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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엔 왜 한국 공주가 없죠?” '심청' 테마곡 직접 만든 하버드생 줄리아 류

이유진 기자
“디즈니 한국 공주, 없다면 내가 만든다.” 줄리아 류가 한국 전래동화 <심청전>을 주제로 만든 뮤지컬 테마곡 화제가 되고 있다.  줄리아 류 제공

“디즈니 한국 공주, 없다면 내가 만든다.” 줄리아 류가 한국 전래동화 <심청전>을 주제로 만든 뮤지컬 테마곡 화제가 되고 있다. 줄리아 류 제공

“All of the fish in the sea can‘t stop me/ All of the waves in the world can’t rock me/ I’m on a mission and gee, just watch me/ Go! Dive, all that’s left is the dive(바다 물고기들도 나를 막을 수 없어/ 세상의 모든 파도도 날 흔들지 못 해/ 나에겐 임무가 있어. 지켜봐줘/ 가! 이제 남은 건 다이빙이야!)

전래동화 <심청전>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된다면 이런 느낌일까? 심청이 아버지를 위해 공양미 삼백석에 바다의 제물이 되어 뱃머리에 서서 ‘DIVE(다이브)’를 열창한다.

한국계 미국인 줄리아 류(한국명 유희수·22)가 <심청전>을 주제로 뮤지컬 테마 15곡을 만들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개했다. 특히 <심청전>의 클라이막스를 표현한 곡 ‘다이브’는 96만 조회수(7일 현재)를 넘겼다. 하버드대학에서 연극과 음악을 복수 전공하고 오는 5월 졸업을 앞둔 그가 <심청전> 디즈니 애니메이션화에 이토록 진심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심청전>의 클라이막스를 표현한 곡 ‘다이브’는 96만 조회수(7일 현재)를 넘겼다. 틱톡 캡처

<심청전>의 클라이막스를 표현한 곡 ‘다이브’는 96만 조회수(7일 현재)를 넘겼다. 틱톡 캡처

■‘한국 공주’ 없으면 내가 만든다

디즈니가 문화적 다양성에 주목하며 뮬란, 모아나, 자스민까지 유색 인종 히로인을 탄생시킨 지 오래다. 더욱 최근 디즈니 실사 영화에서는 흑인 인어공주와 팅커벨, 라틴계 백설공주 등 기존 편견을 깨는 캐스팅 라인업으로 인종의 벽을 허물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 전래 동화 속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어릴 때부터 뮤지컬(특히 디즈니)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어요. 초등학교 가는 길에 항상 가족과 뮤지컬 사운드트랙을 듣고 노래를 불렀죠. 학교에서 제일 좋아하는 수업은 항상 ‘연극’이었어요. 쉬는 시간에는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연기를 하고 선생님께 보여드리곤 했죠. 대학 때는 2년 간 의대 진학을 위해 예비 과정(Pre-medicine track)을 밟았지만, 그만두고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연극을 전공했어요.”

디즈니 영화를 보고 자라 대학에서 뮤지컬 작곡가이자 배우로 활동하던 줄리아 류는 <심청전>을 주목했고 ‘없으면 내가 만들겠다’는 심정으로 심청의 뮤지컬 테마곡을 만들었다. 왜 ‘심청’이었을까?

“심청이 먼 길을 떠나 시련을 겪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이 마치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한국인들의 모습 같았어요. 미국 한복판에서 그들의 문화 속에서 자란 재미교포로써 한국이라는 뿌리를 찾아가고 싶은 제 마음이 아버지와 재회하고 싶은 심청이의 것과 비슷해 남다른 인연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미국 미주리주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 3세인 줄리아 류의 돌상. 전형적인 한국식 세팅이다. 줄리아 류 제공

미국 미주리주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 3세인 줄리아 류의 돌상. 전형적인 한국식 세팅이다. 줄리아 류 제공

줄리아는 한국인 3세다. 그의 할아버지는 미국 이민 후 플라스틱 회사에서 근무한 화학자로 2년 전 코로나19로 돌아가셨다. 혼자 남은 할머니와 함께한 생활은 한국 문화를 더 깊이 경험하는 계기가 됐다. <심청전> 역시 할머니가 들려준 옛날 이야기였다.

그는 언제나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주도해왔다. 고등학교 때는 테니스부 주장을 맡았고 미주리주 어린이들의 문해력을 돕는 리터러시 주니어 보드(청년회의)를 설립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유색 인종 학생들을 위한 연극 단체를 만들어 작품을 올리기도 했다. 이제 그는 ‘한국 문화 전파’에 열정을 쏟고 있다.

“저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가족들과 매일 한국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 한국인 정체성에 더 가까워지고 있어요. 더 많이 배우고 또 한국인들 정신 속에 자리잡은 가족의 의미를 미국을 넘어 세계인에 알리고 싶어요.”

줄리아 류가 작곡한 <심청전> 테마곡이 화제가 되며 영화·연극 제작자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줄리아 류가 작곡한 <심청전> 테마곡이 화제가 되며 영화·연극 제작자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프린세스 ‘심청’ 멀지 않았다…‘러브콜’ 이어져

K팝, 영화, 드라마까지 한국 콘텐츠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시대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고 있는 그에게는 매우 놀라운 일이다.

“요즘 미국에서 한국 문화가 점점 인기를 얻고 있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다는 것은 신나고 흥미로운 일이에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너무나 놀라운 경험이었죠. 한국은 늘 내가 ‘진정으로’ 속해 있는 곳이라고 상상해왔지만, 실제로 가보니 더 알고싶고 더 배우고 싶어졌죠.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어를 새로 배우고 있어요. 할머니와 소통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즐거워요.”

줄리아가 <심청전>을 테마로 완성한 15곡 중 특히 ‘다이브’가 많은 이들에게 감명을 주고 있다. 당장 디즈니 영화 속에서 등장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는 평이다.

“‘다이브’는 인생의 새로운 장을 시작하고 자신의 신념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정말 스릴 넘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장면이 그려지죠. 많은 분들이 들어주고 공유해주셨어요. 무척 감사드려요.”

그는 그 외에도 ‘심봉사’, ‘용왕’, ‘용의 여왕’ 등 <심청전>에 등장하는 인물의 테마곡을 만들었다. 듀엣곡도 있다. 왕과 심청의 사랑을 담은 노래와 심봉사가 심청에게 삶의 용기를 가르쳐주는 노래다.

줄리아의 노래들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자 실제로 영화와 연극 제작자들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가족, 친구들과 <심청전>을 극장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그의 꿈이 이뤄질 날이 머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몇 몇 저명한 영화, 연극 제작자들을 만나고 있어요. 아마 향후 몇 주 안으로 <심청전> 프로젝트의 미래에 대해 몇 가지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뮤지컬 작곡가의 꿈에 한층 다가가고 있는 줄리아. 그의 무궁무진한 열정과 한국 옛이야기의 만남은 어떤 놀라운 시너지를 일으킬까.

“사실은 어젯밤 할머니께 <춘향전>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정말 흥미진진하던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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