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酒食)탐구생활㉗

술맛도 ‘장비빨’... 주종에 맞는 술잔 어떻게 고를까

박경은 기자

시쳇말로 ‘실력은 장비빨’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건 음주의 세계에서도 동일하다.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춰야 술맛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새 와인을 비롯해 위스키, 하이볼 등 다양한 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주종에 맞는 술잔 수요도 커지고 있다. 음주가 문화적 취향으로 변모하고 있는 데다 ‘홈술’문화가 확산되는데 따른 변화다. SSG닷컴 권영주 생활가전 파트장은 “집에서 즐기는 술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와인잔, 위스키잔 등 관련 상품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멋진 잔은 분위기도 띄우고 보기에도 좋다. 무엇보다 술의 맛을 제대로 살려준다. 술잔의 모양이나 형태에 따라 위스키나 와인 같은 술이 가진 미묘한 맛의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주종별로 어울리는 적절한 잔은 무엇일까. 국진크리스탈 이경규 대표의 도움말로 살펴본다.

■위스키

위스키 잔을 고르기 전에 어떤 ‘목적’으로 위스키를 마시는지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 따라 잔의 선택 기준이 달라진다. 향과 맛을 정밀하게 음미하며 마실 것인가, 아니면 쉽고 편하게 털어 넣을 것인가.

음미하며 마신다는 목적에 적합한 대표적인 잔은 글렌캐런과 코피타가 있다. 글렌캐런은 술이 담기는 부분에 비해 입술이 닿는 림(rim) 부분이 좁아지도록 굴곡진 모양을 한 잔이다. 이는 위스키의 향을 글라스 안에 가두어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글렌캐런은 위스키 잔의 대표 격으로 지칭되고 있으나, 실은 스코틀랜드의 프리미엄 크리스털 글라스 브랜드 이름이다. 글렌캐런사가 위스키 시음에 최적화된 디자인을 고안해 이 잔을 탄생시킨 뒤 ‘글렌캐런’은 위스키 전용 잔을 의미하는 일반명사가 됐다.

글렌캐런      위키미디어

글렌캐런 위키미디어

도수가 높고 향이 특별히 강한 위스키를 마실 때 글렌캐런을 사용하면 자칫 코가 쉽게 지칠 수 있다. 때문에 공식 시음 행사라 하더라도 위스키의 도수가 높을 때는 입구가 넓은 스니프터 글라스나 니트 글라스를 사용하기도 한다.

스니프터    위키미디어

스니프터 위키미디어

니트 글래스   theneatglass 인스타그램

니트 글래스 theneatglass 인스타그램

코피타는 글렌캐런 글라스에 다리(stem)가 붙어 있는 형태다. 언뜻 봤을 때 와인잔과도 비슷하다. 다리의 기능은 와인잔과 같다. 글라스를 잡은 손의 온도가 위스키의 맛과 향에 영향을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코피타   위키미디어

코피타 위키미디어

쉽고 편하게 털어 넣는 용으로 위스키를 마실 때는 온더록스잔이나 샷잔을 선택하면 된다. 온더록스잔은 위스키 텀블러라고도 불린다. 위스키와 얼음을 희석해 마실 때 사용하는, 일반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잔이다. 샷잔은 도수 높은 술을 얼음 없이 먹을 때 사용하는 작은 잔이다. 소주잔(50㎖)에 비해서는 용량이 좀 더 작다.

온더록스잔

온더록스잔

■와인잔

위스키가 술을 마시는 목적에 따라 잔을 골라야 한다면 와인은 종류에 따라 잔을 골라야 한다. 가장 간단하게 나눈다면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용 3가지다. 물론 전문가들은 카베르네 소비뇽, 피노 누아, 리슬링,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등 포도 품종에 따라 제품의 향과 맛의 미세한 차이와 특징을 발현시켜주는 잔을 구비하기도 한다.

와인잔의 형태는 와인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레드와인은 맛과 향이 풍부하다. 때문에 향을 오래 잡아두고 맛을 잘 음미하기 위해 림이 좁고 볼(bowl)이 큰 형태가 좋다. 레드와인을 좀 더 세분화한다면 보르도잔과 버건디(부르고뉴)잔으로 나눈다.

보르도잔은 잔의 크기가 크고 입구도 넓다. 타닌 성분이 많아 진하고 강한 맛을 내는 보르도 와인이 공기와 닿아 부드러워지게 하기 위함이다. 일반적으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와인잔이 보르도잔이다.

부르고뉴 와인은 부드럽고 섬세한 맛과 향을 갖고 있다. 풍부한 향을 잘 모아서 오래 지속시킬 수 있도록 림이 좁고 볼의 볼륨감이 큰 것이 특징이다.

화이트와인은 레드와인과 달리 차갑게 마시는 것이 좋다. 때문에 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잔의 지름이 짧고 볼도 작은 편이다. 공기와 만나는 표면적이 작아야 온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레드와인잔에 비해 화이트 와인잔이 좁고 작은 이유다. 스파클링 와인잔은 입구가 좁고 길다. 스파클링 와인의 생명인 거품이 오래 보존되고 지속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리델의 와인잔. 버건디잔, 보르도잔, 샴페인잔, 화이트와인잔(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리델 제공

리델의 와인잔. 버건디잔, 보르도잔, 샴페인잔, 화이트와인잔(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리델 제공

■유리? 크리스털?

잔은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에 따라 값이 천차만별이다. 위스키나 와인잔은 값비싼 크리스털로 만들어진 잔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유리에 비해 크리스털은 투명하고 빛나는 데다 부딪힐 때 청아한 소리를 낸다. 술의 향을 맡고 맛을 보는 것뿐 아니라 듣고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준다.

그런데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유리와 달리 크리스털에는 산화납이 포함되어 있다. 크리스털은 유리의 주성분인 규소에 산화납을 첨가해 만든다. 유리보다 더 투명하고 맑은 소리를 내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산성을 띤 식품을 크리스털로 만든 잔이나 용기에 오래 보관하면 납 성분이 나올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산화납을 대체하는 재료를 첨가해 ‘무연납 크리스털’로 만든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글렌캐런 등 유명 글라스 제조 회사들은 무연납 크리스털을 재료로 고수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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