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장윤실 삼성서울병원 교수

박효순 기자

이른둥이 치료 최고 기록 ‘신생아학 대모’

2012년 10월 한국에서 가장 짧은 임신 기간인 21주5일(152일) 만에 490g으로 태어난 아기가 무사히 자라 지난해 3월 퇴원했다. 1987년과 2011년, 캐나다와 독일에서 152일 만에 태어난 아기가 보고된 이후 세계적으로 처음이다. 아기는 호흡을 혼자서 못해 폐 계면활성제를 맞으며 고빈도 인공호흡기를 달고 미숙아 망막증 수술을 비롯한 각종 치료를 잘 견뎌냈다. 젖을 빨 힘조차 없어 튜브를 통해 코로 수유를 받았다.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24시간 집중치료를 받으며 생존의 한계를 극복한 이 아기는 5개월여 만에 퇴원했다.

한국 이른둥이(미숙아·조산아) 치료 최고기록으로 학계의 공인을 받은 이 의학적 성과의 주인공은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원순·장윤실 교수팀이다. 최근 경향신문 ‘여의열전’ 인터뷰에서 만난 장윤실 교수(50)는 “의학적 생존한계의 학계 기준인 23주보다 훨씬 일찍 나온 신생아를 집중치료해 살려낸 것은 의학적인 성과 측면에서 중요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태어날 이른둥이들을 보다 잘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장윤실 교수가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극초미숙아를 살려야 하는 당위성과 의미에 대해 말하고 있다. |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장윤실 교수가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극초미숙아를 살려야 하는 당위성과 의미에 대해 말하고 있다. |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 23주 미만 조산아 여러명 살려
신생아 난치성 질환 연구 발군
미국소아과연구협회 정회원

장 교수는 이른둥이 치료사를 다시 써내고 있는 신생아학 권위자다.

2012년 쾌거뿐 아니라 2008년에도 22주3일(440g)과 22주5일(570g) 등 23주 미만의 이른둥이 여럿을 살려낸 경험을 갖고 있다.

“제가 전공의 때는 31주, 32주에 태어나도 살리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25주, 26주 만에 태어나더라도 대부분 정상으로 커서 퇴원하고 있어요. 신생아학의 발전 덕분입니다. 의학적 판단에 의한 불가피한 임신중절의 국내 기준이 24주인데, 이는 24주 이상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의료진이 살려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말해주는 겁니다.”

장 교수는 신생아학 전문의로서 이른둥이 및 고위험 신생아 치료뿐 아니라 연구에서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주요 연구 주제는 신생아의 난치성 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이다. 그중에서도 줄기세포 치료법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국내외에 200여편에 이르는 논문을 발표했고 여러 차례 국제학회 발표와 초청강연을 했다. 이러한 연구 업적과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미국소아과연구협회(SPR) 정회원으로 선정됐다.

2012년 10월, 152일만에 태어나 5개월간 치료를 받고 이듬해 3월에 퇴원한 아이가 그해 5월 2일 삼성서울병원이 마련한 어린이날 행사에 건강한 모습으로 참석했다. 사진 왼쪽부터 송재훈 병원장, 장윤실 교수, 아이 어머니, 박원순 교수. | 삼성서울병원 제공

2012년 10월, 152일만에 태어나 5개월간 치료를 받고 이듬해 3월에 퇴원한 아이가 그해 5월 2일 삼성서울병원이 마련한 어린이날 행사에 건강한 모습으로 참석했다. 사진 왼쪽부터 송재훈 병원장, 장윤실 교수, 아이 어머니, 박원순 교수. | 삼성서울병원 제공

그는 1989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전공의)를 거쳐 1994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이어 서울대병원 소아과 전임의와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전임의 및 전문의(신생아학)를 거쳐 1997년 성균관대 의대 및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요원이 됐다.

대한소아과학회 석천연구상(2000년) 및 석천학술상(2001년), 대한신생아학회 남양학술상(2007년) 및 매일진암학술상(2011년), 대한주산의학회 남양학술상(2012년)을 받았다. 2003년 8월부터 1년간 미국(UCSF)에서 신생아 뇌손상 연구 연수를 했다. 대한신생아학회 조사통계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전국 50여개 신생아중환자실이 참여하는 한국신생아네트워크(KNN) 실행위원회 간사 및 신생아학회 간행위원장으로서 대외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장 교수의 아버지는 정신과 전문의였다. 의대생 때는 부친의 영향으로 정신과를 전공하려 했다. 그러나 오늘이 있게 해준 스승인 윤종구 교수(전 서울대병원 소아과, 대한신생아학회 명예회장)의 지도를 따라 소아청소년과 및 신생아학의 길을 걷게 됐다. 윤 교수는 신생아학 분야의 대부로 꼽힌다. 어머니는 무남독녀 외동딸에게 용기와 담대함, 도전정신을 심어주었다. 전공의 1년차 때 의대 동기(노경민 박사·정형외과 개원의)와 결혼해 대학생 딸과 고등학생 아들을 뒀다.

자신의 연구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장윤실 교수. |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자신의 연구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장윤실 교수. |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일을 할 때의 좌우명은 ‘한곳을 함께 바라보고 같이 발전하자’입니다. 신생아중환자실은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해요. 삼성서울병원은 신생아중환자실 병상이 50개로 신생아 전문의, 전공의, 신생아 간호사 등 80여명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미숙아 살리기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곳을 바라본다는 것은 마음을 함께한다는 것입니다. 마음을 함께하지 않으면 아이가 제대로 살지 못하죠.”

고위험신생아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장 교수는 “저출산이 국가적인 큰 문제라면 예산을 들여 신생아 및 미숙아를 위한 의료적 인프라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원장(감염내과)은 “장윤실 교수는 미숙아의 생존한계를 극복하는 신생아 중환자 진료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해온 미숙아들의 대모 같은 의사”라며 “장 교수를 비롯한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이 앞으로도 더 많은 생명에게 희망을 안겨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 장윤실 교수가 말하는 이른둥이 치료와 관리

장윤실 교수가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미숙아의 상태를 진단하고 있다. | 삼성서울병원 제공

장윤실 교수가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미숙아의 상태를 진단하고 있다. | 삼성서울병원 제공


이른둥이(미숙아·조산아)는 임신 37주 미만에 낳은 아기를 말한다. 40주가 만삭이다. 2.5㎏(2500g) 미만을 저체중 출생아, 1.5㎏ 이하 또는 미만을 극소 저체중 출생아, 마지막으로 1㎏ 이하 또는 미만 아기를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라고 한다. 이러한 미숙아가 해마다 늘고 있다. 통계청 출생통계를 보면 1993년 전체 출생아 대비 2.6%였던 것이 2011년 5.2%로 높아졌다. 출생체중 1.5㎏ 이하의 극소 저체중 아기의 경우 1993년 929명에서 2011년 2935명으로 크게 늘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고위험신생아클리닉 장윤실 교수는 “미숙아는 산모들의 노령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면서 “현재 한국은 미숙아 비율이 5~6%로 과거보다 높고 미국(14%), 일본(12%), 영국(10%)처럼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아기는 정상보다 빨리 나올수록 장기나 조직의 미성숙으로 여러 가지 질환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생명마저 위태롭게 할 정도로 심각할 때도 있다. 가장 흔하면서도 치명적인 질환은 바로 호흡곤란이다. 엄마 배 안에 있는 동안과는 달리 혼자서 호흡을 해야 하지만 폐가 제대로 펴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게 된다. 폐 내에 ‘표면활성제’라는 물질이 충분하지 않아서다.

이 경우 기계호흡기 치료와 인공 표면활성제를 투여해 아기의 호흡을 돕는다. 한 달 이상 산소치료가 필요하거나 치료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경우 기관지 폐이형성증으로 진행할 수 있으므로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미숙아 망막증도 자주 나타나는 질환이다. 혈관 형성의 장애가 원인인데, 정기적으로 검사와 함께 상태에 따라 안과에서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출생체중이 1500g 미만인 경우 뇌실 안의 출혈도 주의해야 한다. 또 괴사성 장염과 같은 경우도 아주 흔하다.

장 교수는 “퇴원 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미숙아들은 보통 아이들보다 더욱 더 살뜰히 챙겨야 한다. 호흡기 감염을 막기 위해 집 안 청결에 신경써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금연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전문의와 상의해서 예방접종을 잘 챙기고 영양과 성장과정에 대한 꼼꼼한 관리가 필요하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