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황미수 영남대병원 교수

박효순 기자

30여년 유방영상의학의 외길 걷는 ‘큰언니’

유방암 조기검진 ‘초음파 대가’… 매달 100건 이상 수술 전처치

부모·아들 등 3대가 의사 가족… “지역 의료계 발전 힘 쏟을터”

영남대병원 영상의학과 황미수 교수(60)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대학병원 영상의학과 첫 여교수로 유명하다. 1983년 5월 영남대병원 개원 멤버로 교수요원 발령을 받아 지난해 30년을 맞았다. 30년 넘게 영상의학과에서 홍일점으로 교육·연구·진료에 매진하고 있는 ‘파워 여성’이다.

지역 여교수들 사이에서는 ‘큰언니’로 통한다. 2003년 발족한 ‘대구·경북 유방영상연구회’ 초대 회장으로 지금까지 10년 이상 연구회를 이끌고 있다.

영남대병원 영상의학과 황미수 교수는 지역사회에서 유방초음파 분야의 명의로 꼽힌다. 황 교수가 최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방초음파 검사를 시연하고 있다. 영남대병원 제공

영남대병원 영상의학과 황미수 교수는 지역사회에서 유방초음파 분야의 명의로 꼽힌다. 황 교수가 최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방초음파 검사를 시연하고 있다. 영남대병원 제공

“대구·경북 유방영상연구회는 지역 영상의학과 교수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연구회입니다. 유방영상 분야가 세분화될 때 지역에서 세부전공을 제일 먼저 했고, 가장 연장자이기 때문인지 지금까지도 계속 회장을 맡으라고 하네요. 유방영상의학의 발전은 유방암 조기진단 및 각종 유방질환을 치료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유방영상을 하는 의사들의 목표는 작은 크기의 암조직을 가능한 한 일찍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가 가능케 함으로써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앞으로 병원에서의 진료뿐 아니라 같은 분야를 전공하는 교수들과 교육·연구 등 협력을 강화해 지역 의료계의 발전에도 기여할 계획입니다. 항상 제게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고, 주위에 누가 되지 않으며, ‘여자라서 안된다’는 말은 기필코 듣지 않겠다는 자세로 말입니다.”

[여의열전](39) 황미수 영남대병원 교수

유방초음파 진단의 권위자인 황 교수는 한 달에 600여건의 유방촬영술과 500여건의 유방초음파 및 유방수술 전처치를 하고 있다. 병원 전체의 흉부 X-레이 검사 중 70~80%의 판독을 매일 직접 챙긴다. 과중한 업무지만 선천적으로 건강하고 체력이 좋아 오전 6시30분이면 어김없이 출근한다. 유방암이 의심되거나 암환자인 경우 기다리지 않게 유방초음파 검사를 바로 해주고 있다.

그는 유방수술 전처치(수술 전 바늘 위치 결정술)의 베테랑이다. 이는 손으로 만져지지 않을 정도로 작은 암의 위치를 외과의사의 수술 전에 유방초음파나 유방촬영 영상을 보면서 낚시바늘 같은 것으로 정확하게 잡아주는 시술이다. 보통 오전 8~9시 사이에 4~5건은 기본이고 많게는 7~8건까지 해서 수술방으로 보내준다. 이런 노력은 전국 6위권에 들어가는 영남대병원의 유방암 수술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원동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전공의들을 모성애적으로 보살펴 ‘어머니 같은 느낌을 준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1979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황 교수는 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마치고 1983년 영상의학과 및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바뀐 제도에 따라 당시 진단방사선과에 속해 있던 2개 전문의 분야 수련을 받은 것이다. 1983년 세브란스병원 전임의(펠로) 도중에 그해 5월 영남대병원 교수로 위촉됐다. 1991년 3월부터 1년간은 미국 피츠버그대병원에서 임상교수 연수를 받았다. 최근까지 100여편의 영상의학 관련 논문을 국내외 학회에 발표했다.

[여의열전](39) 황미수 영남대병원 교수

“빨라진 초경, 늦은 폐경과 출산 기피,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유방암이 계속 늘어나고 20~40대의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도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어 문제입니다. 매달 자가검진과 정기적인 검진을 통한 조기발견과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을 가져야 해요. 최근 영상의학적 진단법의 발달로 유방암 진단이 조기에 이루어지고, 수술기법 향상과 표적치료제나 방사선치료법 등의 개발로 수술 환자의 생존율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어 한편으로는 다행입니다.”

황 교수는 ‘모든 일에 성의껏 진솔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남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마음가짐이다. 1979년 대학 졸업을 앞두고 동기였던 정현 교수(대구 가톨릭대병원 피부과)와 결혼해 두 아들을 두었다. 레지던트 1년차 때 낳은 큰아들은 현재 카이스트(KAIST)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다. 1985년 얻은 작은아들과 며느리는 현재 원주 세브란스병원에서 전공의로 근무 중이다.

현재 대구에서 같이 거주하는 부모 중 아버지(황훈 박사·88)는 의사면허 444번으로 잘 알려진 외과의사다. 어머니(황종옥 박사·84)는 산부인과 의사였다. 황훈 박사는 부인과 함께 재작년까지 서울 충정로에서 57년간 개원(경기의원)을 했다. 3녀1남 중 장녀인 황 교수가 의대를 선택한 데는 묵묵히 의업을 일구는 아버지, 영상의학을 전공한 데는 초음파를 많이 보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바로 밑 여동생도 연세대 의대를 나와 미국 병원에 근무하고 있다.

[여의열전](39) 황미수 영남대병원 교수

“지금의 영상의학 분야에서는 진단뿐만 아니라 암 치료, 좁아진 혈관 확장, 동맥류 예방 등 예전에 큰 수술이 필요했던 것도 비교적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것을 인터벤션 영상의학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매우 발달된 진단기법과 함께 최신 시술을 통해 질병 정복에 더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이수정 영남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외과)은 “황미수 교수는 하루에도 수십명의 유방초음파 검사를 통해 유방암의 조기검진에 힘쓰고 있다”며 “유방초음파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초음파 대가이며 환자를 위해서라면 주말에도 근무하는 원더우먼 교수”라고 칭찬했다.

황미수 교수가 말하는 유방암의 영상의학적 진단

유방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정기적인 검진이 중요한 이유다. 국립암센터와 한국유방암학회의 유방암 검진 권고안을 보면 30세 이상의 여성은 매월 유방 자가 검진, 35세 이상의 여성은 2년 간격으로 의사에 의한 임상 진찰, 40세 이상 여성은 1~2년 간격으로 의사에 의한 임상 진찰 및 유방촬영술을 받도록 되어 있다.

[여의열전](39) 황미수 영남대병원 교수

영남대병원 영상의학과 황미수 교수는 “이러한 방침은 증상이 없는 여성의 경우이며, 혹이 만져지거나 유즙분비, 통증이 있으면 즉시 유방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사의 판단에 따라 주로 유방촬영술과 유방초음파 검사가 이뤄진다. 가족력이나 비만 같은 고위험군에 속하면 젊은 여성이라도 더 적극적인 상담과 정기 검사가 필요하다.

유방촬영술(X-레이 검사)은 만져지지 않는 유방암을 발견하는데 가장 예민한 검사다. 증상이 없는 여성의 유방암 검진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 검사는 유방이 성장하고 분화하고 있는 10~20대 젊은 여성의 기본검진법으로는 권장하지 않는다.

유방초음파는 유방촬영술과 더불어 흔히 실시하는 검사다. 유방촬영술이나 촉진에서 발견된 병변의 정밀검사로 이용한다. 유방촬영술에서 고밀도(치밀) 유방인 경우 보조적인 검사로 추가하는 경우가 많다. 황 교수는 “유방에 멍울이 있을 때 치료를 안해도 좋은 단순한 유방조직의 증식인지 종양인지, 또 이 종양이 낭종(물혹)인지 고형종양인지를 구분하는 데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여성에서 흔한 치밀한 유방실질을 가진 유방검사에 유방초음파는 거의 필수적이다. 치밀한 유방실질은 유방촬영술 영상에서 하얗게 나와 병소가 가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은 유방촬영술에 앞서 유방초음파 검사를 우선적으로 실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초음파검사만을 단독으로 시행한다면 조기 병변을 놓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유방 CT나 자기공명영상(MRI)은 유방암의 진단뿐만 아니라 유방암의 병기나 전이를 진단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 자기공명영상은 임상적 또는 단순유방촬영술과 초음파 검사로 진단이 힘들거나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 쓰인다. 이밖에 실리콘이나 파라핀을 직접 주입한 유방에서의 유방암검사, 유방암환자에서 수술 전 다발성·양측성 병소 여부 검사, 수술전 병기 결정, 항암치료 중 유방암치료의 효과판정에도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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