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폐암 환자의 장기 생존 희망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에 거는 기대

박순효 계명대 동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의술인술]말기 폐암 환자의 장기 생존 희망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에 거는 기대

얼마 전, 폐암 4기를 진단받은 78세 고령 환자의 딸과 아들이 나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갑작스러운 말기 폐암 진단에,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찾으려는 간절함이 느껴져 면담 내내 마음이 뭉클해졌다. 환자 가족들과 면담해 편평상피세포폐암 4기로 진단된 해당 환자의 첫 치료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KEYNOTE-407 연구)을 시행해보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1주기 치료 직후, 좌측 폐를 가득 채웠던 대량의 악성 흉수가 거의 감소할 정도로 좋은 치료 효과를 보였다.

진료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폐암 환자들은 암이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원격 전이가 된 4기 상태에서 진단받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실제 우리나라 통계를 보면, 거의 절반에 가까운 폐암 환자들이 4기(말기) 단계에서 암을 발견한다. 이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단 8.9%. 즉 100명 중 약 9명의 환자만 5년까지 생존이 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폐암은 우리나라에서 연간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종(전체 암 사망자의 22.9%)이다. 2위인 간암(13%)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희망을 잃을 필요는 없다. 암 사망률 1위인 폐암에서 장기 생존의 가능성을 보이는 긍정적 연구 데이터들이 지속적으로 도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세계폐암학회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4기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시행한 결과 기존 치료요법(항암화학요법) 대비 생존 기간을 약 2배 증가시켰다. 특히 치료제에 반응을 보인 환자 중 80.4%가 4년간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런 수치는 전이성(4기)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기존 면역항암제 단독요법의 한계로 지적되었던 낮은 반응률을 극복하고, 단독요법 치료 초기에 종종 발생되는 과진행(Hyper-progression)의 위험을 낮춰 치료 초기에 환자를 잃게 될 가능성도 감소시켰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여러 국제지침은 전이성(4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표준 치료요법’으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암 치료의 교과서라 불리는 미국종합암네트워크 가이드라인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 병용요법을 가장 높은 권고 등급 중에서도 선호요법(Preferred)으로 우선 권고한다. 이는 모든 전이성(4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첫 치료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번 환자처럼 우월한 치료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1차 치료부터 가장 효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최선의 치료제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환자의 1차 치료에 사용하느냐, 기존 세포독성항암제(항암화학요법) 투여 실패 후 2차 치료제로 면역항암제 단독요법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치료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진다.

하지만 현재 1차 치료에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비급여다. 이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경제적 이유로 효과가 더 좋은 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고, 의료진도 쉽게 권할 수 없는 상황이다. 좋은 치료제가 있음에도 환자들이 치료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하루빨리 좋은 치료제에 대한 경제적 접근성이 향상되길 간절하게 바란다. 폐암 환자와 보호자들께는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진료 현장 최일선에서 환자분들과 함께하는 호흡기내과 ‘폐암 전문의’와 심도 깊은 논의를 한다면 장기 생존이라는 값진 결과물도 가능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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