으나 지금까지 명백하게 의혹이 구명된 적이 없다. 예를 들어 지난달 5일 평택역에서 기무사 요원 신모씨가 시위대에 의해 붙잡혔을 때 기무사는 민간인 사찰이 ‘법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지금껏 그 수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많은 일반인들이 국가기관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정부는 법적 대응 운운하며 사실무근만 외칠 것이 아니라 국민을 납득시킬 진실 규명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무슨 말을 해도 국민이 믿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정부는 의혹이 더 커지기 전에 ‘우리나라’ 단원들로부터 신병을 넘겨받은 일본 경찰과 협조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