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로봇기술

재활로봇,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주다

헬스경향 이원국 기자

[인터뷰] 나병훈 엔젤로보틱스 로봇연구개발팀 책임

정부는 2018년 급속한 고령화 및 저출산시대를 대비하고자 ‘제4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중 ICT와 융합된 ‘수술로봇’이 한 가지로 꼽혔습니다. 수술로봇은 수술시간 단축, 출혈 및 감염가능성을 최소화해 환자·의료진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최근에는 4차산업혁명과 결합해 외과수술 중 3~5%에 불과한 수술로봇시장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마켓스앤드마켓스에 따르면 수술로봇시장은 연평균 12% 성장해 2025년에는 118억달러(14조715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신년특집으로 [진화하는 로봇기술]이라는 기획기사를 준비했습니다. <편집자 주>

나병훈 책임은 “엔젤로보틱스는 국제대회 수상을 통해 인정받은 로봇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재활로봇을 출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환자의 삶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겠다”라고 밝혔다.

나병훈 책임은 “엔젤로보틱스는 국제대회 수상을 통해 인정받은 로봇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재활로봇을 출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환자의 삶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겠다”라고 밝혔다.

일어날 수 있을까. 휠체어에 탄 나와 달리 빠르게 움직이는 이들을 보자니 비참함이 몰려왔다. 혼자 남겨진 비참한 기분,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이를 악물고 재활에 임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재활을 통해 어느 정도 걸을 수 있다는 것일 뿐.

로봇이 시키는 대로 보행재활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세상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일어날 수 없다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어설프게 보행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었다. 비록 그것이 로봇의 힘을 빌린 것일지라도 행복했다.

평소에 무심하게 넘어갔던 것들이 새롭게 느껴졌다. 굽이진 벽돌담과 익숙한 냄새와 귀익은 소리 등이 마음을 간질였다.

과거 재활은 물리·작업치료사의 고유 영역이었다. 하지만 치료사도 인간이기에 오랜 시간 동일한 강도의 재활은 무리다. 가령 보행재활의 경우 3명 이상의 물리치료사가 필요했다. 또 물리치료사의 체력소모가 심해 제한적이었다.

이에 환자와 고생하는 물리치료사들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재활로봇 개발기업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엔젤로보틱스가 착용형 보행보조로봇 개발을 통해 환자의 삶의 질에 앞장서고 있다. 병원부터 일상생활까지 이어지는 ‘최첨단 로봇 재활 솔루션’을 개발 중인 나병훈 엔젤로보틱스 로봇연구개발팀 책임을 만났다.

- 엔젤로보틱스에 관해 설명 부탁한다.

엔젤로보틱스는 장애인들을 위한 ‘착용형 보행보조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으로 2017년 창업했다. 로봇공학자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공경철 교수와 세브란스 재활병원 재활의학과 나동욱 교수가 의기투합해 설립했다. 현재 국내특허 15건, 국제특허 2건 등 다양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전국 12개 병원에 엔젤렉스가 도입됐다. 엔젤로보틱스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걷기 힘든 사람들을 스스로 걷게 하고 보행장애를 이겨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채활치료를 돕는 웨어러블 로봇을 만드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 재활로봇 개발에 착수한 이유가 궁금하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재활로봇 개발에 착수했다. 우리는 걷는 행위 자체에 익숙해져 있어 그 소중함을 모른다. 상상해보자. 내일부터 걸을 수 없다면 어떨지. 이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이 있다. 특히 소아환자를 둔 부모의 심정은 말로 이룰 수 없다. 아이가 아픈 것도 서러운데 걸을 수 없다면 억장이 무너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재활로봇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아이의 미소가 우리의 행복이다.

- 엔젤로보틱스가 개발한 재활로봇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현재 엔젤로보틱스가 개발한 재활로봇으로는 ▲엔젤렉스M ▲워크온슈트 ▲엔젤슈트 등이 있다. 모두 다 착용형 로봇이다. 이 3개 제품군 중 엔젤렉스가 핵심이다.

엔젤렉스는 뇌졸중, 척수손상, 뇌성마비, 척추이분증 등 소아·성인환자를 대상으로 하지근육 재건과 관절 회복 등 재활에 도움을 주는 병원용 재활로봇이다. 무엇보다 엔젤렉스는 기존 재활로봇처럼 완전마비 장애인을 걷게 하는 것과 달리 근력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하지 부분 마비환자의 보행훈련을 도와준다.

반면 워크온슈트는 완전마비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재활로봇이다. 워크온슈트는 사이배슬론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한 만큼 그 기술력이 입증됐다. 워크온슈트는 평지 보행뿐 아니라 계단 오르기, 험지 보행 등 다양한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으며 지면접촉센서와 보행 알고리즘을 통해 안정적이고 빠른 보행속도 구현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엔젤슈트는 집에서 사용 가능한 재활보조 로봇이다. 개인맞춤형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편안한 착용감과 안전한 보행이 가능하다. 또 관절움직임을 구속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보행이 가능하다.

엔젤로보틱스는 현재 ▲엔젤렉스M·H ▲워크온슈트 ▲엔젤슈트 등 다양한 재활로봇을 보유 중이다.

엔젤로보틱스는 현재 ▲엔젤렉스M·H ▲워크온슈트 ▲엔젤슈트 등 다양한 재활로봇을 보유 중이다.

- 개발 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중 핵심을 꼽으라면 ‘무게중심’ 조정이다. 너무 무거우면 보행자에게 부담이 커지고 가볍게 만들자니 불완전한 보행이 돼버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 골격 부위에 센서와 애플리케이션을 연동, 무게와 균형의 변화를 탐지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결국 보행보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 보행자의 의도를 파악해 정밀한 구동이 가능한 제어기술을 만들어냈다. 이때 환자가 걸으면 로봇 관절의 11개 센서가 움직임을 관찰해 보행 의도를 감지, 각 관절에 필요한 보조력을 계산해 안전한 보행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 엔젤로보틱스의 향후 개발 목표는.

보행기능의 회복은 재활치료의 핵심으로 환자가 사회복귀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보행장애환자는 보행과 최대한 비슷한 운동학습치료가 진행된다. 이러한 학습이론에 근거한 치료법으로 대표적인 것이 답차보행훈련이다. 하지만 근력약화가 심하거나 불수의적인 운동이 있는 환자는 도수적 보행훈련 및 답차보행훈련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보행운동학의 반복적 재연성을 개선하고 운동시간을 증가시켜주는 재활로봇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 역시 여러 기업이 기존 모델보다 진보된 형태의 재활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엔젤로보틱스는 병원이 아닌 집에서 재활훈련을 할 수 있는 ‘엔젤렉스 홈’, 일상생활을 위한 보조기기인 ‘엔젤 앵클’ 등을 연구 중이다. 앞으로도 의료진과 활발한 임상연구를 통해 하지마비환자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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