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아프다…피 보면 늦어요 '붉은 소변의 경고'

김태훈 기자

붉은 소변의 경고

매년 3월 둘째주 목요일은 ‘세계콩팥의날’이다. 신장(콩팥)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과 함께 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세계신장학회가 제정했다. 신장은 질병이 발생해도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병을 인지하기가 매우 어렵기에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소변에 피가 섞이는 혈뇨나 몸이 붓는 부종, 호흡곤란 등 자각증상이 느껴질 경우 이미 병기가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만성 신부전, 신장암 등 중증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기적 검사가 필수다.

소리 없이 아프다…피 보면 늦어요 '붉은 소변의 경고'

대표적 신장질환인 만성 신장병은 3개월 이상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혈뇨나 단백뇨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경우를 가리킨다. 이 질환의 가장 주된 원인은 바로 노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만성 신장병 환자는 2017년 20만3978명에서 2022년 29만6397명으로 5년 새 45% 증가했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 환자가 이 중 약 80%를 차지했다.

국내 인구의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나이가 많은 만성질환 환자, 특히 당뇨병과 고혈압 등이 신장 건강을 위협하는 양상도 뚜렷하다. 실제 만성 신장병으로 투석을 받는 환자 중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의 비율은 70% 수준이다. 당뇨병이 원인으로 발생하는 대표적 합병증인 당뇨병성 신장질환 역시 당뇨병이 없는 경우보다 2배가량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번 나빠진 신장은 다시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면 노폐물이 몸 안에 쌓여 생명을 유지하는 데도 문제가 생긴다. 고서연 인천힘찬종합병원 신장내과 과장은 “신장은 방광 위, 갈비뼈 아래에 자리하며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고 불필요한 수분을 배출하며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유병률이 높은 고령층의 경우 정기적인 사구체 여과율 검사로 콩팥이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며 고혈압, 당뇨병 등 위험인자가 있다면 원인 질환 치료를 꼭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성 신장병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소변 색이 검붉어지는 등 변화가 나타났다면 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 또한 몸이 붓거나 피로감을 잘 느끼고 식욕이 감소하는 것도 만성 신장병의 증상일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혈액·소변검사 등을 받아보는 게 좋다.

다만 일상에서 발견되는 소변의 거품이 꼭 신장질환 때문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거품뇨’는 소변에 거품이 많이 생기고 이 거품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데, 이런 증상이 신장질환과 관련 있는지 판별할 수 있도록 거품의 정도와 지속 시간에 대해 제시한 객관적 기준은 없다. 전문가들도 소변에서 거품이 난다는 이유로 병원을 방문한 경우 실제로는 정상 소변으로 나오는 비율이 높다고 설명한다.

소리 없이 아프다…피 보면 늦어요 '붉은 소변의 경고'

초기 증상 거의 없는 만성 신장병

아침 첫 소변 거품 꺼지지 않으면
단백뇨 의심, 부종 증세 살펴야

초기 발견 땐 5년 생존율 90%
중증 예방하려면 정기 검사 필수

거품뇨만으로 반드시 신장에 이상이 생겼다고 볼 수는 없으나, 다소 주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신장질환이 있을 때 단백뇨가 증가하고, 단백뇨가 소변에 일정량 이상 많아지게 되면 거품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단백뇨는 신장에 손상이 있음을 가리키는 지표 중 하나로, 하루 100~150㎎의 단백질이 소변에 있는 경우를 말한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있는 사람이 아침 첫 소변에서 몇분 동안이나 오래 지속되는 거품을 발견한다면 신장 손상을 의심할 수 있다.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성인이라면 혈압이 높거나 얼굴·발·다리 등의 부위가 자주 붓는지를 먼저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

소변을 통해 빠져나가는 단백질의 양이 점차 많아지고 단백뇨와 거품뇨 증상도 심해지면 체내의 단백질이 정상 수치보다 적어져 부종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 폐가 붓는 폐부종까지 발생해 누워서 잠들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고 호흡곤란이 생겨 움직이기도 힘들어진다. 김상현 인제대 상계백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요로 감염이 있거나 몸에 염증이 생겼을 때도 열 때문에 단백뇨가 많아질 수 있으므로 원인 질환 치료 후에 소변검사를 재실시해야 한다”며 “당뇨병·고혈압에 의한 신장합병증으로 단백뇨가 나타나거나 사구체신염이 발생할 수 있어 매년 소변검사를 통해 신장에 손상이 생겼는지 검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성 신장병은 1~5기로 나누는데, 단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1~2단계는 고혈압·당뇨병 등 원인 질환을 우선 치료하며, 3단계부터는 신장 기능 소실을 최대한 늦추는 것을 목표로 약물치료를 진행한다. 사구체 여과율이 15 이하로 감소하는 말기 상태가 되면 구역 및 구토, 호흡곤란 등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되므로 투석치료와 신장이식 수술이 필요하다. 신장은 다행히도 기능이 다했을 때 건강한 장기를 이식하는 대체요법이 가능하다.

◆신장질환 예방 건강관리 수칙
·고혈압·당뇨병 꾸준히 치료하기
·적정 체중 유지
·꾸준한 신체활동
·싱겁게 먹기
·금연 및 절주
·적절한 수분 섭취
·정기적인 소변
·혈액검사
·약물 복용 주의

신장암 역시 상태가 나빠지기 전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신장암이 많이 진행된 상황에서는 소변에 피가 나오거나 옆구리 통증, 복부 종양 같은 증상을 보인다. 명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기존의 신장질환 발병 여부와 다양한 환경적·유전적 요인, 흡연과 음주, 비만, 고혈압 등이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만일 신장암 가족력이 있거나 평소 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복부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통해 신장 상태를 꾸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신장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약 90%에 달하지만, 말기인 4기에 발견하면 다양한 치료를 시행해도 평균 생존기간이 2~3년일 정도로 예후가 나쁘기 때문이다.

신장질환을 예방하고 건강한 신장을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하려면 정기검진 외에도 생활수칙 실천이 필요하다. 꾸준한 운동과 식단 조절로 비만을 포함한 만성질환을 예방하되, 평소 신장 기능이 약한 상태라면 근육 발달을 위해 챙겨먹는 단백질도 과하지 않는 수준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과도한 염분 역시 콩팥 기능을 떨어트리므로 싱겁게 먹어야 한다.

고서연 과장은 “비만과 더불어 대사증후군 환자가 늘고 있는데, 몸에 지방이 축적될수록 신장에 해가 되는 물질들이 분비되어 신장의 부담이 늘어난다”며 “대사증후군이 있다면 만성 신장병에 걸릴 위험성도 높아지므로 혈뇨나 단백뇨가 있을 경우 3~6개월마다 검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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